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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버티는 박순자', 1년전 상임위원장 배분하던 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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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the300]'진실공방'에 '리더십 논란'까지 불러온 상임위원장 자리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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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박순자 국토위원장,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덕흠 자유한국당 간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자유한국당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박순자 의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 지도부가 박 의원의 행동을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절차에 돌입했음에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징계' 절차에도 박순자 '버티기'=
한국당은 지난해 7월17일 의원총회를 통해 상임위원장 직을 배분하면서 외교통일위는 강석호·윤상현, 보건복지위는 이명수·김세연, 국토위는 박순자·홍문표, 산업위는 홍일표·이종구, 예결위는 안상수·황영철 의원이 1년씩 차례로 맡기로 합의했다. 경선을 실시한 예결위를 제외하고 합의에 따라 모든 상임위원장을 넘겨줬다. 그러나 박 위원장만 버티는 중이다.

박 위원장은 나름의 논리를 편다. 우선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정치적 배려(당내 유일한 여성 상임위원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홍문표 의원은 과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1년 맡아 당의 특혜를 이미 받았다고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자신의 입장문을 한국당 의원들에게 뿌리고,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도 위원장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을 때는 건강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입원농성'까지 벌였다. 나 원내대표가 병원까지 찾아가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직접 만나 설득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결국 지도부 '리더십' 논란이 일자 한국당 지도부는 징계카드를 꺼내들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당내 갈등을 초래하고 국민적 실망감을 유발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며 "당헌·당규를 위반한 박 의원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이 징계절차에 착수하더라도 박 위원장이 버티면 강제로 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다. 나 원내대표는 "강제로 내려오게 할 수 있는 건 없다"면서도 "당의 기강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이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차기 총선 공천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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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시한 지난해 5월말 '국회 후반기 자유한국당 몫 상임위원장 배분 회의' 자료. '당내 3선의원 현황'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 하단에는 상임위원장 대상의원 12명이라고 주석이 달려있다./사진제공=박순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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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상임위원장 배분하던 날 무슨 일이... =
박 위원장과 다른 3선 의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은 '합의 시점'이다. 박 위원장은 '5월 합의'를 주장한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2018년 5월 말일쯤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 주재로 20대 국회 후반기 자유한국당 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3선 의원회의가 원내대표실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회의에서 자료로 배부된 당 행정국에서 작성한 상임위원장 대상자는 12명 뿐"이라며 "홍문표 의원은 예결위원장을 역임했기에 상임위원장 자격이 없는 8명의 의원 속에 분명히 포함돼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당시 자료에는 한국당 내 20명의 3선의원 명단이 나열된 뒤 '※상임위원장 대상의원 12명'이라는 주석이 달려있다.

그러나 복수의 3선 의원들은 그 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12명의 대상의원 중에 정하자고 합의를 완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에 참여한 한 3선 의원은 "어떤 상임위가 한국당 몫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원장 배분이 되겠냐"며 "상임위원장 교통정리가 된 시점은 확실히 국회 원구성협상이 끝난 이후"라고 말했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끝난 시점은 지난해 7월 10일이다. 이날 이후 상임위원장 논의가 본격화된다.

박 위원장이 주장하는 '상임위원장 대상 의원 12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한국당 상임위원장 경선에 재선의원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 지난해 7월 12일 비상대책위원장·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한다. 당시 의총에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3선의원들 위주의 관례를 깨고 재선의원들도 역량이 있으면 상임위원장 경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건의가 나왔다. (관련기사 : 2018년 7월12일자 "내가 누드사진 때 막아줬는데"…한국당, 의총서 막말 오가며 결론없이 '갈등'만)

초재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재선의 주광덕 의원과 이장우 의원이 각각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환노위원회 위원장 경선에 출마한다. 박순자 위원장의 '5월 말 합의', '상임위원장 대상자 12명'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는 대목이다.

◇당 공식 보도자료에도 '박순자-홍문표' 교대로 =
박 위원장은 또 "저는 분명히 당시 원내지도부와 국토위원회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누는데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16일 한국당이 공식 배포한 자료를 보면 박 위원장이 홍문표 의원과 1년씩 교대로 국토위원장을 맡는다고 돼 있다.

한국당은 '자유한국당 공보실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법사위원장과 환노위원장은 각각 여상규-주광덕 의원, 김학용-이장우 의원이 경선을 실시한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한국당 공보실 단체카톡방은 한국당이 공식적인 논평과 자료 등을 배포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사적인 대화는 물론 기자들의 질문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당의 공식 입장만 배포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여기에는 △외교통일위원장 강석호-윤상현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안상수-황영철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박순자-홍문표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김세연-이명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종구-홍일표 의원은 1년씩 교대로 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있다. 한국당은 이틑날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추인한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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