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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태국식 백반 ‘칸똑’… 골라먹는 재미 ‘쏠쏠’ [안젤라의 푸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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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 카레국수 카오 소이 / 빈틈없는 맛에 홀릭 / 커피 is 리스트레토 / 전세계 애호가 발길

세계일보

요즘 밀레니엄 세대는 혼행(혼자여행)부터 한달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달살기가 유행처럼 확산돼 홀연히 해외로 훌쩍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는 태국. 맛있는 음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도 낮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분방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치앙마이는 여름휴가 시즌에 더 많이 찾는데 방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부에 있기 때문에 시원하고, 도시적이기보다는 자연 고유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젤라의 푸드트립 스물여덟 번째 목적지는 치앙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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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없는 맛, 태국식 카레 국수 카오 소이(Kha Soi)

카오 소이는 쌀국수 대신에 쌀과 계란을 섞어 만든 바미국수로 만드는 태국 북부 요리다. 녹진한 돼지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코코넛 밀크와 황금색 카레를 넣어 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면이 두꺼운 편이어서 이 요리를 먹어본 한국인들은 ‘태국식 카레 우동’이라고도 표현한다. 그 위에 닭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까이, 소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누아, 돼지고기를 올리면 카오 소이 무라고 부른다. 내가 찾은 곳은 카오 소이 메사이라는 곳으로 도심에서 가까운 편이고, 로컬 식당치고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2016 푸드 파이트(Food Fight) 챔피언상을 받기도 하고, 원나잇푸드트립 프로그램에 소개가 돼 일찍이 찾아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다. 메뉴판은 영어로 적혀 있고, 명확한 사진이 함께 있어 주문하는 데도 수월하다. 평균가격은 한 그릇당 35바트. 한화로 따지면 불과 13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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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먹는 재미, 태국식 백반 칸똑(Khantoke)

치앙마이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동그란 쟁반 위에 여러가지 반찬 종지에 화려하게 담겨 있는 요리들. 그리고 하얀 쌀밥. 사진만으로도 우리가 즐겨먹는 백반과 비슷한 느낌이라 푸디로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치앙마이를 찾았다. 칸똑 또는 깐똑이라고 부르는 이 요리는 태국 북부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말하기도 하는데, 도심에서는 전통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칸똑쇼도 인기다. 칸(Khan)은 짧은 다리가 여러 개 있는 작고 둥근 나무 테이블을 말하는데 다양한 고기와 채소요리, 2~3가지 소스, 하얀 찰밥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칸똑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은 베란다 하이리조트 1층 야외에 자리 잡고 있는 라비앙 차 레스토랑(Rabiang Cha Restaurant)으로 가격은 600바트(약 1만8000원) 정도다. 호텔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 각종 채소와 태국식 된장, 똠냠꿍을 중심으로 태국식 돼지고기, 닭고기, 순대, 족발, 제철과일과 찹쌀밥이 나왔다. 우리나라 백반처럼 반찬을 밥 위에 올려 먹는데, 태국요리 특유의 짭쪼름함과 감칠맛이 인상적인 식사다. 태국 로컬 맥주 싱하나 창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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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예술인의 마을, 반캉왓(Bban Kang Wat)

반캉왓. 시내보다는 공항 쪽에 가까운 곳으로 파주 해이리 마을 같은 명소다. 반캉왓에 도착하면 굉장히 허름한 나무 대문이 덩그러니 있다.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하지만, 대문을 지나가면 에스프레소 바, 북카페, 1인 미용실, 세라믹 제작소와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다. 마치 놀이동산의 이정표처럼 숍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독특한 것은 여러 가지 숍은 있었지만 메뉴나 업종이 절대 겹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저트 카페에 가도 커피를 팔지 않는다. 바로 옆에 에스프레소 바가 있기 때문.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반캉왓은 태국의 예술인들과 소상공인이 서로 상생하자는 뜻에서 결성한 마을이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상부상조하고 있었다.

#커피 애호가들의 성지순례 명소, 리스트레토

많은 사람들이 태국으로 여행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커피 때문이다. 특히 치앙마이는 해발 300m 고산지에 살고 있는 고산족들이 커피를 재배하며 살고 있어서 커피 원산지로 유명하다. 아주 오래전에는 태국 북부지역이 대마밭이었는데 란나 왕국의 여왕이 대마밭을 밀고 커피밭으로 바꾸자고 추진해 그때부터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있는 커피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카페 리스트레토(Ristr8to)를 찾았다. 카페 이름과 메뉴에 영문 알파벳 ‘e’ 대신 ‘8’을 넣었는데 이유가 있다. 아라비카 커피에는 44개의 염색체 가 있는데 이곳은 기본적으로 투샷을 넣어서 88개의 염색체가 됐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밖으로 나가면 큰 나무 밑에 에스프레소와 물 한 잔이 놓여 있다. 좋은 원두를 선물해준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한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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