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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마존 할퀴는 ‘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르…지구촌은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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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만 서울 면적 1.5배 황폐…전년 대비 88%↑

올해 극우 보우소나르 정부 출범 뒤 ‘훼손’ 가속

규제 완화, 원주민·삼림 보호구역 해제, 개발 장려

국제 공여 ‘아마존 기금’ 전용 요구해 중단 위기

전문가 “기후협약, 유엔군 파병, 경제 제재” 수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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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대 방송사이자 세계 3위의 민영방송인 브라질의 <헤지 글로부>가 제작한 신작 티브이(TV) 드라마 시리즈 ‘아루아나스(Aruanas)’가 이달 초 첫 전파를 탔다. 4명의 여성 주인공이 세계 최대 열대우림인 아마존의 삼림과 원주민 토지를 불법 광산업과 부패한 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오는 10월까지 45분짜리 10부작으로 방영될 이 드라마는 세계 최초의 ‘환경 스릴러’ 드라마일 뿐 아니라, 유엔인권이사회가 지원하고 유엔환경계획(UNEP)을 비롯해 그린피스, 세계야생기금, 앰네스티, 우림재단, 옥스팸 등 20여개의 국제 환경·인권단체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한 국제 연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이 특정 국가만이 아닌 지구 생명체 모두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걸 새삼 일깨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삼림이 불법 벌목과 광물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올해 출범한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정부가 아마존 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난개발과 환경파괴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르는 ‘브라질의 트럼프’란 별칭을 얻은 군인 출신의 극우 정치인이다.

브라질 당국이 항공 촬영으로 파악한 실태를 보면, 지난달에만 아마존 일대 920㎢ 면적의 삼림이 불법 벌목으로 사라졌다.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88.4%나 급증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불과 한달만에 서울시 전체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녹지대가 황폐화됐다.

아마존에선 이전에도 건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몇달 동안 불법벌목이 횡행했지만, 최근 추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11개월새 아마존 삼림 훼손 면적이 4565㎢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고 전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보면 그 흉터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브라질의 비영리 민간기구인 ‘아마존의 사람과 환경 연구소(IMAZON)의 카를로스 수자 연구원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당장 문제는 보우소나르 정부가 하려는 것”이라며 “7월말이면 정부가 기존의 환경정책을 해체한 영향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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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르 정부는 “아마존은 세계의 것이 아니라 브라질의 것”이라며, 자국 영토내 자원개발의 권리를 주장한다. 여기에는 유럽 선진국이 주도해온 지구 환경보호 정책에 대한 불신과 곡해가 녹아 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지난 6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유럽인들의 마음 속에 아마존은 브라질의 땅인가? 노, 노. 1세계 국가들은 이 공간(아마존)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루려 한다”며 “브라질은 외세의 성도착자들이 열망하는 처녀”라고 말했다고 현지 <리우 타임스>가 보도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올해초 취임한 이래 7개월째 환경부 축소, 아마존 개발 규제 완화, 원주민 토지와 삼림 보호를 위한 경계 획정 중단, 아마존에서의 농림목축업 장려 등 적극적인 개발 정책을 펴고 있다. 벌목에 대한 과도한 벌금이나 규제가 오히려 불법 벌목을 부추긴다는 논리까지 동원된다. <가디언>은 “보우소나르 대통령이 정부의 기존 환경감시 기구들의 규제를 ‘벌금 산업’이라고 비판한 이후, 불법 환경파괴에 대한 벌금 부과액이 최근 11년새 최저 수준에 머물렀으며, 환경파괴 감시 활동도 지난해와 견줘 70%나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에는 보호구역 해제를 포함해 규제의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로비가 빗발친다고 한다.

보우소나르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의 기부로 조성된 ‘아마존 기금’과도 충돌해, 기금 운용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일 브라질의 히카르두 살리스 환경장관은 브라질 주재 노르웨이 및 독일 대사들을 만나 기금운용 방식의 변경을 요구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고 <리우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우소나르 정부는 아마존 기금의 ‘편법 운용’ 의혹을 구실 삼아 윤용위원회의 인력을 줄이고 삼림 보호구역 거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등 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고 요구한다. 그러나 기금의 핵심 공여국인 노르웨이와 독일이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아마존 기금은 11년만에 존폐의 기로를 맞았다. 아마존 기금은 2008년 설립돼, 지금까지 13억 달러(러(약 1조5300억 원) 정도가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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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인류의 공동 과제인 기후변화 대책의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다. 온실가스의 주종인 이산화탄소(CO2)의 천연 흡수원이자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한다. 국제사회는 브라질 보우소나르 정부가 내세우는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과 자원개발권 논리 앞에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킬 대학교의 애쉬 머피 연구원(국제환경 거버넌스)은 지난 13일 비영리 국제 학술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법 적용이다. 2015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파리 기후협약은 “서명 당사국들은 온실가스의 흡수와 포집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제5조)고 의무화하고 있다. 브라질은 2030년까지 삼림 1200만 헥타아르(12만㎢)의 복원을 약속했다. 문제는 보우소나르 정부에 그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유엔의 실력 행사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유엔헌장 제 42조) 유엔군을 아마존에 배치해 불법 개발을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력분쟁 지역이 아닌 주권 국가에 병력을 파병하는 것은 ‘대화의 파국’을 의미할 뿐 아니라 심각한 주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머피 연구원도 이는 실효성이 미약하고 적절한 대응도 아니라고 말한다.

셋째, 경제 제재다. 이는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조치”(유엔헌장 제41조)로, 아마존의 불법 개발지에서 생산된 목재와 육류 등에 대한 금수 조처를 들 수 있다. 경제 제재는 자칫 경제적 취약 계층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다, 브라질과의 교역 당사국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머피 연구원은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훼손이 기후변화 취약국들의 안정을 위협하고 그에 따른 브라질 경제 제재가 심각해지면 브라질 정부도 삼림개발 정책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은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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