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3737481 0012019071553737481 08 0805001 6.0.9-release 1 경향신문 0

숨어있던 미완의 AN-225, 투자자를 찾습니다

글자크기

단 1대뿐인 지구 최대의 비행기…우크라이나서 70% 완성체 발견

중국과 합작사 설립 사실상 중단…우주개발 붐 타고 ‘날갯짓’ 기대

경향신문

1989년 파리 에어쇼에서 구소련의 우주 왕복선을 등에 업고 비행 중인 AN-225. 엔진이 6개나 장착됐으며, 현존하는 어느 항공기보다 덩치가 크다. 안토노프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9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2012>는 고대 마야문명에서 예견했다는 인류 멸망을 기본 줄거리로 삼는다. 마야인들의 계산 방식에 따르면 2012년 인류에 큰 재앙이 닥친다. 영화에선 지각이 완전히 무너지고 대규모 해일이 일어나면서 우리가 알던 세상은 사라지는 상황을 묘사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한 러시아 부호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의 아이와 동료들을 대피시킬 목적으로 본인이 소유한 비행기 하나를 끌고 나오는데, 그 덩치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빌딩만 한 높이에 극장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긴 날개 길이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 믿기 힘든 비행기가 진짜로 있다. 옛 소련의 비행기 제작사인 안토노프가 만든 ‘AN-225’이다. 1988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비행기는 그야말로 대단한 몸집을 자랑한다. 덩치 큰 여객기의 대명사인 A380과 비교해도 AN-225가 한 수 위다. A380는 몸체 길이가 72m인데 AN-225은 84m다. 10m 이상 길다. 동체 옆에 달린 주날개의 폭도 역시 10m 정도 AN-225가 길다. 이 비행기 옆에 서 있다면 현재 지구상에 있는 어떤 비행기도 왜소하게 느껴지는 일을 피할 수 없다.

경향신문

엄청난 덩치로 인한 착륙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AN-225의 동체에는 바퀴가 32개나 빼곡히 장착돼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덩치는 외관에서부터 독특한 특징을 만들어낸다. 덩치가 엄청나게 커서 바퀴 수가 무려 32개나 된다. 비행기 중앙 하단부에 옥수수처럼 촘촘하게 설치된 바퀴들은 여느 여객기와는 다른 모양새다. 덩치에서 나오는 엄청난 착륙 중량을 이겨내려는 자구책이다. AN-225가 실어나를 수 있는 최대 수송량은 250t가량이다. 역시 대형기인 보잉747 계열보다 2배가량 많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현재 세계에서 딱 1대가 운항하고 있다. AN-225가 어떤 물건이든 실을 수 있는 만능 화물기이기는 하지만 커다란 덩치만큼 운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엔진도 민항기에서는 보기 어려운 6개의 제트엔진이 달려 있다. 사실 AN-225가 이런 엄청난 덩치를 갖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옛 소련의 우주왕복선을 수송하는 용도 때문이다. 하지만 왕복선 계획이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사라지면서 과도한 덩치를 가진 AN-225 역시 존재 이유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던 AN-225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 ‘더선’은 우크라이나의 한 격납고에 AN-225 한 대가 보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비행기는 처음 생산돼 비행 중인 기체와는 달리 70%만 조립된 채 1989년부터 방치돼 왔다. 하지만 그 위용은 그대로다. 이 비행기가 완성된다면 탱크 10대 또는 자동차 30대를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적재량을 과시할 것이라고 ‘더선’은 보도했다.

사실 AN-225의 부활이 코앞에 임박한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2016년 8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외신들은 중국 기업과 우크라이나의 안토노프가 AN-225 합작 생산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예정대로라면 올해 두 번째 AN-225를 세상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더선’에 따르면 중국 내로 비행기 부품을 반출하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예정된 과정을 진행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N-225가 중국 내에서 엄청나게 늘고 있는 항공 수요에 대응할 묘안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이 되지는 못한 것이다. 외신들은 미완성된 AN-225 2호기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많은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미완성된 AN-225 2호기는 계속 어두운 격납고 속에 잠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토노프 측은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우주개발이 AN-225의 부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안토노프 측은 민간에서 우주 탐사와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것이 대형 화물 운송에 대한 전망에 변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구 상공 100㎞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한 우주 관광 프로그램의 경우 대형 비행기 머리 위 또는 동체 아래에 우주선이 매달려 있다가 높은 고도에서 분리돼 우주로 향하는 방식을 이미 관련 업계에서 고안하고 있다. 안토노프의 젠나디 실첸코 AN-225 프로그램 부문장은 “그런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을 때 새로운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투자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주 관광 같은 민간 우주 프로그램이 높은 시장성을 가질 정도로 활성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우주 여행을 위해 로켓을 높은 고도에서 분리할 대형 항공기까지 자체 보유하려는 경향이 우주 관련 민간회사에서 감지되는 것도 AN-225의 부활에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 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