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사설]고령자 운전 제한 필요하나 인권·이동권도 고려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제 경찰청,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한노인회, 대한의사협회 등 21개 민·관·학계 주요 기관이 참여하는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과 수시적성검사 제도 개선,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지원 등 노인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는 오래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면허소지자 비율은 2016년 8%, 2017년 8.8%, 2018년 9.4%로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도 2014년 2만건에서 2017년 2만7000건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 기간 노인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3185명이나 됐다. 특히 80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가 매년 100명 이상 발생한다는 통계는 주목할 만하다. 초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재 서울, 부산,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70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정액 교통카드 지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면허 재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에는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도’가 들어 있다. 고령 운전자의 연령이나 신체조건 등을 감안해 조건부로 면허를 허가하는 제도다. 일정 연령 이상의 초고령 운전자나 인지기능 검사, 야간운전 시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고령 운전자에게 고속도로 통행 제한이나 야간운전 금지 등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고령자 운전 제한 조치는 적극적인 교통사고 감소대책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항이다. 이를 위해 수시적성검사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운행 제한 조치가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시행된다면 노인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노인들의 신체조건은 연령보다 개인차가 더 큰 경우가 많다. 노인의 이동권을 방해하지 않도록 면밀한 배려도 필요하다. 노인의 안전운전을 위해 표지판 등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보완책도 병행해야 한다. 고령자 운전 제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