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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집트 문명의 젖줄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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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나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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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은 이들에게 기름진 흙과 많은 물고기를 제공해 주었고 농업과 어업이 번창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이집트문명이 태동하게 된다.


홍해 연안의 후르가다를 떠나 고대도시 룩소르로 향한다. 사막을 가로지를 차량에는 예상치 않은 동승자가 생겼다. 휴가를 내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호텔 직원이 룩소르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내륙으로 향하는 차량편이 원활치 않은 사정을 듣고 동승을 허락했지만, 긴 여정에 의사가 통하지 않은 운전자보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어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집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홍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 차량은 한 시간여를 달려 홍해의 상업중심지이자 관광지로 유명한 사파가에 도달했다. 고대부터 인산염의 생산지로 유명했던 사파가는 홍해 건너 사우디아라비아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이집트 무슬림의 집결지로, 최근에는 관광과 휴양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으로 스쿠버다이빙과 윈드서핑이 유명한 데다 염분이 높고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이 관절염 등에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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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 홍해 연안의 후르가다를 떠나 고대도시 룩소르로 향한다.


사파가 푸른 바다를 눈으로만 감상하고 차량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이집트 내륙으로 돌아선다. 창밖으로 사막과 건조한 산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열기를 품은 뜨거운 공기가 창밖을 두드리고 하얀 사막이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만큼 햇살을 반사한다. 두 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집 한 채 보이지 않는다. 이집트 인구 99%가 전체 국토 면적 5%인 나일강변 주변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척박한 이곳을 지나 나일강에 이르러야 삶을 영위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후르가다를 떠나 4시간여를 달리자 다시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고대 신비를 품은 도시 룩소르다. 그리고 그 너머 문명의 젖줄이자 이집트 사람들의 생명과도 같다는 나일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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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변에 정박한 크루즈. 끝없는 사막을 지나쳐 룩소르에 도착해 곧바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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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0㎞에 달하는 나일강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중요한 강이다. 유역의 면적만 아프리카 대륙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이 강은 상류에서 두 갈래로 갈리는데, 백(白)나일강은 빅토리아호에서 발원하고 청(靑)나일강은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발원한다.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에서 합쳐진 뒤 이집트 동부를 거쳐 지중해로 들어간다. 지중해 어귀에서는 넓고 비옥한 삼각주를 형성하며 이집트인들을 먹여 살린다.

나일강 주변이 인류문명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3200년쯤 ‘햄족’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유역에 정착하면서라고 한다. 나일강은 이들에게 기름진 흙과 많은 물고기를 제공했다. 농업과 어업이 번창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이집트문명이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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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풍경들. 이집트문명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현재의 이집트도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으니, 이 모든 것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크루즈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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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일강은 주기적 범람을 통해 인류에게 지속적인 선물을 제공하며 이집트문명의 밑거름이 됐다. 안정적인 수량을 제공하는 백나일강과 우기와 건기가 분명한 청나일강 지역 덕택으로 매년 9월이면 나일강 수위가 최고위에 달하면서 홍수가 일어났다. 이 홍수는 아프리카의 비옥한 토양을 운반해 이집트 강변과 삼각주에 쌓아주었다. 이집트인들은 수로와 저수지를 통해 정기적 범람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넓은 토지에서 풍부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정기적 범람은 농업뿐 아니라 이집트인의 종교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태양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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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주변에는 3900만명의 이집트인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큰 즐거움이겠지만 강을 따라 거주하는 지역주민에게도 나일강을 떠다니는 크루즈는 큰 흥밋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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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스완댐과 아스완하이댐을 통해 홍수가 조절되고 있는데, 특히 1960년 착공해 1971년 완공된 아스완하이댐을 만들면서는 상류에 위치한 이집트의 수많은 고대유적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유네스코가 중심이 되어 이들 유적의 대대적인 이전 계획이 추진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아부심벨신전 이전이었다. 기원전 13세기 나일강 연안의 절벽을 파서 만든 높이 20m, 너비 60m의 이 거대한 신전은 절개된 다음 댐 건설로 형성된 저수지보다 높은 수면의 위치로 옮겨졌다.

끝없는 사막을 지나쳐 룩소르에 도착해 곧바로 나일강변에 정박한 크루즈에 오른다. 이집트문명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현재의 이집트도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으니, 이 모든 것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크루즈를 선택했다. 별도의 육로이동도 필요 없이 움직이는 호텔에서 나일강의 하루를 온전히 느껴보는 데 크루즈만 한 것은 없을 듯하다. 크루즈는 나일강 주요 도시와 사원을 지나 지중해 연안 240㎞를 덮고 있는 삼각주까지 나아갈 예정이다. 그 주변에서 3900만명의 이집트인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큰 즐거움이겠지만 강을 따라 거주하는 지역주민에게도 나일강을 떠다니는 크루즈는 큰 흥밋거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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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총 670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중요한 강이다. 별도의 육로이동도 필요 없이 움직이는 호텔에서 나일강의 하루를 온전히 느껴보는 데 크루즈만 한 것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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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에 조용히 떠 있는 크루즈에 올라 선실에 짐을 놓아두고 갑판에 오른다. 해는 벌써 강 건너 사막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다. 나일강을 비추는 석양을 바라보며 내일부터 만나게 될 고대와 현재의 이집트를 상상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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