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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증 땐 수십억 + 명예박물관장”…‘훈민정음 상주본’ 거래하자는 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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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소유…귀속 쉽지 않아

시, 소장자 만나 보상책 약속

한 자산가는 ‘100억 중재안’…‘문화재 거래 대상이냐’ 비판

경북 상주시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확보를 위해 국가 기증을 대가로 실소장자에게 수십억원의 금전적인 보상 등을 약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음에도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보급 문화재가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상주시와 훈민정음 상주본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는 배익기씨(56·고서적 수집가)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7일 상주본 공개와 회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배씨에게 금전 등 다양한 보상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천모 상주시장과 정재현 상주시의장 등은 배씨를 만나 상주본 기증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황 시장 등은 배씨가 국가 기증을 조건으로 상주본을 내놓으면, 상주시는 배씨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상주 지역에 지어 이를 전시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배씨를 ‘명예박물관장’으로 임명해서 매달 수백만원의 급여를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상주시 등이 훈민정음 상주본 반환과 관련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여 수십억원을 모아 배씨에게 건네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황 시장은 “훼손 우려가 높기 때문에 배씨에게서 하루라도 빨리 상주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상주시 안에 대해 문화재청도 공감하고 있다”면서 “상주본을 기증받은 이후에는 이를 국보로 지정하고 상주 지역에 ‘영구 임대’ 방식으로 보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씨는 민간 모금의 한계 등을 이유로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상주시의 제안을 거부한 상태다. 지난 15일 배씨는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와도 상주본을 돌려줄 생각은 없지만, 금전적인 보상(1000억원)을 한다면 상주본을 기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보상금 규모가 충족되지 않아 상주시의 제안을 거부한 셈이다.

최근 한 부동산 자산가도 배씨에게 상주본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제시했다. 그는 “민간 자본으로 100억원가량을 조성해 훈민정음 상주본의 국가 귀속 대가로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배씨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해당 인사가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배씨가 2010~2012년 민사·형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ㄱ씨(68) 등 3명을 위증죄로 고소한 것과 관련, 이른바 ‘브로커’가 개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씨는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평소 교류가 없던 ㄴ씨와 법무법인 소속 ㄷ씨 등을 만나 소송 문제를 논의했다. 법조계에서는 브로커가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배씨는 자신이 상주본의 소유주로 인정을 받거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 가치를 매긴 1조원의 10분의 1 수준 1000억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향신문에 “상주본의 소재는 알고 있지만 보관상태는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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