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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장마철 이색카페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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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함께 고온 다습한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하루걸러 하루 폭염과 강우가 찾아오는 계절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자외선과 먹구름을 피해 멀리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카캉스’를 제안한다. 카캉스는 카페와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다. 무더운 여름 먼 길 떠나지 않고도 시원한 카페에서 즐기는 실속 휴가를 일컫는 것. ‘매일 가는 카페를 뭣 하러 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분위기와 음료를 즐기는 걸 넘어 재미와 개성을 찾을 수 있는 이색 카페 다섯 곳.

세계일보

서울 강남구 ‘카페 화실’ 전경. 미술 도구 뿐 아니라 체스, 바둑 등 각종 보드게임이 준비돼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카페화실, ‘나만의 그림을 완성해보자’

강남 테헤란로 빌딩 숲 한가운데 미술을 테마로 하는 카페가 있다. 작품 감상하는 갤러리 카페가 아니다. 주인장은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카페라고 정의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군데군데 놓인 석고상과 유화가 눈에 띈다. 환하게 빛이 떨어지는 창가 아래에는 고요히 붓질에 집중하는 손님들이 보인다. SNS 상에서는 이미 ‘팝아트 카페’로 유명하다. 빈손으로 가도 괜찮다. 이젤부터 물감, 붓까지 기본재료가 준비돼 있다. 그뿐만 아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주인장과 미대생 점원이 초보자들도 그럴듯한 그림을 완성해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명희 대표는 “그림이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면서 “나만의 그림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로서 음료 기본기도 빠지지 않는다. 수제 과일 청 에이드와 에스프레소 콘파냐가 일품이다.

세계일보

서울 마포구 ‘클럽보다 만화’ 전경. 좌식형태의 다양한 공간이 준비돼 있어, 편안하고 쾌적한 상태로 만화에 집중할 수 있다.


#클럽보다만화, ‘맑은 공기 마시며 만화 삼매경’

그 많던 만화방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 이렇게 카페가 되어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처럼 홍대엔 클럽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카페 ‘클럽보다만화’. 여기엔 만화책 약 2만 권이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기는 건 환한 채광과 유달리 맑은 공기다. 주인장은 쾌적한 실내 환경을 두드러지는 장점으로 꼽는다. 식당 주방에 있을법한 덕트(공기 순환시스템)와 공기청정기가 상시 가동되고 있다. 밝은 창가에 설치된 원통형 좌석은 이곳만의 특징이다. 자리마다 커다란 쿠션이 있어 평화로이 낮잠을 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페라 해서 아메리카노만 파는 게 아니다. 캔맥주와 짜장라면, 컵밥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세계일보

서울 마포구 ‘할리갈리 사금체험카페’. 전통적인 사금채취 기법을 서울 한복판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할리갈리 사금체험카페, ‘홍대에서 금을 캔다고?’

커피를 마시고 금을 채굴해서 나간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물을 수 있겠다. 여기에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사금체험카페 할리갈리. 사금은 자연 금을 함유한 광석이 풍화로 인해 잘게 쪼개지면서 강변이나 해변에 퇴적한 것이다. 사금 채취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문화라 할 수 있겠다. 주인장은 해외여행 중 사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체험형 카페에는 사금 채취에 필요한 도구가 정갈하게 준비돼 있다. 물론 실제 사금을 구하기는 힘드니 세공된 24K 금 조각이 이용된다. 가격은 1인당 8000원부터 시작한다. 과정은 간단하다. 금 조각이 섞여 있는 모래 한 통을 받아 들고 대접에 담는다. 물에 담근 다음 조심스레 흔든다. 천천히 모래가 다 흘러가고 나면 금만 남는다. 시간제한은 없다. 회수한 금 조각은 작은 병에 담아갈 수도 있고, 모아뒀다가 작은 금괴(1g)로 교환해갈 수도 있다.

세계일보

서울 마포구 ‘애로우팩토리’. 평일에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양궁을 즐긴다.


#애로우팩토리, ‘뽐내보자 양궁 DNA’

주몽의 후예라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양궁 사랑은 특별하다. 한 번쯤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 졸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올림픽 양궁 열기를 일상으로 옮겨왔다. 교외의 드넓은 야외 경기장이 아니다. 홍대 거리로 가자.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활을 쏠 수 있는 곳이 있다. 카페 ‘애로우팩토리’. 이곳 주인장은 선출(선수 출신)이다. 손님들이 오면 그가 직접 활시위 당기는 법을 가르쳐준다. 안전을 위해 팔·가슴 보호대까지 다 갖추고 있다. 자세를 잡고, 과녁에 집중하고, 화살을 회수하는 과정은 전신 운동에 가까웠다. 이동우 대표는 “활을 조준할 때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서 “화가 났을 때도 활시위를 당기면 금세 사그라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궁을 ‘도 닦기’에 비유했다. 잠시 일상의 근심을 내려놓고 싶다면 양궁 카페로 발길을 돌려보자.

세계일보

경기 파주시 ‘헤이리스’. 수십 종의 명화를 감상하며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헤이리스, ‘명화와 향기가 만났을 때’

모네 그림에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공감각적 상상을 실현한 공간이 있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카페 ‘헤이리스’. 이곳은 모네, 클림트 등 거장들의 레플리카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카페이면서, 조향 체험을 할 수 있는 향수 공방이다. 여기서 끝난다면 공감각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이라이트는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우선 마음에 드는 명화를 고른다. 그림을 통해 느껴지는 후각적 심상을 글로 써 내려 간다. 전속 조향사들이 감상문에 어울리는 향료를 골라준다. 향료 각각의 향을 맡아본 뒤 작은 병에 담아낸다. 카페를 나설 때쯤엔 각자가 세상 하나뿐인 향수를 갖게 된다. 100% 예약제로 진행되는 조향 프로그램은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카페 2층에는 조향사들이 명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향수가 해당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후각과 연결된 기억은 가장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는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과 오래 기억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헤이리에 가보자.

글·사진 하상윤 기자 jony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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