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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월200만원도 못 버는 소상공인 60%..."임금 더 뛰면 죽으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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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소상공인聯 긴급 설문]

불경기·임대료·이자부담 겹쳐 '4중고' ...22%는 적자

"최저임금 상승이 경영에 가장 부담된다" 59% 달해

소상공인聯 "합리적 요구도 무시...수용 못해" 선전포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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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버티라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27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주(가명) 사장은 ‘요즘 자영업 경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울분을 쏟아냈다. 기자가 김 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꼭 1년 만이다. 당시 그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다고 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는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매출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평일 주간은 제가 직접 커버하고 바쁜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방식으로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지금 김 사장의 얼굴에는 굵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는 상황이기에 고용인력은 그대로지만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면서 인건비 인상분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불경기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수입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김 사장은 “주변 가게 사장들은 하나같이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아우성”이라면서 “우리 가게만 따져도 1년 전에 비해 20~30% 줄었다”고 전했다.

불경기·인건비·임대료·금융비용 등 ‘4중고’로 소상공인이 깊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각 최저임금이 16.4%, 10.9%씩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경기는 점점 악화하고 있어 자영업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나마 통제 가능한 수단인 최저임금만큼은 정부가 중심을 잡고 ‘방향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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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경영난은 서울경제가 소상공인연합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조사는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금융환경 관련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이달 1~20일까지 소상공인 86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2%가 ‘적자’를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 평균 수입 100만~200만원 미만(25.3%), 100만원 미만(14.6%)을 합치면 소상공인 10명 중 6명 이상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소상공인들은 지난 2년 새 오른 최저임금에 대응해 고용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미 1인당 인건비와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오른 가운데 매출은 점점 줄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양식집을 운영하는 조소연(가명)씨는 연초 개업할 때부터 요리사 1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만 채용하며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조씨는 “전체 비용 중 30%가 인건비로 나가고 있다”며 “최저임금 부담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가 자리한 골목에 있는 상인들이 하나같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씩은 줄었다’고 말한다”며 “홍대 근처의 경우 임대료 자체가 한 달에 500만원에 육박하니 인건비가 오르고 매출이 떨어지면 당연히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 요인은 ‘인건비’와 ‘임대료’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복수 응답)’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9.2%가 ‘인건비’를 꼽았다. 이로 인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설문에 응한 소상공인 중 72%가 한 달 매출의 10% 이상을 원금상환액과 이자비용 등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인건비와 임대료 다음으로 가장 큰 비용요인으로 꼽힌 것도 ‘금융비용(37.7%)’이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도 자영업자의 경상소득 대비 금융부채(LTI)는 230.3%로 1년 전(220.4%)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LTI가 높을수록 평상시 소득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만큼 자영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등 인건비 요인을 낮춰야 ‘금융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비용은 대출을 받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반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유일하게 건드릴 수 있는 변수인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춰야 자영업자들의 금융조달 비용도 같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동결론’이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낮출 핵심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안은 부결됐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은 ‘제6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당장 27일이었던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도 초과하면서 최저임금위 파행도 불가피해졌다. 윤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 업계는 지난해처럼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나설 태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감안해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합리적인 주장조차 최저임금위는 외면했다”며 “이렇듯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마저 무시한 최저임금위에 아무런 기대도 걸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이처럼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정되는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수용하기 어려움을 밝혀둔다”며 선전포고에 나섰다. 지난해 7월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직후 소상공인연합회는 곧바로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며 반발했고 8월29일 소상공인 3만여명이 광화문 앞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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