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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낭만 뱃길 위에 놓인 다리...'남도 명품섬' 자동차로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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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가는 신안 자은도·증도에 휴가철 인파 몰려
증도 백길해수욕장 작년보다 10배 늘어난 5만명 예상
완도 신지도, ‘김일 고향’ 고흥 거금도에도 차량 행렬

조선일보

지난 4월 개통한 천사대교. 전남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한다. 이 다리를 거쳐 신안 자은·암태·팔금·안좌도에 차량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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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 섬과 육지가 연결되고 있다. 도서끼리 이은 다리는 연도교(連島橋), 도서와 뭍을 잇는 것은 연륙교(連陸橋)다. 서로 연결된 섬 중 하나가 육지와 이어지면 그 모든 섬은 ‘반(半)육지’가 된다. 배를 타고 않고 자동차로 다리를 건너 섬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낭만이 깃든 포구에서 뱃시간을 기다리는 설렘은 사라졌으나, 고립감 없이 편안한 섬 여행이 가능해졌다. 기상 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금지되면 섬에서 발이 묶이기 십상이었다. 연륙된 섬에선 언제든지 섬을 드나들어 여행 일정이 취소되거나 길어질 염려는 없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리로 연결된 전남의 주요 섬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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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증도 백길해수욕장 전경./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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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길이의 광활한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슴이 뻥 뚫린다. 신안에 이런 명품 해수욕장이 있었다니 놀랍다." 자영업자 이강수(38·광주 용봉동)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차로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 백길해수욕장에서 아이 둘과 함께 모래 놀이를 하며 지난 5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작년만 해도 이동이 불편해 엄두를 못 내는 섬 여행이었다. 지난 4월 신안 암태도와 압해도를 잇는 천사대교(연도교)가 개통하면서 이 다리를 거쳐 곧장 해수욕장에 닿게 된 것이다. 다리 개통 전에는 뱃길과 육로를 통한 이동에만 광주에서 5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뱃길 위에 천사대교가 놓였다.

자은의 백길·분계해수욕장 2곳은 지난 13일 문을 열었다. 최한웅 신안군 홍보계장은 "백길해수욕장의 경우 올해는 작년 5600여 명보다 10배 많은 5만명 피서객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불어난 관광객을 대비해 신안군은 주차장을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로 들였다. 천사대교를 이용하면 자은도을 비롯해 암태·팔금·안좌도 네 섬을 차로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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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증도의 우전해수욕장 전경./ 신안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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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의 증도는 2010년 3월 지도읍 사옥도와 증도대교(연도교)로 연결됐다. 사옥도가 이미 육지와 연결돼 있어 차량으로 입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전에는 배로만 들어가는 ‘신비의 섬’이었다.

증도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소금밭 ‘태평염전’이 있다. 단일 염전으론 국내에서 가장 넓다. 소금창고를 고쳐 만든 소금박물관이 있고, 염전에선 소금 생산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신안은 우리나라 천일염의 60%를 생산한다. 핵심 지역이 증도다. 천일염은 주로 봄~가을에 생산된다. 증도갯벌은 2009년 5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2010년 1월 정부로부터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됐으며, 2011년 9월 람사르습지(세계적으로 보호가치를 인정받은 습지)에 등록됐다. 갯벌 위를 걷는 짱뚱어다리가 명소로 꼽힌다. 울창한 곰솔숲을 갖춘 증도의 우전해수욕장은 지난 13일 본격적으로 피서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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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전경./ 완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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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완도읍 본섬은 1969년 완도대교로 해남군 쪽의 육지와 연결됐다. 50년이 흘렀다. 완도는 더는 섬이 아니다. 완도읍 주변 부속 섬은 여전히 ‘섬’이다. 은빛 가는 모래가 10리로 펼쳐져 있고, 바람과 파도에 모래가 우는 소리가 10리까지 들린다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품은 신지도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찾았다.

2005년 완도 본섬과 신지도가 신지대교(연도교)로 연결되면서 이제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차를 타고 신지도로 물밀듯이 몰려든다. 신지도 주변 섬인 고금도는 2007년 강진 마량과 고금대교(연륙교)로 연결됐다. 고금도와 신지도가 2017년 11월 장보고대교(연도교)로 연결되면서 신지도는 이제 강진에서도, 완도에서도 차량으로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27번 국도 종점은 전남 고흥군 녹동항이었다. 한센인(한센병 환자)의 한이 서린 고흥 소록도가 2009년 3월 녹동과 소록대교(연륙교)로 연결되면서 27번 국도는 연장됐다. 일제강점기 한센인 6만여 명이 문드러진 손으로 3년 4개월에 걸쳐 만든 소록도 중앙공원을 이제 차량으로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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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전남 고흥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 개통을 기념해 거금도 김일기념체육관에서 프로레슬링 경기가 열리고 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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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 국도는 더 길어졌다. 2011년 12월 소록도와 거금도가 거금대교(연도교)로 연결되면서다.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해안도로 자전거 일주로 유명한 곳이다. 익금·고라금·금장·연소해수욕장이 있다. ‘박치기왕’ 김일(1929~2006)의 고향이다.

1960년대 말, 열렬한 프로레슬링 팬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김일을 청와대로 자주 초청했다. 어느 날, 박 대통령은 "임자, 소원이 뭔가"라고 물었다. 당시 고흥 주민은 주로 김을 채취해 생계를 꾸렸다. 야간에는 등잔불에 의존해 김을 따야 할 정도로 열악한 작업 환경이었다. 김일은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김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제 레슬링 경기를 TV로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6개월 뒤 거금도에는 전국 섬에서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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