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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범호의 화려한 퇴장과 오버랩 된 박한이 은퇴식…삼성 "답할 수 있는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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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 5월 26일 대구 키움전에서 대타로 나와 조상우로부터 끝내기 역전 2타점 2루타를 뽑아낸 후 기뻐하는 박한이의 모습. 이 경기가 박한이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 사진제공 | 삼성라이온즈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IA의 ‘꽃’ 이범호가 화려한 은퇴식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점에 동료,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성대하게 떠난 이범호를 보며 많은 야구팬의 뇌리를 스쳐지나간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 된 박한이다.

5월 26일 대구 키움전. 박한이는 이날 경기의 영웅이었다.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대타로 들어선 박한이는 철벽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역전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2루에 도달한 박한이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양 손을 하늘 위로 뻗어 극한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 경기는 올시즌 삼성이 치른 몇 안 되는 역대급 경기로 남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기쁨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충격으로 탈바꿈했다. 음주 운전이 적발된 박한이는 곧장 구단에 은퇴 의사를 내비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성대한 은퇴식, 영구결번, 그리고 지도자 생활까지 은퇴 후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삼성의 레전드는 그렇게 허무하게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박한이의 황망한 은퇴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던 삼성 팬들은 13일 이범호의 은퇴식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박한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가슴속에 짙게 남아있던 아쉬움은 배가됐다. 아직도 곳곳에서 그간 구설없이 묵묵하게 KBO리그, 그리고 삼성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박한이의 은퇴식을 치러주자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부지불식간에 레전드를 떠나보낸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삼성은 조심스럽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음주 운전 물의를 일으켜 은퇴를 선언한 선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기 상조라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14일 “지금 구단으로선 (박한이의 은퇴식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구단 차원에서도 박한이의 은퇴식과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범호와 박한이의 상황이 전혀 다른만큼 별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범호와 박한이. 한 선수는 전율이 돋을만큼 큰 박수속에 영광스럽게 그라운드를 떠났고, 다른 선수는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19년 야구생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자취를 감췄다. 이범호의 아름답고 성대한 은퇴식 뒤에 떠오른 박한이의 존재는 팬들 가슴에 씁쓸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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