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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우도 친자감정?… 확인서 있으면 우시장에서 ‘특급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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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축산기술연구소, 모근 30개만으로 닷새만에 확인

친자확인서 첨부하면 송아지 50만~100만원 더 받아

혈통 관리하면 골격 크고 육질 우수한 한우로 성장

충남 보령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송병학(48)씨는 최근 청양에 있는 충남축산기술연구소를 찾았다. 농장에서 기르는 암소와 송아지의 유전자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암소와 송아지의 모근 각각 30개씩을 연구소에 제출한 그는 며칠 뒤 “어미 소와 송아지의 친자가 맞다”는 친자확인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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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축산기술연구소 이종관 연구사가 축산농가에서 맡긴 어미소와 송아지의 모근을 이용해 친자감정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축산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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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2~3년 전부터 송아지 친자감정을 받아 우시장에 내다 팔았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아닌 사설 기관을 통해서였다. 감정을 받은 송아지는 우시장에서 웃돈을 받고 팔려 나갔다. 혈통을 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우는 태어나면 축협에 등록하고 ‘고유번호’를 부여받는다.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념이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 세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송씨는 올해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서만 세 번이나 확인 작업을 거쳤다. 예상대로 모두 친자로 확인됐다.

요즘은 우시장에서 소를 사고팔 때 고유번호를 통해 혈통 확인이 가능하다. 일부 축산농은 휴대전화 앱에서도 고유번호를 확인한다. 하지만 일부 축산농이 혈통을 속이거나 시기를 놓쳐 제때 고유번호를 등록하지 못하면 어미 소와 송아지의 혈통 확인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연구소를 거친 소의 95% 정도 친자로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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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감정을 통해 '친자확인서'를 받은 송아지는 우시장에서 50만~100만원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다. 사진은 충남지역의 우시장.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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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대부분 계절적 교미를 통해 3~5월에 집중적으로 새끼를 낳는다. 한꺼번에 송아지가 출생하기 때문에 곧바로 어미 소와 송아지를 구별하지 않으면 자칫 생이별이 될 수도 있다. 송아지가 다른 소를 자신의 어미인 줄 알고 따르거나 초산인 암소는 자신이 낳은 소를 돌보지 않아 다른 소의 돌봄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남남인 어미와 송아지가 가족이 된다.

충남축산기술연구소 이종관 연구사는 “혈통을 관리한 송아지는 골격이 크고 우수한 육질의 어미 소로 성장하게 된다”며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한우 개량과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친자감정’이다. 검사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미 소와 송아지의 꼬리털 30가닥을 활용, DNA를 추출한 뒤 DNA 농도 측정과 유전자 분석기 등을 통한 검사를 거치면 된다. 검사 기간은 3일, 최종 확인까지는 5일가량 걸린다. 결과는 ^친자 관계 성립(부·모 일치) ^부 일치, 모 불일치(부 불일치, 모 일치) ^부, 모 불일치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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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가 친자감정을 해달라며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 제출한 모근. [사진 충남축산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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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소와 송아지의 친자 확인 비용은 1만5000원이다. 아비 소를 포함하면 3만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충남축산기술연구소에서는 무료로 해준다. 충남축산기술연구소는 올해 한우 2000마리의 친자를 공짜로 감정해주고 있다. 지난해 1000마리에서 배로 늘어난 규모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무상으로 친자감정 사업을 하는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

연구소는 친자감정으로 한우 개량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혈통관리를 통해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자확인서 받은 송아지는 우시장에서 50만~100만원을 더 받고 거래가 된다. 2017년에는 328마리를 대상으로 친자검사를 진행한 결과 306마리(친자율 93.3%)가 일치했다.

친자감정을 거치면 어미 소와 송아지가 ‘한 마리의 남편’을 두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우수한 수소의 정자를 받아와 인공수정을 한다. 암송아지가 태어나 이력관리를 제때 하지 못하면 자칫 아비 소의 정자를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른바 ‘근친교배’로 축산농가에서 가장 꺼리는 일 중 하나다. 가족력 때문에 쉽게 병에 걸리거나 죽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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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축산기술연구소 이종관 연구사가 축산농가에서 맡긴 어미소와 송아지의 모근을 이용해 친자감정을 하고 있다. [사진 충남축산기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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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욱 충남축산기술연구소장은 “친자감정은 단순히 어미 소와 송아지의 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우수한 한우를 개량하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사업을 도내 전체 농가로 확대해 정확한 혈통정보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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