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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노·분·초·주·파·보·빨… 요일마다 색깔 달라지는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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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가성비 좋은 방콕 여행

조선일보

고층 건물이 몰려 있는 태국 방콕 시내 야경은 더위를 잊게 한다. 나나역과 닿아 있는 하얏트 리젠시 스쿰빗의 루프탑 바에서 바라본 전경. / 하얏트 리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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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은 색(色)을 숭상하는 민족이다. 이곳에서의 색은 일곱 개의 요일을 상징한다. 월요일은 노랑, 화요일은 분홍, 수요일은 초록, 목요일은 주황, 금요일은 파랑, 토요일은 보라, 일요일은 빨강. 태국인은 우리와 달리 태어난 날짜와 시간보다 요일을 중하게 여긴다. 이들이 유독 노란색 옷을 즐겨 입는 것은 존경받던 푸미폰 전 국왕이 태어난 날 월요일을 기리는 의미도 있다. 2010년 거대한 반정부 시위가 있었을 때 왕실을 상징하는 '옐로 셔츠'와 반정부를 상징하는 '레드 셔츠'가 갈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항상 요일의 색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요일에 붉은 옷을 입으면 행운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파랗게 칠해놓은 대문이나 새빨간 버스, 형형색색의 옷차림 등 도시 곳곳에 물든 색 하나하나에는 저간의 사정이 담겨 있다. 그런 재미를 찾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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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이 몰려 있는 태국 방콕 시내 야경은 더위를 잊게 한다. 나나역과 닿아 있는 하얏트 리젠시 스쿰빗의 루프탑 바에서 바라본 전경. / 하얏트 리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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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방콕

방콕은 태국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 여행지. 대도시가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볼거리는 물론 태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사원과 유적지 등도 세월을 품고 있다. 저렴한 물가와 좋은 숙소, 인천에서 5시간 남짓한 접근성은 덤.

방콕이란 이름이 정식 명칭은 아니다. 이 도시의 태국어 명칭은 '끄룽텝'으로 시작되는 끝도 없는 단어. 우리말로 번역하면 68자나 된다. 그 속엔 천사, 보석, 왕궁, 기쁨 등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도시에는 알록달록 색이 가득 차 있다. 태국 건축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왕궁의 황금빛 외관이 그 시작. 왕궁의 흰색 외벽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엔 전통 타이 양식으로 지어진 짜끄리 궁전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르네상스풍과 타이 양식을 혼합한 아난다 사만콤 궁과 비만맥 궁이 나온다. 파리 유학을 다녀온 라마 5세 때 짓기 시작한 건물들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왓 프라깨우(에메랄드사원)에는 옥으로 만든 에메랄드 불상이 있다. 옥빛의 신체에 금빛 의상을 걸친 불상 앞에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현재 국왕은 짜끄리 궁전 오른쪽 부지에 새로 지은 치틀라타 궁전에 살고 짜끄리 궁만 개방한다. 외국인의 경우 입장료는 500바트(1만9000원). 짧은 치마나 반바지, 민소매 차림은 입장이 불가능하니 유의해야 한다.

새벽 사원이라 불리는 왓아룬은 흰색과 빨강, 초록이 섞인 프랑(탑)과 돌계단이 어우러져 색의 절경을 선보인다. 가장 큰 79m 높이의 탑은 힌두교에서 신들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인 메루산을, 주변 네 개의 탑은 네 개의 대양을 상징한다. 낮의 반짝이는 햇살에 비친 모습도 좋지만 해 질 녘의 역광이나 프랑에 등이 들어오는 저녁 즈음의 광경을 추천한다. 방콕 시내에는 사원만 400여개가 있는데 왓아룬은 가장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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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사원이라 불리는 왓 아룬의 가장 높은 탑은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한다. 400여개 방콕 사원 중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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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가옥과 야시장 쇼핑

방콕은 짜오프라야강과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뉜다. 방콕 시내를 S자로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은 우리의 한강처럼 방콕의 젖줄 역할을 한다. 화려한 왕궁을 구경한 뒤 배를 타고 강을 오가며 수상 가옥을 구경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로 알려진 방루앙을 추천한다. 방콕 시내에서도 제법 가깝다.

낡았지만 형형색색의 수상 가옥들 사이로 한쪽에선 공연이 펼쳐지고 한쪽에선 그림을 그린다. 집 앞에 수려한 그림이나 공예품이 걸려 있는 곳도 많다. 수로를 따라오면 배 위에서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이어진다. 태국에는 부엌이 없는 집이 많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보다는 노점 등에서 사먹는 게 익숙한 문화다. 배를 앞에 두고 간단히 요기를 하다 보면 수상 가옥만의 낭만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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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타이와 태국식 닭 튀김, 똠양꿍 등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 하얏트 리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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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와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딸랏 롯파이는 관광객이 1순위로 꼽는 곳. 딸랏은 시장, 롯파이는 기차라는 뜻이다. 기차역을 빈티지 마켓으로 개발했다. 우리식으로 하면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먹거리, 쇼핑 등 즐길 거리가 많다. 바로 옆에 있는 에스플라나드 쇼핑몰에 올라가면 형형색색 노점상이 펼쳐진 천막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지하철인 MRT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저녁 7시가 넘으면 태국 젊은이, 관광객이 몰려 걷기 어려울 정도의 인파가 몰린다.

짜뚜짝 시장 등 전통 시장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장소. 27개 구역에 1만500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의류나 가죽 등 공예품, 주방용품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 비슷해 보이는 물건이라도 색이나 크기 모양이 조금씩 다르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 넓은 구역을 돌아다니는 것이 힘들다면 방콕 시내 짜오프라야 동쪽 강변 아시아틱이나 시암 파라곤, 터미널 21 같은 유명 쇼핑몰도 만족도가 높다.

방콕이 나 홀로 여행족뿐 아니라 커플, 가족 여행에도 적합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시설을 갖춘 호텔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된 여행지를 돌았다면 저녁엔 야경이 펼쳐진 전망 좋은 레스토랑과 루프탑 바를 즐기고 하루쯤은 통유리로 된 창밖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즐기는 것도 방법.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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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음식점으로 유일하게 미슐랭 원 스타를 받은 '란 자이 파이(Raan jay fai)'. 아버지에게 식당을 물려받은 70대 자이 파이 여사가 오픈된 주방에서 숯불로 요리. 게살 오믈렛, 드렁큰 누들이 대표 메뉴. 1만~4만원대. 카오산 로드와 차이나 타운의 중간에 위치. 2시부터 영업.

기다림이 어렵다면 '촘 아룬(chom arun)' 레스토랑에서 왓 아룬의 석양을 즐기는 식사도 고려해볼 만. 치킨 그린커리, 태국식 디저트가 대표 메뉴. 2만~3만원대. 이메일 예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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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교통 체증 탓에 BTS나 MTR 등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시내인 나나역과 연결된 하얏트 리젠시 방콕 스쿰빗, 지난해 12월 완공돼 편의 시설 고루 갖춤. 방콕 시내 다른 호텔보다 방 크기가 큰 것이 특징. 도보 5분 거리 한인 타운 이용 가능. 29층과 30층의 루프 탑 바, 3층의 마사지숍이 유명.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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