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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장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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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기상청은 다음 달 초나 돼야 전국이 장마권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라 KBS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늦은 '지각 장마'라고 보도했습니다.

[연관기사] 올해도 ‘지각 장마’…장맛비는 7월초부터

하지만 이보다 일주일 정도 빠른 어제(26일) 전국에 장맛비가 내리면서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장마가 늦는다고 해서 여행 계획을 앞당겼더니, 예보가 바뀌어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속속 들려옵니다.

■ '지각 장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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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장마'란 기상청의 예보를 잘 따져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기상청은 지난 19일, 제주와 남해안에는 26~27일에 장맛비가 내리고 중부 지방은 다음달 초에 장마가 시작될거라 발표했습니다. 어제 전국에 장맛비가 내렸으니 제주와 남해안에 대한 예보는 맞았지만, 중부지방에 대한 예측은 빗나간 셈입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의 장마 통계를 보면,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해 장맛비를 뿌리는 것은 6월 24~25일쯤입니다. 올해의 경우 장마 시기가 평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상청도 장마 시작 하루 전인 25일, 중국 상하이 부근의 저기압이 발달하면서 일본 남부 쪽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왔다며 기존 전망을 수정한 예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12년 만에 전국 동시 장마"…서울 강수량은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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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지난 25일 제공한 예보입니다. 전국에 장맛비가 내린다고 강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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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25일 수정된 예보를 발표하면서 또 하나 강조한 점이 있습니다. 전국에 '같은 날' 장맛비가 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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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로 40여 년 동안, 같은 날 중부와 남부, 제주 지역에서 동시에 장맛비가 시작된 사례는 세 차례에 불과합니다. 가장 최근 사례조차도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장마는 기상청 얘기대로 전국에서 같은 날 시작됐다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어제와 오늘 사이 강수량이 1~2mm에 그친 탓입니다.

"이거 진짜 장맛비 맞아?"하는 의문이 드는 수준인데요. 기상청은 "밤사이 서울 등에 내린 비는 장맛비가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찌 됐든 12년 만에 같은 날 전국에 장마가 내린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된 겁니다.

"퇴근길→오후 3시→밤늦게"…시민 혼란 가중

이러다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은 종일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중부지방에 비가 찔끔 내리는 데 그치면서 기상청이 애초 예보했던 예상 강수량 10~40mm와 큰 격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린 시점도 문제였습니다. 서울의 경우, 기상청은 애초 '퇴근 시간쯤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가 어제 오전에는 '오후 3시쯤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정오쯤 가랑비가 내리다가 그치자, 이번에는 '밤늦게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예보에 온라인상에서는 기상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어제 서울 지역의 강수 예상 시간이 왜 여러 번 바뀌었느냐고 묻자 기상청은 "어제 비구름이 계속해서 북상했지만, 수도권이 장마전선의 경계에 있다 보니 비구름이 건조해지면서 약해졌다"며 "강수가 약해지면서 비의 양도 적어지고, 예상 시간대에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장마철엔 뚝 떨어지는 강수맞힘률

조금씩 빗나가는 기상청의 예측은 강수맞힘률 통계를 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발표한 기상청의 예보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나를 월별로 집계한 자료로 기상청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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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기상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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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상청의 예보가 맞아떨어진 건 60~70% 이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해 장마 등으로 강수량이 많았던 7월에는 맞힘률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름철에는 기온과 바람, 구름의 양 등 기상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더 많기 때문에 맞힘률이 떨어진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사실 현재까지 강수량과 비가 오는 날을 정확하게 맞추는 기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기술과 예보관의 경험을 토대로 가장 근접한 기상 시나리오를 뽑아내는 게 현재로선 최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을 동시에 접한 지형적인 요인 탓에 예측이 더더욱 어렵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 예보란 결국 지속해서 교정해나가는 과정"이라며 "국민들의 아쉬움과 불만을 토대로 더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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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1982년 7월 6일자 기사입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참고로, 역대 가장 늦었던 '지각 장마'는 언제일까요? 통계를 보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장마가 가장 늦게 시작된 해는 1982년입니다. 7월 5일에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됐고,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7월 10일에서야 장맛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위의 기사를 보면 "기상대(현 기상청)는 현재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장마전선이 계속 북상한다면 7월 중순에는 전국의 가뭄을 해소할 수 있는 흡족한 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실제로는 장마 기간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인 10일 정도로 짧게 이어진 데다, 총 강수량도 평년의 절반 수준인 188mm에 그쳤습니다. 기상대의 전망과 달리 '지각 장마'와 '마른장마'가 겹친 역대급 가뭄으로, 농민들의 속앓이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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