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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아라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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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연꽃테마파크와 무기연당에 다녀오다

마른 장마라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이다. 아침부터 열기를 잔뜩 품은 햇살이 쏟아진다. 한여름이면 들썩이는 여행 욕구를 잠시 가라앉혀 놓아야 하지만 연꽃을 보러갈 작정이다. 경주 동궁과 월지 앞에 있는 연밭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올해는 자주 들렀던 경주 대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함안연꽃테마파크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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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함안연꽃테마파크에는 지금 연꽃이 만개했다. 중간중간 사잇길을 만들어 놓아 연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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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파크에서 자라는 법수 옥수홍련. 법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한 홍련으로 연분홍색의 아름다움과 특유의 강한 향기를 지닌 품종으로 꽃잎맥이 선명하고 키가 작으며 꽃은 7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피는 만생종이라 한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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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위치한 함안연꽃테마파크는 10만 9800㎡에 달하는 유수지(遊水池)를 활용해 만든 생태공원으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에 걸쳐 조성되었다. 이곳에서는 홍련과 백련, 수련 등의 연꽃을 비롯해 물양귀비, 물아카시아, 무늬창포, 부레옥잠, 좀개구리밥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연꽃은 홍련과 백련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법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하는 토종연꽃인 '법수홍련'은 경주 동궁과 월지 연과 유전자가 동일한 신라시대 연으로 키가 작고 은은한 연분홍색 꽃잎과 특유의 강한 향기를 품고 있다.

넓은 테마파크엔 만개한 연꽃들이 빼곡하다. 중간중간 만들어 놓은 흔들의자와 정자 그리고 전망대에 올라 연꽃을 바라본다. 진흙속에서 자라나 저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정화력(淨化力)을 부처님께서는 사랑하신 걸까. 너그럽고 후덕한 모습에 내마음도 시나브로 넉넉하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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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꽃 뿐만아니라 약용으로, 또 연근처럼 식용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연(蓮)의 넉넉한 품성을 생각해본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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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박물관에서 만난 아라홍련. 70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면서 지금의 다양한 연꽃으로 분화되기 이전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우리나라 고유 전통 연꽃의 특징을 확인시켜준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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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를 돌아본 후, 아라홍련을 만나러 함안박물관에 갔다. 2009년 5월, 함안 성산산성(6세기경 아라가야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 발굴작업 중 고대의 연씨 3알을 발굴했는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정 결과 650-760년 전 고려시대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기하게도 발굴 4일 후 씨앗 한 개가 발아하여 그로부터 1년 뒤 첫 꽃을 피웠다.

꽃잎의 하단이 백색, 중단은 선홍색, 끝은 홍색으로 현대의 연꽃에 비해 길이가 길고 색깔이 엷어 고려시대의 불교 탱화에서 볼 수 있는 연꽃의 형태와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함안군은 함안의 옛 이름을 따서 아라홍련이라 하고 박물관 한쪽에 시배지를 만들어 150포기를 심어 놓았다. 시배지에 도착하니 올해도 여전히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70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꽃을 피워낸 아라홍련. 볼 때마다 경이롭고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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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연당의 모습. 연못가 소나무의 휘어짐이 마치 고개숙여 경의를 표하는 것 같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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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치있는 정원이 가까이 있었다니... 이태 전, 함안 무기연당을 처음 들렀을 때 든 생각이다. 테마파크를 둘러본 뒤 함안군 칠원면 무기리에 있는 무기연당을
찾았다.

국가민속문화재 제 208호로 지정되어 있는 무기연당은 국담 주재성(周宰成 1681-1743) 선생의 생가에 있는 조선후기의 연못이다. 주재성 선생은 조선 영조때 의병을 일으켜 관군과 함께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인물이며 주자학의 의리 탐구와 실천에 독실했던 재야 주자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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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욕루의 대청마루에 앉아본다.바람에 욕심을 씻어내며 자연의 삶을 고난의 벼슬길과 바꾸지 않겠다고 한 선생의 청정한 삶이 마음에 다가온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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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생가 한쪽에 있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네모난 연못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하환정이, 동쪽에는 높은 기단위에 풍욕루가 자리잡고 있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석가산(石假山)을 만들어 놓았다. 몇 년 전 강진 다산초당에 갔을 때 보았던 연지석가산보다 좀더 규모가 있고 아름답다.

풍욕루의 대청마루에 잠시 걸터 앉아 연당을 바라본다. 바람에 욕심을 씻어내고 자연의 삶을 고난의 벼슬길과 바꾸지 않겠다고(何換亭) 한 선생의 청정한 삶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아담하고 운치있는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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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후기 전원문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무기연당의 아름다움과 운치있는 모습에 온전히 마음을 뺏겼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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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귀 기자(rmfldna4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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