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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조코비치-페더러, 테니스 역사 남을 4시간 57분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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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박 조코비치(오른쪽)과 로저 페더러가 15일(한국시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4시간 57분 간의 대접전을 마친 뒤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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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 역사상 최장시간인 4시간 57분의 대혈전. 승자는 노박 조코비치(32·1위·세르비아)였고 패자는 로저 페더러(38·3위·스위스)였다. 두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지만 테니스 팬들의 머릿속에는 두 선수 모두 승리자로 두고두고 기억될 명승부였다.

조코비치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트스코어 3-2(7-6<7-5> 1-6 7-6<7-4> 4-6 13-12<7-3>)로 눌렀다.

결승전에 걸린 시간은 무려 4시간 57분이었다. 그것도 순수 경기가 진행된 시간만 그랬다.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6시간이 넘는 대혈전이었다. 한국시간으로 14일 밤 9시에 시작한 경기가 15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4시간 57분은 역대 윔블던 결승전 최장시간 경기 신기록이었다. 종전 윔블던 결승전 최장 시간 기록은 2008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대 페더러의 경기로 4시간 48분이 걸렸다. 당시 경기는 현지시간 오후 2시 35분에 시작해 밤 9시 16분에 끝났다. 중간에 우천으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나달이 페더러를 3-2로 이겼다.

2009년 페더러와 앤디 로딕(은퇴·미국)의 결승전도 4시간 16분이나 소요됐다. 그 경기에선 페더러가 로딕을 3-2로 눌렀는데 마지막 5세트 스코어는 16-14였다.

올해 결승전은 다섯 세트 가운데 세 세트가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가려졌다. 공교롭게도 타이브레이크까지 간 세트에서 모두 조코비치가 승리했다. 그나마 5시간을 넘기지 않았던 데는 올해 새로 적용된 5세트 타이브레이크 제도 덕분이었다. 지난해까지 윔블던 대회는 5세트 타이브레이크가 없었다. 무조건 어느 한 선수가 2게임 이상 앞서야 승부가 끝났다.

하지만 너무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선수들 체력에 무리가 오자 올해부터 규칙을 바꿨다. 5세트 12-12가 되면 타이브레이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결국 올해 처음 시행된 5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됐다.

페더러로선 두고두고 땅을 칠만한 경기였다. 페더러는 경기 내용에서 조코비치를 앞섰다. 복싱이나 격투기처럼 판정승이 있다면 페더러가 이긴 경기였다. 전체 포인트 숫자에서 218-204로 더 많았고 서브에이스도 26-10으로 2배 이상 앞섰다.

경기 중에도 여러 번이나 승리를 확정지을 기회가 있었다. 페더러는 5세트 게임스코어 7-7에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8-7로 리드한 가운데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40-15로 앞섰다. 우승에 단 1포인트만 남긴 더블 매치포인트였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벼랑 끝에서 기적처럼 살아났다. 연속 두 포인트를 따내 듀스를 만든 뒤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지옥에서 간신히 벗어난 조코비치는 끝내 5세트를 가져오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조코비치처럼 윔블던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를 내주고 우승을 차지한 예는 71년 전에 있었다. 1948년 당시 밥 팔켄버그(미국)가 존 브롬위치(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매치포인트에 몰린 뒤 역전 우승을 이룬 이후 처음이었다.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2011년, 2014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통산 5번째 윔블던 우승을 달성했다. 호주오픈 7회, US오픈 3회, 프랑스오픈 1회를 포함하면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가 16회로 늘어났다. 통산 20회의 페더러, 18회의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 2위)에 이어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역대 최다 우승 3위다.

우승 상금 235만 파운드(약 34억7000만원)을 품에 안은 동시에 페더러와 상대 전적도 26승 22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특히 윔블던 결승에서만 2014년, 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3번이나 페더러를 꺾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영국 팬들은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지 모르는 페더러를 더 많이 응원했다. 조코비치로선 페더러에게 쏠리는 일방적인 응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정신력이 강했다. 그는 “팬들이 ‘로저’를 더 많이 외쳤지만 나에게는 ‘노박’이라고 들렸다”며 “2012년 호주오픈에서도 나달과 6시간 가까운 결승전을 치렀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늘 경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다잡았던 통산 21번째 메이저 우승을 놓친 페더러는 경기 후에도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런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인데 놓쳐버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윔블던 센터코트를 메운 멋진 팬들 앞에서 조코비차아 같은 훌륭한 선수와 경쟁한다는 것이 너무 좋다”며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테니스를 하는 이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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