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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이기긴 이겼는데’ 되찾을 친일파 땅은 달랑 1평 남짓…법원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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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200만㎡ 친일파 땅… 환수 가능한 것은 4㎡?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낸 토지 환수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3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현 그랜드힐튼 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항소심의 결과를 어제 (26일) 내놓았는데요. 1심과 달리 정부의 완전 패소로 판결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가 이 씨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땅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4㎡ ' 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국가가 환수 요구한 땅은 138 필지에 200만 ㎡ 가까이 됩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판결이 보도된 직후 "다소 황당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요. 왜 법원은 이런 판결을 내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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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것은 맞지만, 한일합병과는 무관" 이 씨 주장 인정
이 씨와 정부의 소송전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는 이해승이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재산귀속법'이 정한 명백한 '친일파'라고 보고 손자인 이 씨가 상속받은 192개 필지를 국가가 귀속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필지는 서울시 은평구부터 충북 괴산까지 전국에 퍼져 있고 시가 300억 여원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당시 '친일재산귀속법'이 환수 대상자를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한 자"로 규정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 씨 측은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것은 맞지만, 한일합병과는 무관하다. 대한제국 황실의 종친이라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씨의 주장은 1심과 항소심을 거쳐, 2010년 대법원 판결에서까지 받아들여 졌습니다. 애매하게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이 씨의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확정판결이 내려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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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에서는 추가된 부칙이 발목 잡아
판결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그러자 국회는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문구를 지워버렸습니다. 그런데 개정 과정에서 부칙 한 줄이 추가됩니다."다만, 확정판결에 따라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부칙이 추가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진 적은 없습니다.

정부는 개정법을 근거로 이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새로 추가된 부칙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는 일을 금지해버렸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정부의 완전 패소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문제의 '4㎡의 땅'은 2010년 대법원 확정판결 당시 대상이 됐던 토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재판부에서 환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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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민특위 실패 떠올리는 참담한 판결"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자고 만든 법으로 인해, 친일파 재산 환수가 불가능해진 상황. 정부는 법리 검토를 거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부칙이 그대로인 이상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도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초에 법 좀 세심하게 만들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입니다.

어제 판결 직후 재판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가했던, 독립유공자 후손단체 광복회 측은 "거물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70여 년 전 반민 특위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판결"이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요? 광복회는 재판부가 보조 신청인의 재판 참여를 허락하지 않아 국가가 상고 결정을 내려도 재판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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