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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끌벅적 공시지가` 논란…원인과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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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갤러리아포레 29층 전망. 바로 앞에 들어서는 중인 아크로포레스트에 조망이 정면으로 막혔다. [사진 제공 =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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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의 공시가격이 재산정된 것과 관련,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없이 공시지가를 '집값잡기' 카드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애초 공시가격은 정확하게 나올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다주택자를 잡기위한 징벌적 과세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갤러리아포레 전 세대, 이의신청…공시가격 최대 4억↓

5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인 '갤러리아포레'의 공시가격이 4월 고시보다 최고 4억원 낮게 조정됐다. 입주민들이 시세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해 공시가격 산정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조사에 나섰고, 전세대인 230세대 모두 재고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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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포레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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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바로 앞에 들어서는 '아크로포레스트' 때문에 한강 조망이 정면으로 막혔고, 이에 실거래가 가격이 전보다 떨어졌는데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괄적인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돼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가격 조정까지 이뤄진 것이다.

이렇게 아파트 단지 전체 공시가격이 조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정정 고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적게는 몇천만원부터 4억원까지 대부분 4월 확정고시 때보다 하향 조정됐다. 특히 전용면적 171.09㎡ 6층의 공시가격은 4월말 24억800만원에서 19억9200만원으로 4억원(17.3%) 낮춰져 인하 폭이 가장 컸다.

한국감정원 측은 "갤러리아포레 인근에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 신축 공사로 조망·일조권 등의 요인이 일부 약화된 측면이 있어 이를 반영했다"며 "이의신청 검토 결과 층별 효용 격차와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시세하락분 추가 반영의 필요성이 인정돼 공시가격을 적정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준비없이 '집값 잡기' 카드로 쓴 한계 드러나

최근에 공시지가에 대해 예민해진 이유는 재산세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공시지가를 정부가 '집값잡기 카드'로 활용하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집값안정화 카드 중 하나로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추진하며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대비 14% 올린바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지금까지 비용지불이 크지 않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값잡기 카드로 쓰이면서 재산세, 의료보험 등에 곧장 반영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민감해졌다"며 "'다주택자를 견제해 집값을 잡는다'는 발상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 부분부터 다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문 창조도시경제연구소장은 "그동안에는 공시가격에 대한 보유세 논쟁이 약했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많지 않았고,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정부가 조세형평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면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은 정책과 현실의 미스 매치"라고 꼬집었다.

민간 부동산시장 조사업체인 리얼투데이의 조은상 실장은 "기존 공시지가는 누락 등의 문제가 많이 지적됐는데 이번 건은 고가 단지 물량이라 논란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공시제도 훌륭한 수준…산정 기준 밝혀야"

또한 현재 정부가 "비현실적인 공시지가를 제대로 바로잡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아직 과도기 단계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으며, 논란을 없애려면 산정 기준을 밝히고 민간 데이터와 비교분석을 하는 방법도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의 (감정원)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산정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크다는 부분과 향, 조망권, 층수별 기준을 확실히 해야 이런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 산정 근거와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시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국토부의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는 연도별 가격만 나와 있는 상태다. 정부는 공시지가제도는 공공성이 매우 높은 제도라 민간 영역에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실거래가 앱을 운영하는 배우순 디스코 대표는 "공시지가 기준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 정책방향이 현재 시가를 반영해 공시지가를 현실화하자는 의도라면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밝혀 공개된 실거래가인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민간 데이터와 교차검증해 의혹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공시제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수준이라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시가격 자체가 정밀하게 나올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심교언 교수는 "(학문적으로 살펴보자면) 공시가격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밀하게 나올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인 것은 확실하다"며 "공시가격으로 산정하는 보유세는 단 한번 조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안정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고 분석했다.

갤러리아포레 건이 알려지면서 국토부와 감정원은 급히 대책회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원 관계자는 "잘못 산정됐다고 판단한 부분을 그대로 둔 것이 아니라 바로 고친 것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 데이터가 현실화되어있지 않아 발생한 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게끔 오류체크를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더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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