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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주볼 수 없는 '샴쌍둥이' 자매…50시간 수술 끝에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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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샴쌍둥이인 사파와 마르와 자매의 모습. [영국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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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 자매가 3차례에 걸친 대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분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영국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은 올해 두 살인 파키스탄 출신의 샴쌍둥이 사파와 마르와 자매를 3차례 수술 끝에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두개골과 혈관이 서로 붙은 '두개 유합 샴쌍둥이'로 태어났다. 이 같은 사례는 출생아 250만명 가운데 한명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어머니인 자이나브 비비(34)는 출생 한달 후 딸들이 퇴원하면서부터 분리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군 병원 한 곳이 수술 의사를 보였지만 둘 중 한 아이는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이나브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자매가 3개월 됐을 무렵 수소문 끝에 그레이크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 오와세 질라니와 연락이 닿았다.

수술 전 의료진은 쌍둥이의 두개골과 뇌, 혈관 구조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가상현실을 이용해 두 자매와 똑같은 형태의 복제품을 제작했다. 의료진은 또 3D 프린터로 쌍둥이의 신체구조를 닮은 플라스틱 모형을 만들어 수술 연습을 했고, 절개 지침도 만들었다.

첫 수술은 쌍둥이가 생후 19개월이던 지난해 10월 진행됐다. 이후 지난 2월 11일 실시된 수술에서 마침내 쌍둥이가 분리됐다.

첫 번째 수술에서 의료진은 쌍둥이들의 혈관을 분리하고 머리에 플라스틱 조각을 삽입해 뇌와 혈관을 떼어냈다. 마지막 수술에는 뼈를 이용해 새로운 두개골을 만드는 작업이 포함됐다. 또 의료진은 분리된 부분의 피부가 잘 자라도록 조직 확장술도 병행했다.

수술 중 난관도 여러 번 거쳤다. 사파의 목 정맥에 피가 엉기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두 아이 모두 피를 흘리기도 했고, 마르와의 심장 박동이 떨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술 도중 사파가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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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샴쌍둥이인 사파와 마르와 자매의 모습. [영국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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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를 분리하기 위한 3차례의 수술에는 50시간 이상이 소요됐으며, 100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쌍둥이는 지난 1일 퇴원해 어머니와 할아버지, 삼촌과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다.

쌍둥이의 어머니 자이나브는 "병원과 의료진에게 빚을 졌다. 그들이 한 모든 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면성형외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더너웨이 교수 등 의료진은 성명을 통해 "쌍둥이 가족을 도와 기쁘다"며 "수술은 길고 복잡한 여정이었다. 그들의 믿음과 결심이 도전을 이겨내는 데 매우 주효했다. 우리는 그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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