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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SK·LG 정조준…갤럭시 폴드 100만 대 양산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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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 국내업계 영향은

세계 70~90% 장악한 세 품목 규제

국산화나 대체 제품 확보 힘들어

“반도체는 두 달치 재고밖에 없어”

중앙일보

허창수 전경련 회장(앞줄 왼쪽)이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케이무브 일본 취업연수 발대식’에 참석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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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 가지 품목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이들 소재가 필수적인 한국 반도체와 스마트폰,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 업체들이 세계 수요의 70~90%가량을 공급하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재들만 콕 집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며 “국내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장비나 소재 공급망을 잘 알고 골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소재는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HF) 등 세 가지다. 그동안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계약 건당 최대 90일에 걸쳐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재고 활용이나 국산화로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한·일 갈등 고조로 규제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명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이나 TV용 OLED, LCD 디스플레이에 사용한다. 액정 소자를 고정하는 일종의 투명 필름이다. 현재 일본의 스미토모와 우베(Ube)가 전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투명 폴리이미드의 93.7%가 일본산이었다. 국내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다. 갤럭시 폴드의 올레드 디스플레이에도 스미토모의 폴리이미드가 100% 사용됐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스미토모의 폴리이미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올해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던 갤럭시 폴드 양산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100만 대분 폴리이미드 재고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하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은 “워낙 정밀 제품을 만드는 소재이다 보니 품질에 조금만 차이가 나도 완제품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비슷한 대체 소재를 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만들 때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깎는 식각(Etching)과 세정(Cleaning) 공정에 쓰인다.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와 대만 포로모사, 중국 일부 업체가 생산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액체 상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가스로 가공해 쓰는데, 지난해 수입량의 43.9%를 일본에 의존했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에 빛을 쐬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핵심 소재다. 일본의 스미토모, 신에쓰, JSR, FFEM, TOK 등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댄다. 우리 역시 지난해 전체 수입분의 91.9%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진 두 품목의 재고는 대략 두 달치 정도”라며 “일본에 나가 있는 구매 부서에 비상을 걸어 추가 물량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일본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소재 업체들이 우리 기업에 대는 공급이 줄어 매출이 감소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애플이나 HP, 델 같은 글로벌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화웨이 사태로 미·중이 받던 비난을 일본이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IT 업종은 여러 국가 업체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엮여 있다”며 “정치 논리가 끼어드는 순간 피해는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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