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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주주총회장 점거했던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비 인상'두고 내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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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노조, 조합비 2만2182원→4만6265원 인상 추진
현장 조합원 단체 유인물 내걸어 공식 반대 입장 밝혀
"주총장 점거 등 무리한 농성에 조합비 다쓴 것 아닌가"

현대중공업 노조가 ‘조합비 인상’을 두고 내부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지난 1일 조합비 인상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알려지자 노조 현장 조합원 일부가 공식 유인물을 통해 집행부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지금까지 노조 게시판이나 오픈 채팅방 등에서 논쟁이 있었으나, 유인물을 통해 공식적인 반대를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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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노조의 파업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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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현장 조합원 조직인 ‘현장 희망’은 2일 ‘조합비 인상(2만2182원 → 4만6265원) 충분한 소통과 민주적 절차로 결정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노조 집행부가 운영위원회에 상정한 ‘조합비 인상’ ‘조합원 범위 시행 규칙 제정’ 등의 부결에 따른 것으로, 노조 집행부는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조합원 동의 투표 등의 절차 없이 집행부에서 처리할 방침이었다. 이를 두고 조합원 사이에서는 "조합원 동의 없이 조합비 인상이 말이 되느냐"는 등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조합비를 높이려는 이유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 반대 집회 및 파업 과정에서 노조 운영비가 증가했고, 집회 이후 각종 소송과 노조원 생계비 지원 등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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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1층 공연장 내부 모습. / 울산=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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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5월27일 노조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파업과 집회를 31일로 예정된 회사 주주총회 날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마음회관 CC(폐쇄회로)TV 20개 중 18개를 뜯어 내고, 1층 공연장의 좌석, 무대 등 시설을 파손했다. 2층 식당 출입문과 집기를 부수는 일도 있었다. 회사 측은 한마음회관 시설 훼손 및 파손에 대해 "노조에 보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한마음회관의 시설물 파손과 영업중단 등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1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숫자가 줄어들어 노조 가입 가능 직급을 과장급(기장급)확대해 조합원 숫자를 보충하고, 조합비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노조 집행부가 내세운 조합비 인상안은 기본급의 1.2%으로 정해진 월 조합비를 통상임금의 1.2%로 바꾸는 것이었다. 노조 집행부의 뜻대로라면 현재 조합원 월 평균 2만2182만원이었던 조합비는 월 평균 4만6265원으로 오르게 된다.

현장 희망 측은 유인물에서 "조합비 인상은 조합원의 지출 부담을 초래하는 민감한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이 돼야 한다"며 "파업과정에서 각 조직별로 조합비 인상을 공론화 했다고 하지만 논의 대상은 파업 참가자로 한정됐고, 지난주(28일) 운영위원회 직전까지 노조 소식지에 단 한 차례도 조합비 인상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통상임금 1.2%로 조합비를 올리는 건 1년에 30억원의 조합비를 더 걷겠다는 것인데, 최소한 현재 조합비가 얼마 남아 있는지, 이번 파업에 얼마를 썼는지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는 상태에서 운영위원회와 대의원회의를 통해 조합비 인상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또 "집행부에서는 규약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오는 8일 조합비 인상을 투표로 결정하는데,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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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현장 조직인 ‘현장 희망’이 발행한 유인물. / 독자 제보


현장 희망 측은 노조 집행부에 조합원 총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장 희망 측은 "불가피한 문제로 조합비를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면 현재 처한 상황을 조합원에게 제대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우리에겐 가장 민주적인 조합원 총회라는 절차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조합원 총회는 파업 찬반에만 사용하는 제도가 아니라, 조합원 전체의 생각을 확인하는 중요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집행부는) 조합비 인상에 충분히 소통하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 측은 "이번 조합비 인상 건은 각 지단(분과) 별로 대표자들이 조합원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이 모아진 것이어서 반대 의견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며 "조합비 인상 등과 관련해 충분한 소통과 홍보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조합비 인상에 대한 조합원 공감대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해당 조직은 파업 참가도 없고, 집행부에 항상 반대 해온 조직"이라며 "일부 의견으로만 여길 뿐, 대세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예정대로 조합비 인상 등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비 인상은 예정대로 처리될 것"이라며 "이번 주 한차례 운영위원회를 열고, 다음주 임시 대위원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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