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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네이버, 로봇관련 특허 5건… AI·자율주행 분야로 외연 확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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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기업, 살기 위해 변신한다 / 경쟁에서 도태 안되기 위해 혁신 거듭 / 수십년 주력사업 버리고 새 먹거리 찾아 / 청과물 팔던 삼성상회, ‘IT산업 최강’ / CJ, 설탕회사서 출발 ‘엔터 제국’ 일궈 / LG화학, 전지사업 진출 車배터리 선도 / 두산, 식음료서 중공업으로 변모시켜 / “경영진 결단… 법제도적 제한 풀어야”

세계일보

급변하는 대외환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청과물을 팔던 삼성상회가 전 세계 반도체와 IT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로, 설탕회사로 출발한 CJ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금도 기업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수십년간 공들여 일궈온 주력사업마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도전하고 있다. 10년 후, 20년 후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이 어떻게 바뀔지, 반도체, IT 업계에 어떤 신흥 강자가 부상할지 예측할 수 없다.

◆DNA부터 이름까지 다 바꿨다

갤럭시폰을 쓰는 젊은 세대들에게 삼성전자가 과거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던 ‘삼성상회’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낯설기만 하다. 현재 삼성의 핵심사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모바일 기기, 소비자가전 등 삼성전자의 4대 사업이지만, 머지않아 바이오, 의료장비, 자동차 등이 삼성의 ‘대표선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J도 설탕회사가 모태다. 삼성그룹에서 독립하면서 회사명을 ‘제일제당’에서 CJ로 바꾸고 설탕과 밀가루 중심이었던 사업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유통 등으로 확대하며 ‘엔터 제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LG화학은 전 세계 전지업체 중 유일한 화학기반 회사다. 국내 대표 화학회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먹거리인 낯선 전지사업으로 진출, 지금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TV용 디스플레이를 만들던 삼성SDI도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치며 전기차용 배터리, 소형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축전지 제조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국내 대표 포털업체 네이버는 로봇 관련 특허를 5건 등록하는 등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분야에 발빠르게 뛰어들어 하드웨어 산업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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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을 완전히 바꾼 사례로 두산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그룹은 1998년 오비맥주를 매각하며 주력사업을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완전히 변모시켰다. 그룹의 모태인 주류사업 매각을 반대하던 임원진에게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두산이라는 이름이 다음 세대로 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업(業)은 중요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두산은 매각 대금을 기반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밥캣(현 두산밥캣) 등을 차례로 인수해 경공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다.

국내 대표 시계브랜드 로만손은 2003년 주얼리 부문, 2011년 핸드백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명도 제이에스티나로 바꿨다. 국내 시계산업이 사양길을 걷자 액세서리로 눈을 돌려 주얼리, 가방 등 신산업에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십수년 혹은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올린 주력사업을 버리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신사업을 선택하며 변신한 것은 IT 발달로 국가 간, 산업 간, 비즈니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예상하지 못한 경쟁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이 더 이상 오늘의 적이 아니며,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위기감이 과감한 변신의 동력이 된 셈이다. PC OS(운영체제)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PC 프로세서(CPU)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 검색포털의 선두주자였던 야후, 전 세계 필름 시장을 제패했던 코닥 등 과거 절대자로 군림했던 기업들의 쇠락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거나 환경변화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제한 풀어야 과감한 결단 가능해져

기존 사업기반을 버리고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4년 시총 50대 기업(비금융) 중 피흡수합병으로 소멸한 8개 기업을 제외한 42개 기업 중 주력상품이 변화해 업종이 바뀐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SDI, 한화테크윈 등 8곳에 불과했다.

한경연 기업혁신팀 유정주 팀장은 “우리나라가 막 발전하던 초창기에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고 안 되면 다시 도전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져 진입장벽 자체가 높아지고 리스크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경우 문어발 확장과 총수의 전횡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상호출자제한 등의 제한이 많다 보니 신사업을 할 계열사를 늘리는 대신 차라리 해외로 나가는 쪽을 선택해온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 매각이나 공장 폐쇄는 뼈아픈 구조조정 등이 수반되는 만큼 구성원들의 반발과 저항도 만만치 않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큰 부담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위원은 “신산업에 진출하면 산업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순위도, 경쟁자 특성도 달라 기존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신사업으로 옮아가는 과도기에 기존의 캐시카우를 일정 포기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재무안전성, 주주들에 대한 비전 설득, 신사업 특성에 맞는 기업문화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연 기업연구실 김윤경 실장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혁신하려면 과거처럼 공장 문을 닫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인수합병(M&A)과 투자를 늘리고 이를 위해 기업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기업환경의 불확실성과 총수 리스크 등이 커지면서 경영진이 결단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신사업으로 이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법적·제도적 제한부터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기자, 산업부 종합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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