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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N초점] "차별점 계산 안했다"던 안판석 PD…'봄밤', '예쁜누나' 넘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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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차별화를 둔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말이 되는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에요."


안판석 PD는 '봄밤'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전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의 차별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계산을 하는 건 생각조차 없다"며 "다만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봄밤'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성공 이후 안판석 PD가 선보인 작품으로, 줄곧 차별점에 대한 질문이 따라다닌 드라마이기도 했다. 결과는 '봄밤'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넘었다. '봄밤' 마지막회 시청률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기록한 자체최고시청률 7.3%보다 높은 7.4%와 9.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달성하며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봄밤'(극본 김은/연출 안판석) 31~32회에서는 이정인(한지민 분)과 유지호(정해인 분)의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신형선(길해선 분)은 유지호와 그의 아들 은우를 만났다. 그는 은우와 함께 살겠다는 이정인을 걱정하면서도 아들을 직접 키우겠다는 유지호를 같은 부모로서 이해하게 됐다. 이정인도 신형선에게 "후회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곁에 지호씨가 있을 테니 괜찮다. 다시 금방 행복해질 것"이라고 엄마를 위로했다.

이태학(송승환 분)은 재단에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권영국(김창완 분)의 제안을 듣고 이정인에게 연락했지만, 이정인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믿어달라"고 하자 권영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정인도 유지호의 부모를 만나 인사했다. 그는 "은우에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이들을 안심시켰다. 술에 취해 잠들어 다음날 은우의 방에서 깨게 된 이정인은 당황했다. 그런 이정인에게 유지호는 "반드시 결혼한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두 사람은 키스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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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은 방송 전부터 안판석 PD와 김은 작가, 정해인의 전작이기도 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존 드라마와 달리 남녀 관계의 일상적인 부분들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약국에서의 우연한 첫 만남을 시작으로 남녀가 서서히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를 연기하는 한지민과 정해인의 멜로는 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했다.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과 얽히는 갈등도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갈등을 대하는 극 중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감정 변화에 시청자들은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딸의 결혼을 두고 속물 근성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모의 적나라한 욕망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닮았으면서도 결국 '봄밤'에도 몰입하게 하는 갈등 요소이기도 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선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남자의 유일한 흠이었다면, '봄밤'에선 싱글 대디라는 설정이 사랑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자신의 딸도 평범한 여성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만, 결혼 상대에게 이중적 잣대를 들이미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엄마 김미연(길해연 분)과 '봄밤'의 이태학은 역시 닮아있다.

여성들이 점차 주체적으로 변화해간다는 점도 그랬다. '봄밤'의 남자들은 유지호와 달리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이정인의 남자친구 권기석과 이서인(임성언 분)의 남편 남시훈(이무생 분)은 남녀관계에서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남성들이다. 이정인의 아버지 이태학은 딸의 결혼을 이용하고 딸의 폭력을 외면하는, 그리고 좀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겼다. 그런 남성들과 이들로 굳어진 관습 사이에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찾아가고 현실을 돌파해 가는 여성들의 모습 또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주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 윤진아(손예진 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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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라는 장르부터 캐스팅까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잔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결국 현실적인 연애와 남녀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공감대가 이번 드라마에서도 주효했다. 사랑의 설렘을 보여주면서도 이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들이 비슷한 구조로 그려졌지만, 조금씩 다른 설정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봄밤'은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잔상을 잠시 잊게 했다. 안판석 PD 특유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연출도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호흡이 긴 롱테이크에서 전달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대사가 더욱 날것으로 느껴지면서 '봄밤'이 그리는 일상적이고도 현실적인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결국 안판석 PD가 지향하는 보편성은 주효했다. 안판석 PD는 지난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라마 연출 노하우와 관련한 질문에 "노하우는 없다"고 답하면서도 "인간은 다 똑같은 것 같다. 내 생각과 고민, 과거의 매력적인 기억들 모두 보편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인간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보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게 유효했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만들 때 '요즘 뭐가 먹히지? 요즘 뭐를 좋아하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나 또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재밌어 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며 메모를 할 때가 있다. 그걸 하나씩 꺼내서 작품에 녹여낸다"고 했다.

보편성에 대한 안판석 PD의 고민은 또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 고민이 어떤 이야기와 연출로 드러날지 벌써 궁금해진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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