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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레이더P] 트럼프는 왜 DMZ 방문을 간절히 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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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원'이 해결된 자리였다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의사를 그동안 수차 밝혀 왔다. 첫 방한 때 DMZ 방문을 시도했지만 기상 악화로 실패하자 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그로부터 약 1년8개월 뒤 성사된 것이다.


"10분만 더 기다리자. 안개 걷힐 것이다."

2017년 1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좌절됐던 상황을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안개가 워낙 짙게 껴 있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일산 상공에서 회항해 용산 미군 기지에 착륙한 뒤 계속 대기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국회 연설도 있으니 어서 호텔로 돌아가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헬기를 떠나지 않고 '10분만 더 기다려보자, 안개가 걷힐 것'이라고 수차례 말하며 기다렸다"고 전했다.

또 "공군 기지에서 착륙해 육상 의전 차량으로 먼저 DMZ 초소로 가 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미국 측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이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토록 DMZ를 가고 싶어한 것일까.


DMZ 방문과 정치적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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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오울렛 초소에서 북측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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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의 산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평화 체제 구축'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한 난제로, 이 문제를 풀어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고 대선을 위한 자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분단의 상징인 DMZ가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장소로 세상에 비춰지길 바라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군용 점퍼 대신 양복을 착용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1993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지 W 부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은 모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때 DMZ를 찾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방문 당시에는 방탄유리까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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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인근 DMZ 초소를 방문한 모습. 왼쪽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983년 11월 14일 로널드 레이건, 1993년 7월 11일 빌 클린턴, 2002년 2월 20일 조지 W 부시, 2012년 3월 25일 버락 오바마.[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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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 회동 제안한 이유

판문점 회동이 미국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때도 미국 국내 정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증언이 이슈를 장악했다. 이를 잠식하기 위해서라도 '노딜'을 선포해야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이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이슈 전환을 위한 '깜짝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 '보여주기' 행보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교착 상태인 북한과의 대화를 추가 접촉을 통해 풀어 가겠다는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거다.


트럼프 제안을 수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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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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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응한 이유도 북한 내부 사정과 맞닿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설정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목표 완료 시점은 내년이다. 북·미 협상 난항과 대북 제재 국면이 그대로 유지되면 곤란한 이유이다. 올해 안으로 성과가 필요한데, 연말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북·미 간 대화를 앞당기는 선택을 한 것이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을 상황일 수 있다.


미국 대선 전 북핵 협상 타결 가능성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판문점 회동에 대해 "지금까지의 북·미 대화의 교착 국면에서 다시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전환기가 됐다"며 "복잡한 한반도 정세에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톱다운 방식'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회담할 뿐 아니라 담판을 못할 때는 회담 전반의 과정을 관장하는 의미도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소통'이 이러한 '톱다운 방식'의 새 유형이 됐다는 평가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면 톱다운 외교가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대비해 내년 미국 대선 전에 북핵 협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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