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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미스 황이라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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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미스 황이라 불러주세요"

그는 얼굴을 붉히며 직원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판사인 황윤석 판사의 일화.

그는 1953년, 검사시보로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감이란 존칭어에 얼굴 붉히는 25세 노처녀"

당시엔 판검사 같은 직업을 관례상 '영감님'이라고 불렀는데, 직원들이 '황 영감님'이라고 부르자 그가 얼굴을 붉히며 '미스 황'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는 것.

사회에 진출한 여성이 흔치 않았던 그 옛날 시대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화였지요.

어찌 됐든… 언어는 시대를 담아내고 있었고, 미스 황이 살아내야 했던 시대는 그랬습니다.

세상은 달라져서 이제는 직업 앞에 '여' 자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앵커브리핑만 해도 '그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라고 표현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엉덩이춤을 출 수 있느냐"

프랑스인 진행자는 축구인에게 주는 발롱도르상을 받으러 나온 선수에게 가볍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웃음 지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수상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지요.

"NO! 아니요!"

- 아다 헤게르베르그 / 노르웨이 축구선수

'첫 여성 발롱도르 상이 '트워크(엉덩이를 흔드는 춤) 출 수 있느냐'라는 질문 탓에 퇴색됐다'

- 가디언 (2018년 12월 4일)


진행자의 가벼운 의식은 세상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커다란 무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정당 행사에서 진행된 낯 뜨거운 퍼포먼스가 내내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행사 장면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않았던 자리.

무심코 내뱉는 언어가 의식의 지배를 받은 결과물인 것처럼…

몸의 언어 역시 몸의 주인이 품고 있는 생각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미스 황이라 불러주세요"

세상이 여성을 낮춰보았던 시절. 그는 얼굴을 붉히며 사람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판사였으나 '미스 황'이라는 별칭으로 불렸겠지요.

그 낡은 시대로부터, 벌써 시간은 66년이나 흘렀는데…

아무도 그 춤을 거부하지 않았던 그 자리…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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