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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의 '노브라 패션', '논란'으로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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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300건 가까이 쏟아져

여성 연예인 패션, 특히 속옷 미착용에 쏠리는 과도한 관심과 기사화

'논란'이란 표현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브라에 대해 달라진 세간의 시선 반영할 필요

탈코르셋 문화, 페미니즘적 실천으로 접근할 수 있어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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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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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는 지난 7일 오후 홍콩에서 열린 SBS '슈퍼콘서트 인 홍콩' 공연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때 속옷을 미착용한 채 흰 티를 입은 것이 한 언론사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 당시 사진, 영상 등이 올라오면서 '화사 노브라'는 단숨에 화제가 됐다.

10일부터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누리꾼 옥신각신', '갑론을박', '논란 예상하고 일부러 미착용?', '자유vs민망', '불붙이고 기름 붓고', '보디수트 의상 재조명', '관종인가, 니플 프리인가', '소신 행보', '찬반논쟁', '실시간 검색어 1위 찍은' 등 다양한 표현이 동원됐다. 10일부터 현재까지 '화사 노브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는 300여 건에 달한다.

화사를 지지하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비연예인 여성 사이에서도 속옷 미착용 패션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화사의 패션이 '논란'이라고 접근한 보도 비중이 월등히 높다.

논란은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툰다'는 뜻이다. 화사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인이 원하는 차림을 한 것인데도 갑자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사복 패션을 비롯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주목의 대상이 된다. 여성 연예인의 경우 더하다. 게다가 브라를 입지 않았다면? 가수 겸 배우 설리가 브라를 하지 않은 평상시 옷차림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기만 해도, '논란'이라는 딱지가 붙은 게 얼마 전이다. 설리는 자신에게 브래지어는 하나의 액세서리라고 응수했지만.

어떤 옷을 입는지는 개인의 자유인데도, 연예인들은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이유로 더 많은 찬사와 비난을 듣는 편이다. 속옷 미착용 패션은 오랜 시간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지적'받아왔다. 화사는 노브라 패션 이후, 과거에 입었던 노출 수위가 높은 의상들까지 다시 거론됐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화제를 만드는 건 기자 역할이 컸던 것 같다"면서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걸그룹이라는 위치를 벗어난 아이돌을 불편하게 여기는 게 화사 관련 기사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권 활동가는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입었다'거나, '화사가 과거에 입어 논란이 된 의상들' 같은 기사가 나온다. 기자들 입장에서 화사가 또 의상 논란을 일으켜주길 기다리고 바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도 "특히 20대 여성 아이돌 가수에게 특정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돌 가수에 대한 사회적 잣대(바른 생활, 말투, 행동, 옷 입기 등)가 엄격하고, 아이돌 가수는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에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옷을 입었을 때 이것을 중심으로 기사를 쓰면 사회적 주목을 받는다는 것을, 기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논란이 된다고 해도, 이 문제를 더욱 크게 일으키는 것은 언론사의 기사다. 클릭 수를 위해서만 이러한 논의를 다루는 기사 생산 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속옷 미착용을 '다루는' 것을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이사는 "이런 기사가 나오면 기성세대 가치관에 부합하는 의견과 그에 반대하는 의견이 댓글에서 충돌하게 된다. 독자들도 속옷 미착용에 관한 자기 입장을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다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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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을 미착용한 이른바 '노브라 패션'을 선보인 가수 설리(위)와 마마무 화사 (사진='악플의 밤' 캡처, 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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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도 "노브라뿐 아니라 여성의 몸과 의상은 늘 주목받는다. 그것을 관음하게 하는 기사가 엄청나게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사를 어떤 관점으로 쓰는지에 따라 기사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화사 씨의 공항 패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날의) 노브라 패션 사진 자체를 안 쓴 기사도 있었다. 기자들의 고민이 반영된 긍정적인 예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 부소장은 "노브라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즘 실천의 방법의 하나이므로, 화사 씨 같은 유명인이 이런 모습(속옷 미착용)을 보여준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는 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브라 패션'을 페미니즘적인 실천으로 바라보는 등, 최근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기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부터 SNS상에서 활발히 전개된 '탈코르셋 운동'이 대표적이다. 탈코르셋이란 여성에게 주어진 외적 규범(코르셋)에서 탈피한다는 의미로,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화장하지 않고 긴 머리를 짧게 쳐내거나 보기에 예쁜 옷보다는 편한 옷을 입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지난해와 올해 '여성의 몸을 음란하게 보는 시선을 거부한다'는 취지로 '찌찌해방만세', '천하제일 겨털대회' 등 여성 신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찌찌해방만세'는 상의를 전부 벗는 것이고, '천하제일 겨털대회'는 제모하지 않고 겨드랑이털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방암 인식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착용을 하지 않을 것을 권하는 '노브라 데이'(No Bra Day)도 있다. 2011년 7월, 익명의 한 여성이 제안한 '노브라 데이'는 현재 유방암 인식의 달인 10월로 옮겨져 10월 13일에 기념되고 있다.

권 활동가는 "브라에 대한 여성들, 네티즌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설리 씨는 속옷 미착용에 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화사 씨 기사 댓글에서도 '무슨 상관이냐', '개인의 자유' 등의 반박을 찾아볼 수 있다. 언론사도 이런 분위기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가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페미니즘 이슈는 더욱더 그렇다. 여전히 한국 내 언론사의 보수성이 공고하기 때문"이라며 "'화사 노브라 논란'이 아니라 '한국 사회 탈코르셋 흐름의 일부'나, '여성의 권리' 등으로 접근하는 기사를 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노브라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여성이 자기 몸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라며 "브래지어를 착용했을 때의 건강상 문제, (사회가 만들어 온) 브래지어의 신화 등을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권김 활동가는 페이스북을 글을 통해서도 노브라를 한 여자 연예인에게 초점을 맞춘 기사보다는, 노브라를 하는 여성들이 점점 느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한 기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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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지난해 6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페이스북이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만 삭제하는 점을 규탄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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