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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재산세 부과 보름 앞두고 24억→20억…"공시가 누가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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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줄 공시가 ◆

매일경제

단지 전체 가구의 공시가가 통째로 정정된 국내 최고가 수준의 주상복합단지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전경. 단지 바로 앞에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지어지면서 조망권이 악화되고 있지만 한국감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시가를 산정했다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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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갤러리아포레 230가구 공시가격을 통째로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한국감정원이 그간 행해온 공시가격 조사방식과 분석능력은 물론 업무태도까지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무려 26%나 과격하게 끌어올리면서 특히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를 위주로 자의적인 잣대를 들이대 '고무줄 공시가'라는 비판이 계속됐지만 이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사태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 도입 이후 아파트 단지 전체 공시가격이 번복된 것으로, 업계에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언론의 지적과 주민의 반발을 무시하고 갤러리아포레 시세가 떨어지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공시가격을 끌어올린 데다 층·향 등 결정적인 포인트도 모두 고려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밝혀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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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가 갤러리아포레 가구당 기존 공시가격과 정정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차이가 적게는 3000만원대부터 크게는 4억원대까지 벌어졌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171.09㎡인 10X동 60X호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24억800만원으로 나갔는데 19억9200만원으로 정정됐다. 불과 두 달 사이에 4억1600만원(17.3%)이나 가격이 깎인 셈이다. 심지어 이 가격은 작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인 22억4800만원보다도 낮고, 2013년 기준 공시가격인 19억44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감정원·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작년 1년 동안 갤러리아포레 평균 시세는 내려가는 분위기였다. 전용면적 171㎡ 시세는 작년 초만 해도 30억~35억원이었는데 올해 초에 30억~33억원으로 소폭 하향됐다. 바로 옆 아크로서울포레스트가 30층 이상 올라가면서 전망이 방해받고 '대장주'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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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국토부와 감정원이 결정한 공시가격에 층별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같은 주택형, 같은 라인의 공시가격이 동일했다. 예를 들어 102동 2호 라인 241㎡ 12~43층은 모두 37억7600만원이었고, 101동 3호 라인 168㎡ 12~43층은 26억5600만원으로 가격이 같았다. 층이 올라가면 조망권과 개방감을 인정받아 공시가격이 높아지는 '일반적인' 산정방법과는 딴판이었다. 심지어 갤러리아포레는 지난해만 해도 층에 따라 공시가격이 달랐다. 241㎡의 경우 12층은 35억6000만원, 43층은 37억44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나 국회차원의 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는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이유를 직원의 '판단 착오'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조사 직원이 2018년 1월 6일 갤러리아포레 43층(전용면적 170㎡)이 30억원에 실거래됐고 같은 달 25일에 13층(전용면적 168㎡)이 32억원에 거래된 것을 파악한 후 '이 단지는 멀리 한강 조망 못지않게 서울숲 조망이 중요해 층별로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지 저층 소유자들이 대거 이의신청을 했고, 감정원은 3명의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직접 집에 들어가서 조망을 살피는 등 재조사를 벌였다. 결국 정부는 이번에 공시가격을 정정하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층별 차이를 둬 저층과 고층 간 5% 정도 차이 나게 만들었다. 같은 라인, 같은 주택형에서 저층 주택의 정정 인하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무리하게 공시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항의 등을 받고 정정되는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5~2017년만 해도 한 해 평균 1000~1600건 정도 공시가격이 고쳐졌는데 지난해엔 5740건, 올해는 5313건이 수정됐다. 심지어 잘못 계산된 공시가격이 몇 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다가 뒤늦게 고쳐지는 사례도 매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2012년엔 무려 1168건이나 되는 수년 전 공동주택 공시가격(2005년에서 2012년 사이 공시가격)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정정가격을 공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시가격 산정과 검증 시스템 자체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정원의 인력 구성에 비해 공시가격 평가 업무에 과도하게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감정원은 표준단독주택(22만가구)과 공동주택(1339만가구)의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있는데 평가 인원은 550여 명에 불과하다.

[손동우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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