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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도로의 王 행세하려"…요즘 폭주족들, 도심서 시속 15km '저속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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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찰청, 20代 폭주족 리더 3명 구속
달구벌대로 등 5차로 1시간 30분 장악
"느리게 달리며 앞에 아무도 없는것 즐겨"

일부러 느리게 주행하면서 뒷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한 폭주족 리더 3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6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폭주족 리더 A(28)씨와 B(27)씨·C(2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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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폭주족들이 대구 시내도로를 시속 15km로 저속 주행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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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5월 12일 오전 1시 30분쯤 대구 시내 간선도로 20㎞ 구간을 시속 15㎞로 달리며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A씨 등 3명은 대구 시내 폭주족 간부급으로 폭주 행사가 있으면 항상 차량을 선도하고 지휘하던 유명 인물들"이라고 했다. 이 중 A씨와 B씨는 BMW 승용차를 렌트한 뒤 각각 운전석과 조수석에 탔다.

A씨와 B씨는 주행 기준선을 만들기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날개를 편 듯 활짝 열고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오토바이를 탔다고 한다. 이들은 오토바이 10여 대를 이끌며 대구 달구벌대로, 서대구로 등 5차선 도로를 1시간 30분 동안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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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대구 시내 간선도로에서 폭주족들이 차선을 점거하고 있다./대구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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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은 일부 폭주족의 최신 트렌드가 고속 주행에서 저속 주행으로 바뀌는 이유로 ‘정복감’을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폭주족은 느리게 달리면서 뒷 차량들이 통째로 정체되고 도로 앞에는 자기들밖에 없는 상황을 즐긴다"면서 "도로의 왕처럼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차가 쫓아와도 오토바이에 탄 폭주족을 현장에서 바로 체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대부분 도망치지 않고 느린 속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경찰의 채증을 피하는 수법도 변하고 있다. 번호판을 천으로 가리고 떼는 것은 물론, 경찰차가 다가오면 재빨리 도망쳤다가 오토바이를 바꿔 타거나 옷을 바꿔 입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찍은 사진들을 비교해보면 운전자의 옷차림과 오토바이가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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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대구 시내 간선도로에서 폭주족들이 차선을 점거하고 있다./대구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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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A씨 등 3명은 모두 누범 기간이나 집행 유예 기간 중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형기를 마친 지 각각 6개월과 2개월만에 또다시 같은 법을 어겼다. 형법 3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이 끝난 뒤 3년 내에 다시 금고 이상의 범죄를 저지를 경우 누범 처리돼 형이 가중된다. C씨는 폭주 활동 당시 집행 유예기간 중이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29일에는 폭주족 1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형사 입건, 면허 취소 처분 등과 별개로 오토바이를 몰수할 예정"이라면서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이륜차 등 폭주 행위를 엄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채증 작업을 통해 폭주 혐의자들을 추가로 검거할 방침이다.

[대구=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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