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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여행의 계절, 가이드북 대신 에세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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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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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12주 연속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독주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유정, 조남주, 조정래 등 내로라하는 소설가의 신작이 쏟아졌지만 김영하가 본업(소설)이 아닌 부업(에세이)의 화력만으로도 여름 시장을 제패한 것이다. 문학동네는 20만부를 돌파한 이 책의 세 번째 에디션인 '바캉스 에디션'까지 출간했다.

여름 서점가에 여행 에세이 전성시대가 열렸다. 김영하 책을 비롯해 임경선 김민식 태원준 등 소설가·여행작가 등이 쓴 다채로운 여행 에세이들이 여행 분야 도서를 장악했다. 12일 알라딘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는 여행 에세이가 9권이었고 가이드북은 1권뿐이었다. '100배 즐기기' '저스트고' 등 여행가이드 시리즈가 여름 성수기를 장악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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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는 2017년 전년 대비 4.8% 늘었던 여행 분야 도서 매출이 2018년 -11.2%, 올 상반기에는 -13.1%로 급락했다. 교보문고는 "여행 분야는 중심 축인 여행 가이드북이 모바일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 정보 경쟁에서 뒤처지며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검색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여행 에세이는 오히려 확장세다. 이 분야 4위에 오른 책은 임경선 소설가의 '다정한 구원'(미디어창비)이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1년간 리스본에 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열 살 때 기억을 떠올리며, 열 살인 딸과 함께 리스본으로 떠난 여행기다.

5위에 오른 책은 IT 유튜버 디에디트의 하경화·이혜민 대표가 쓴 '어차피 일할 거라면, Porto'(포북)이다. "낯선 도시에 살면서 일하는 것,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무작정 포르투갈 포르투로 회사를 옮겨버린 사연을 두 저자가 들려준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의 '아직, 도쿄'(위즈덤하우스)도 출간 4개월째 순항 중이다. 혼자 떠나기 좋은 도시 도쿄에서 작가는 취향대로 고른 문구점, 카페, 음식점, 공원과 책방을 소개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법을 알려준다. 여행 에세이의 목적지는 이처럼 '한 도시에서 살아보기'가 대세다.

작가군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소설가들의 맹활약에 이어 김민식 PD의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위즈덤하우스)는 40대 위기를 여행으로 극복했다면서 본인 여행 철학을 책에 담아 이 분야 2위에 올랐다.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기행기인 '묵상'(돌베개)도 출간 직후 이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종합 베스트셀러 정권 교체조차 여행 에세이가 할 조짐도 보인다. 유시민이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 이야기를 담은 '유럽 도시 기행 1'은 9일 출간 직전 예약 판매만으로 교보문고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행작가 중에는 지난달 신간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을 출간한 태원준이 고군분투 중이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를 비롯해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기 3부작이 18만부나 팔리며 단숨에 이 시장의 강자가 된 스타 작가다. 엄마와 함께 유럽, 중남미 등 70개국 200여 도시를 여행한 작가는 이번에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를 혼자서 배낭을 꾸려 떠났다. 김정민 북로그컴퍼니 대표는 "2013년 '엄마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자녀를 위해 헌신만 했던 엄마가 한동희라는 이름을 되찾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모습에 '딸 독자'들 반응이 이례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에세이의 투고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이런 현상만 봐도 여행 에세이 독자가 많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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