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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8590원]‘속도조절론’ 현실화…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물 건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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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급격 인상’에 부정적 여론…공익위원, 사쪽 손 들어줘

정부, 소득주도성장 ‘근간’ 후퇴하며 경제정책 방향도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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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요구안에 대한 위원들의 투표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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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상폭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현실화됐다. 역대 3번째로 낮은 2.87%의 인상률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도 불가능해졌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참사”라며 불복 의사를 밝혀 노·정관계를 더욱 어둡게 했다. 정부로서는 지난 2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대가’를 비싼 값에 치르게 된 셈이다.

■ 2년 만에 경영계 ‘완승’으로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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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왼쪽)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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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노사공익위원의 표결을 통해 경영계가 제시한 인상안인 859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13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11일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된 회의는 이날 오전 5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회의는 일부 노동자위원의 불참 속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민주노총은 회의가 열리는 세종청사 인근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회의 불참 가능성을 포함해 최종 요구안 관련 이견을 조율했다.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3인이 막판 참여를 결정하면서, 이날 표결은 지난해와 달리 노사공익위원 27인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해 표결에는 노동자위원 4인과 사용자위원 9인이 불참한 바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노사 양측의 요구안 중에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2017년 최저임금 심의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당시에도 공익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을 설정하거나 공익위원안을 제출하는 대신 노동계에는 가능한 최저임금의 ‘상한선’을, 경영계에는 ‘하한선’을 각각 비공개로 알렸다. 올해의 경우 노동계에는 한 자릿수 인상률을, 경영계에는 최소 동결 이상의 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수정안에서 올해보다 14.6% 인상된 9570원을 제시했던 노동계는 6.35% 인상안인 8880원까지 물러섰고, 수정안에서도 2.0% 삭감안을 주장했던 경영계는 동결안보다 소폭 인상한 2.87% 인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놓고 벌인 투표의 결과는 올해와 2017년의 결과가 판이했다. 2017년엔 노동계가 제출한 16.4%가 다수표를 얻었다. 올해 투표에선 전체 27표 중 경영계가 15표를 얻어 11표인 노동계를 제압했다.

최임위에는 노사 양측에서 각각 9명씩의 위원들이 참석한다. 결국 9명의 공익위원 표가 중요한데, 기권 1명을 제외하면 8명 중 6명이 경영계 요구안에 몰표를 던진 셈이다. 그 결과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인상률’ ‘전년 대비 역대 최대 인상률 삭감(8.03%포인트)’이라는 진기록까지 나왔다.

■ “인상 억제” 여론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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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리얼미터의 이달 초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최저임금 적정액 평균은 4.1% 인상된 8690원으로 노동계 요구보다 낮았다.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은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과 수정안에서 모두 삭감안을 제시하는 배수진을 치며, 정부·여당에서조차 속도조절론 내지는 동결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십분 활용했다. 경영계는 지난 2년간 노·정 갈등의 불씨가 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실리’를 이미 챙겼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위가 심도 있게 검토키로 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경영계의 숙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주요 축인 공공·사회서비스 고용 확대 정책이 노동계 반발에 부딪힌 데 이어, 최저임금 역시 완연한 속도조절을 시작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터닝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정책 전반에서 개혁을 추진해온 정부의 방향성 역시 후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심의 직후 “최근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에 대한 우리 자신의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평했다.

이효상·정대연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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