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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SK, 하나금융 지분 전량 매각 무슨 일이-5G 투자 재원 마련용으로 쓴다는데…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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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하나금융지주 주식 610만9000주(지분율 약 2%) 전량을 처분했다. 약 22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두 회사는 합작사로 하나SK카드, 핀크 등을 운영하며 돈독하게 지내왔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SK텔레콤이 6월 중순 하나금융 보유 지분 전량 매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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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하나금융 주식 왜 소유했나

▷신용카드-통신사 시너지 효과 노려

표면적인 매각 이유는 SK텔레콤이 ‘ICT 산업 쪽에 좀 더 투자를 하기 위해서’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5G 시대를 열어젖힐 다양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재원 마련이 절실했던 터에 마침 하나금융 주식이 있어 처분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애초 하나금융 주식을 어떻게 보유하게 됐을까.

두 회사가 제휴를 맺은 것은 2010년 하나카드가 SKT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받아들이면서다. 당시 하나SK카드(현 하나카드)란 이름은 이런 연유로 붙여졌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소비 빅데이터, 제휴 할인 등에서 통신사와 시너지 효과가 많다고 봐서 당시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4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외환카드가 따라왔는데 종전 하나SK카드와 합쳐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때 불편할 수 있는 쪽은 SK텔레콤 측이었다. 종전 절반 가까이 됐던 SK텔레콤 지분율이 합병 후 25.4%까지 떨어질 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런 SK텔레콤 입장을 십분 고려, 카드사 지분율 감소분을 대체할 투자처로 하나금융지주 신주를 제시했다. SK텔레콤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길로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 소유 하나카드 지분(25.4%) 중 10.4%를 매입한 후 1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SK텔레콤에 하나금융 신주 610만9000주(2.064%)를 발행(2015년)해줬다. 최근 매각한 바로 그 주식이다. SK텔레콤은 주식 보유 4년 만에 매각, 약 500억원의 차익을 올리게 됐다.

▶지분 매각 후 완전 결별?

▷카드 지분 유지, 핀크 사업도 계속

SK텔레콤 측은 하나금융지주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나카드, 핀테크 업체 핀크 등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외부 시각은 꼭 그렇게만은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매각 시점에 의문을 갖는 시선이 꽤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또 다른 신사업에 연합군을 구성할 만큼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입찰에서 키움증권 컨소시엄 참여업체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아무 곳도 선정하지 않았다. 혁신성 등 각종 사업성 평가에 미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변 관계자들은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공을 들였던 두 회사 입장에서는 허탈함을 넘어 책임 소재를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 SK텔레콤과 하나금융 간 사이를 서먹하게 만든 이유가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곳은 단연 하나카드였다.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6%대의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2위권 업체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 그런데 정작 최종 입찰 뚜껑을 열어보니 우선협상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 정도 위상이라면 차라리 은행 산하 사업부로 통합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3인터넷은행 예비입찰자 선정 과정 중 금융위 평가에서 종전 서비스 대비 나은 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SK텔레콤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이란 후문이다. 인터넷은행, 롯데카드 인수 실패 등을 놓고 볼 때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인지하고 점차 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비등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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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하나금융 합작사 핀크 대표에 최근 SK텔레콤 출신 권영탁 최고운영책임자를 선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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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크 CEO 인사도 묘한 뒷맛

▷SK텔레콤 출신 인사 전격 선임

최근 합작사 핀크 CEO 인사를 두고도 설왕설래다.

핀크는 하나금융 51%, SK텔레콤 49% 소유의 신개념 핀테크 회사다. 3년 전 출범해서 ICT 분야는 물론 금융권도 잘 아는 인사, 민응준 대표를 선임해 운영해왔다. 민 대표는 하나금융, SK텔레콤 입장에서 ‘중립적’인 인사로 통했다. 대표 선임 뒤 연예인 유병재를 기용, 젊은 층에 어필하는가 하면 선불카드 ‘핀크카드’, 소액대출, 해외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는 했다. 다만 종전 하나금융의 통합 서비스 ‘하나멤버스’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적자도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7월 초 핀크 대표로 SK텔레콤 출신 권영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하면서 또 한 번 뒷말이 무성했다. 이번 인사는 SK텔레콤 측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읽히기 때문. 권 신임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유통기획·판매기획·제휴사업·마케팅전략팀 등을 두루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실패 뒤 이제는 SK 방식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시각이 반영됐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출신이 어디인지보다 얼마나 그 사업에 적임자인지를 봤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나금융 “본업 경쟁력 높일 것”

▷최근 자사주 꾸준히 매입 계획 밝혀

여러 소문이 무성하지만 정작 하나금융은 덤덤하게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1년 내 300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SK텔레콤 지분 처분 이후 주가 방어 차원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어떤 배경이 작용했든지 간에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 블록딜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보유 기간 동안 그다지 임팩트 있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순익 기대 같은 호재 등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금융산업 본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가 흐름 측면에서는 앞으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총평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하나금융지주는 2분기 순이익이 6453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7%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순익 예상치도 전년 수준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6호 (2019.07.10~2019.07.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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