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반세기만에 다시 밟는 달…“이젠 머물러 간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폴로 달 착륙 50주년

미, 2024년 달 착륙 다시 도전

프로젝트 이름은 아르테미스

첫 여성 우주비행사 보내기로

착륙 지점은 물 풍부한 남극

달 궤도 정거장에 도착한 뒤

착륙선 갈아타고 달 표면으로

2020년대 후반 기지 건설 목표

의회선 시큰둥…일정도 촉박

민간 우주선 이용할 가능성도

중·일·러·인 등도 경쟁 합류

한국은 2030년 무인 착륙선 꿈

‘블루오션’ 우주산업 대비해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21일(세계표준시 기준). 당시 세계 각국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인류가 맞이하는 장엄한 순간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도 “우주의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이 날을 경축하고 달세계 개척에의 전 인류참여에 호응하고자” 이에 동참했다. 수천년간 신화와 전설, 상상의 무대에 머물던 달이 현실로 내려온 순간이었다.

한겨레

그러나 영광과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목표를 달성한 미국은 3년 후 달 여행을 접었다.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성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 착륙 프로그램 아폴로에 쓴 돈은 모두 250억달러. 지금 가치로 1500억달러(175조원)에 이른다. 미국에 선두자리를 내준 소련도 더는 달에 미련을 갖지 않았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달이 반세기만에 다시 우주 탐사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을 보고 자란 ‘아폴로 키즈’들이 새 무대의 주역들이다. 이들이 이끄는 21세기 달 탐사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제임스 브라이든스틴 나사(미국항공우주국) 국장은 “이번엔 단지 발자국과 깃발을 남기려 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머물기 위해 간다”는 말로 설명한다. 더 먼 우주, 즉 화성으로 가는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인 달에선 훨씬 쉽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나사의 새로운 달 착륙 목표 시기는 2024년이다. 애초 2028년으로 잡았다가 올해 이를 앞당겼다. 2024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할 경우 두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다. 프로젝트 이름은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으로,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다. 나사는 이름에 걸맞게 이번엔 여성 우주비행사도 보낼 예정이다.

과거 아폴로는 지구에서 달 표면으로 직행했다. 아르테미스는 정거장을 한 번 거친다. 게이트웨이(달 궤도 정거장)에 도착한 뒤, 여기서 착륙선으로 갈아타고 달 표면으로 내려간다. 달 궤도에 설치될 게이트웨이는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의 중간기착지이자 우주비행사들의 임시거처, 우주 실험실 역할을 한다. 2022년 하반기 첫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다. 국제 및 민간 협력을 통해 짓게 될 게이트웨이는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초기 규모를 4인 시설에서 2인 시설로 조정했다. 우주비행사를 게이트웨이까지 보낼 차세대 로켓 에스엘에스(SLS)와 유인 우주선 오리온은 각각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제작 중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달 여행길은 나사만 닦는 게 아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는 로켓 일체형 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해 2023년 첫 달 궤도 여행 사업도 시도한다. 지난해 1호 달 여행객으로 일본 기업가를 선정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는 다섯살 때 목격한 ‘아폴로 11호’를 계기로 우주에 눈을 떴다. 아마존에서 번 돈으로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을 세우고 매년 10억달러의 사재를 우주사업에 쓰기로 약속했다. 지난 5월 그는 직접 달 착륙선 ‘블루문' 실물 크기 모형을 공개했다. 2020년대 초반엔 우주여행 사업에도 나선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나사는 앞으로 5년간 200억~3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금보다 연간 40억~60억달러가 더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의회가 시큰둥하다. 나사의 로켓과 우주선 개발 일정도 진행속도가 더디다. 2020년까지는 시험비행을 마쳐야 아르테미스 일정을 맞출 수 있지만 불투명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민간업체 로켓과 우주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 참석한 브라이든스틴은 나사가 달 착륙선을 직접 제작하는 대신 민간업체 착륙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의 일정도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폴로 우주선들이 착륙한 곳은 달 앞면 적도 부근이다. 아르테미스는 달 남극 부근을 겨냥한다. 왜 이곳으로 정했을까? 나사는 이르면 2028년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런데 달 기지 건설과 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지구에서 조달하려면 너무나 큰 비용이 든다. 대안은 달에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달에는 소중한 자원이 있다. 물이다. 물이 풍부하게 있는 곳이 달 남극 지역이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수억톤의 물이 얼음 형태로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물은 식수나 농업용수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 로켓 연료나 호흡용 산소로 쓸 수도 있다. 남극은 또 달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는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태양 에너지로 달 토양과 암석 등을 현지에서 직접 건축재료로 쓸 수 있다.

2020년대 달 착륙 경쟁은 아폴로 때보다 판이 커졌다. 미국-소련 양자 구도에서 이제는 중국과 인도, 일본까지 가세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창어 4호는 2019년 1월 벽두에 달 뒷면에 안착했다. 미국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중국은 2019년 말에는 달 표면의 표본을 수집해올 창어 5호 발사하고, 10년 안에 달 남극에 과학연구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 달 궤도선을 보냈던 인도는 11년만에 첫 달 착륙선 찬드라얀 2호를 보낸다. 7월15일 발사, 9월6일 착륙이 목표다. 찬드라얀 2호의 목적지도 달 남극이다. 성공하면 인도는 세계 4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인도의 달 탐사 목적은 핵융합발전 원료인 헬륨3를 찾는 것이다. 지구에는 희귀한 물질이다. 소행성 탐사에서 앞서 있는 일본은 2021년 무인 달 탐사에 이어 2029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 도요타가 우주비행사 2명이 타고 1만㎞를 달릴 수 있는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 1966년 미국보다 앞서 무인 달 탐사선을 착륙시켰다. 하지만 유인 착륙에서 미국에 추월당한 뒤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초대형 로켓을 제작한 뒤 2029년 달 궤도 비행, 2030년 유인 달 착륙에 도전한다. 유럽우주국은 ‘문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2020년대 달 기지 건설을 시작해 2040년대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한국형 발사체도 완성하지 못했다. 현재로썬 2020년 말 스페이스엑스 로켓으로 달 탐사 궤도선을, 2030년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구상이다. 활동 기간이 1년인 달 궤도선(KPLO)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을 맡고 있다.

달 기지 건설과 자원 채굴이 달 탐사 목표로 떠오름에 따라 이에 관한 규칙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우주개발과 관련한 국제규범이 없는 건 아니다.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은 우주는 어떤 국가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우주 탐사와 이용은 모든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2015년 우주에서 추출한 자원의 소유와 판매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향후 달 자원과 영토 점유를 둘러싸고 다른 나라들과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국의 로켓과 위성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우주산업은 2040년대 연간 3000조원대까지 커질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이에 대비해 후발 국가들도 속속 우주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래의 거대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2018년 7월 호주우주국을 신설했다. 유럽 소국 룩셈부르크도 2018년 9월 소행성 광물 탐사를 최우선 과제로 우주국을 출범시켰다. 한국에서도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독립적 정책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거나 정책 시스템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극한의 조건을 견뎌내야 하는 우주 탐사를 위해선 IT, 항공, 엔지니어링,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여기서 축적된 기술력은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정보화, 자동화 시대를 잇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형성될 수도 있는 분야다. 달 재도전을 계기로 큰 도약을 준비하는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주가 의미 있는 건 경제적 잠재력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간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과 미래의 꿈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는 세상을 대하는 시야를 틔워주고 도전욕을 자극할 것이다. ‘아폴로 키즈’들이 사재를 털어가며 우주사업에 뛰어드는 원동력도 여기에서 나온 건 아닐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