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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초점]슈퍼주니어·방탄소년단, 사우디 'K팝 한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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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슈퍼주니어' 사우디아라비아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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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우디 아라비아가 K팝 한류로 끓어오른다. 그룹 '슈퍼주니어'가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인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펼쳤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아랍권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투어를 연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10월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를 펼친다.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은 약 6만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 등이 이곳에서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문호 적극 개방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중동 콘텐츠산업 동향'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메나(MENA) 지역에서 가장 급변하고 있는 국가다. 메나는 중동(Middle East)과 북아프리카(North Africa)의 합성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이 속해 있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는 특히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아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액 대부분이 원유, 원유 유관 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에 집중된 경제·사회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33)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이다. 왕위 계승자인 살만 왕제사는 지난달 방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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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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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이니셔티브' 항목에서 K팝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 대해 다방면의 육성 계획'이다. 영화관 개관, 콘서트 개최 등 개방 확대방안이 포함돼 있다. 슈퍼주니어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문화적 불안요소, 잘 짚어야

K팝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분명히 매력적인 곳이다. 아직 K팝 팬들이 적극적으로 발굴되지 않은 지역인데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높고,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왕실이 연루됐다는 의혹 등 정치적 불안정성은 잘 톺아봐야 한다. 최근 적극적인 문화 개방 정책이 부정적인 이슈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콘진은 "유가에 좌우되는 경제적 불안정성, 시아파 국가들과의 종교적 불안정성 등 다양한 위기 요인들이 상존하는 시장으로 국가의 정책적 방향, 유관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사업 진행 현황 등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콘서트 시장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작년에만 5000회 이상 콘서트가 개최됐다.한콘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계는 그간 "음악은 악마에게 문 여는 일"이며 "콘서트, 연극 등 우리의 가치를 파괴하고 도덕을 망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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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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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왕실을 비롯한 권력층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 파워를 육성해야 한다는 기조를 밀고 나가고 있다.

2017년 6월 미국 가수 토비 키스(58) 콘서트가 문을 열었다. 그해 12월 제다 경제자유지역 킹압둘라 이코노믹시티에서는 그리스 출신 퓨전 피아니스트 야니(65)의 콘서트가 열렸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엄격한 이슬람 계율이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관객의 입장을 허용, 남녀가 섞여 환호성을 지르는 보기 드문 풍경이 빚어졌다.

올해 1월에는 미국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48)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하지만 여성 인권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인권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여성 팝스타를 초청하는 것은 여성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인 척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팝스타 니키 미나즈(37)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지한다며 공연을 취소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에서 열리는 '제다 월드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할 K팝 스타들은 현지의 정치적, 문화적인 요소를 고루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류 콘텐츠 탄력 붙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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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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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한류를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배우 이영애(48) 주연 드라마 '대장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대장금'을 봤다. 이후 TV 콘텐츠는 더빙 위주로 현지에 소개됐다.

한콘진은 "최근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이 폭증함에 따라 국내 아케이드 게임 및 실감형 콘텐츠 기업도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진출을 노려볼 만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현지의 음악 공연이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K팝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를 비롯 민간기업에서 국내 톱 K팝 그룹 콘서트를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K팝 톱 그룹들이 바로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이며 다른 팀들도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팝 팀에 대한 현지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슈퍼주니어가 12일 아시아 가수 최초로 사우디 아라비아 단독 콘서트 '슈퍼쇼 7S'를 성료한데 이어 13일 '제다 시즌 페스티벌'에 슈퍼주니어 유닛 슈퍼주니어-D&E와 슈퍼주니어-K.R.Y.가 올랐는데 두 공연 모두 현지 미디어에서 크게 다뤘다.

13일 무대는 중동 최대 규모의 방송사인 MBC그룹의 'MBC 4'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뉴스 신문은 '슈퍼쇼 7S' 기사를 1면에 게재하며 "2005년 데뷔해 세계에서 음악적인 영향력을 미친 그룹으로, 매진을 기록한 단독 공연은 마치 음악적 걸작과도 같았다"고 썼다.

방탄소년단의 현지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현지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중동 이슬람 문화권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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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D&E'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 페스티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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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K팝의 중동권 진출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중동 이슬람 문화권 '바로 알아가기'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그룹 'B1A4' 멤버들이 말레이시아 팬 미팅에서 껴안은 무슬림 소녀들은 현지에서 체포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쓴 여성이 낯선 남자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이슬람 전통'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슬람권 가수들은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편견 지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히잡스터'로 통하는 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유나(33)가 대표적이다. 히잡스터는 히잡과 힙스터의 합성어다. 히잡을 자기표현 수단의 하나로 삼는 그녀는 무슬림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현대적인 여성상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히잡 자체가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인데, 히잡의 색깔을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한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마흐람'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여성들이 외국여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연내에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마흐람은 남성 후견인을 뜻한다. 남편, 부친, 남자 형제 등을 가리킨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마흐람 제도에 따라 여행, 교육 등에서 선택이 필요할 때 후견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류 관계자는 "우리가 볼 때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 있는 중동 문화가 이해가 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면서 "한류를 통한 문화교류로 여성 문제 등 불합리한 것이 점차 해결되는 동시에 우리의 편견도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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