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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친기] “내가 쟤네보단 빨라”…통신3사의 낯뜨거운 ‘5G 도토리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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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_ LGU+ ‘기사성 광고’가 촉발, KT·SKT 기자간담회

모두 “우리가 더 빠르다”지만 5G 동작율 최대 69%

반쪽짜리도 안되는 5G로 ‘속도’ 경쟁…소비자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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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일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일궈낸 통신3사가 5G 스마트폰 팔기 ‘보조금 경쟁’을 벌이더니, 이제 또다른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속도 경쟁’입니다. 바람직한 일이어야 하는데, 낯이 뜨거워집니다. 터지는 곳이 별로 없어 5G 이용자 대다수가 ‘엘티이(LTE)’ 모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모두 ‘이론상 최대 속도’의 근처도 못 가고 있는데, 서로 상대적 속도를 주장하며 헐뜯고 있습니다.

발단은 엘지유플러스였습니다. <매일경제>, <한국일보>는 지난 14일과 21일 엘지유플러스의 5G 속도가 서울 주요지역에서 가장 빠르다고 보도했습니다. 엘지전자 V50 씽큐를 사용해 통신속도 측정 어플리케이션인 ‘벤치비’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였는데, 모든 지역에서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빠르다는 기사였습니다. 이때까지도 ‘참전’을 자제하던 에스케이티와 케이티는 24일치 <조선일보>에 발끈했습니다. 기사인지 광고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잘 보면 ‘광고’로 표기돼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매일경제·한국일보와 같은 방식(벤치비)에 같은 단말기(V50)로 서울시내 186곳에서 속도를 쟀더니 엘지유플러스가 181곳에서 가장 빨랐다는 것이었습니다. 5G는 측정 장소와 방법에 따라 속도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5G 전파의 특성 때문에, 기지국의 근접성이나 주변 건물, 스마트폰 종류, 이동중인지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런 민감한 요인을 구분하지 않고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빠르다니 나머지 두 곳이 ‘열받을 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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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는 지난 26일 오후 ‘팩트 체크’를 하겠다며 기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엘지유플러스가 측정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치졸하다”는 표현이 활용됐습니다. 매경·한국·조선에서 거론된 장소에서 케이티가 직접 측정한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주장의 핵심은, 엘지유플러스와 ‘궁합’이 좋은 엘지폰을 썼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더 많이 보급된 삼성폰을 쓰면 케이티가 더 빠르다고 했습니다. ‘궁합’에 과학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만….

에스케이티의 ‘스터디’를 표방한 기자간담회는 케이티 ‘팩트체크’ 종료 1시간 뒤에 이어졌습니다. 1위라는 ‘체통’ 때문인지 몰라도, 케이티보다는 에두르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커버리지 측정의 기준이 되는 기지국 장비·장치를 직접 전시하고 에스케이티의 장치가 더 많으니 품질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에스케이티 네트워크 담당 임원은 엘지유플러스가 가장 빠르다는 보도와 관련해 “그 결과를 엔지니어로서 인정할 수 없다. 속도에서는 우리가 이기는 곳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다음날인 27일 오전, 엘지유플러스는 기다렸다는 듯 “속도를 공개 검증하자”고 나왔습니다.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엘지유플러스는 경쟁사들이 이 제안에 응하리라 생각했을까요?

도토리들이 서로 제 키가 크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엘지유플러스가 언론광고비로 시비를 걸고 케이티와 에스케이티가 기자들에게 팩트체크와 스터디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정부는 매년 공식 발표해온 통신망 품질조사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사할 만큼 통신망이 확충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통신사들은 의미 없는 논란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조금 경쟁이나 ‘속도’ 경쟁이나 모두 소비자에 대한 ‘사기’ 행위와 다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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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 이럴 때가 아닙니다. 대다수 5G 이용자들은 엘티이(LTE)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엘티이를 쓰고 있습니다. 케이티 조사만 봐도, 서울 16개구 주요도로를 이동하는 상태에서 5G망 접속이 유지되는 시간 비율을 따진 ‘동작율’은 케이티가 69%, 에스케이텔레콤이 43%, 엘지유플러스가 51%에 그칩니다. 케이티 조사라는 것을 감안해도, 5G폰을 쓰지만 최소 31% 이상의 시간은 엘티이를 쓰고 있다는 얘깁니다. 다운로드 속도 역시 순서대로 353·316·272Mbps에 불과합니다. 이통사들이 약관에 따라 발표하고 있는 ‘이론상 최고속도’는 에스케이티 2.7Gbps, 케이티 2.4Gbps, 엘지유플러스 2.1Gbps입니다. 케이티가 스스로 가장 낫다는 속도조차도 이론상 최고 속도의 7분의 1밖에 안됩니다. 통신사들은 5G가 20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홍보해왔는데, 28㎓ 기지국이 깔려야 가능한 얘깁니다.

“답변 드리기 어렵다.”

에스케이티와 케이티는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이 답했습니다. “소비자가 이론상 최고속도에 근접한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서 말이죠. 5G가 안 터져 소비자 속은 터져나가는데, 통신사들은 더 빠르다고 돈 써가며 말다툼하면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5G의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할지 밝히고 그때까지 통신사들을 믿고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합당한 혜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도토리 키재기 할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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