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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유기견 ‘뿌꾸’의 억울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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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공원에서 사람을 공격했단 누명으로 포획된 ‘뿌꾸’

일곱마리 새끼 키우던 어미견 졸지에 ‘들개’ 취급

평범한 개 공포 대상 만든 건, 개들을 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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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는 한두 살 남짓한 검은 개다. 마치 그로넨달 종 개처럼 윤기 나는 긴 털과 뾰족 솟은 귀를 가졌다. 뿌꾸는 인천대공원에 살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곳에서 지냈는지는 모른다. 공원 어딘가에 버려진 개들의 후손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공원에 버려진 개 같기도 하다. 여하튼 그 애는 고단한 길생활을 하며 임신을 했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일곱 마리 새끼를 낳았다. 앞뒤로 아래가 다 막힌 공원 벤치가 뿌꾸의 산실이었고, 새끼들과의 보금자리였다.

공원에는 뿌꾸 말고도 다른 개들도 있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의 말로는 개들이 무리를 지어 산에 살며 밥을 얻어먹으러 공원으로 이따금 내려온다고 했다. 수컷으로 추정되는 검은 대형견은 시민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했다. 뿌꾸도 아마 시민들에게 음식을 얻어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삶을 이어온 것 같았다. 고단하다면 고단하고 배고프다면 배고픈 삶이었다. 그래도 뿌꾸는 새끼들에게 살뜰히 젖을 먹였다. 뿌꾸가 비쩍 말라가는 만큼 새끼들은 토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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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뿌꾸’를 죽이라고 했다


사건은 5월 말에 일어났다. 인천대공원에서 덩치가 큰 검은 개가 산책을 나온 보호자와 반려견을 공격한 일이 두 차례 발생했고, 공원에서는 산을 수색한 끝에 뿌꾸와 그 새끼들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들이 벤치를 뜯어낸 후 뿌꾸는 순순히 끌려 나왔다. 그 아래에는 꼼질 거리는 새끼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새끼들의 존재까지 함께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어미 ‘들개’가 출산한 직후 예민해져서 사람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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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의 소식이 뉴스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때 대개의 반응은 ‘사람 무는 개는 안락사(살처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소위 말하는 ‘들개’란 사납고 길들일 수 없는 야생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호소로 끌려간 뿌꾸를 만났을 때 뿌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들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새끼들을 이동장에 옮기고 뿌꾸도 이동장에 넣는 과정에서 한 번의 입질이나 저항도 없었다. 유순하고 착했다. 물론 뿌꾸가 순하지 않았을지언정, 설사 사람을 문 개가 잡혔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공격성 평가도 없이 그대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건 안 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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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에서 개에게 물렸다는 피해자의 증언에 의하면 실제 피해자를 공격한 개와 이번에 포획된 어미견은 크기부터 행동까지 전혀 다른 개로 보인다. 평소 인천대공원에 자주 들린다는 시민 역시 “매일 먹을 거 달라고 산에 숨어있다 내려오던 개”라며 “저 착한 깜둥이가 누굴 물어서 잡혀갔다기에 정말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의 진범 대신 뿌꾸가 누명을 쓰고 붙잡힌 셈이다. 소위 ‘들개’라 불리는 개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보호자를 기다리다가 처분된다. 카라가 뿌꾸네 가족을 구조하지 않았더라면 뿌꾸네 역시 여느 억울한 유기견들처럼 ‘들개’로 취급되며 이름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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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하고 배고픈 삶 끝에 얻은 병


병원에 데려와 검진해 보니 뿌꾸의 눈에는 진드기가 달라붙어 있었다. 목욕을 시키는 중간중간 혈뇨를 봐서 걱정했는데, 우려한 대로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3기에 이르러 있었다. 그 체고에 몸무게는 12㎏로 앙상하게 말라 갈비뼈가 보일 정도였다.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한 결과였다. 다행스럽게도 아기들은 무척이나 건강했다. 태어난 지 6주, 사람들의 손을 깨물 거리는 아기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귀엽고 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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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는 구조 첫날 목욕과 검사를 마치자마자 밥을 두 그릇이나 해치웠다. 며칠 지나지 않자 배변 패드 위에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따르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손길에는 순순했다. 새끼들은 그 짧은 꼬리로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는 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보호소에서 구조해 온 후 만 6일, 홍역 진단을 받을 때까지는 그랬다. 입소 직후 검사했을 때는 전염병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지만 잠복기를 끝낸 전염병이 증상을 보인 것이다.

홍역은 시 보호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역은 치사율도 전염성도 무척 강한 질병이다.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온 뿌꾸와 새끼 두 마리가 곧장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개들이 홍역뿐만 아니라 코로나에도 감염되어 있다고 전했다. 아기들은 치사율이 80%가 넘는다며 안락사를 권했다. 다들 죽어 마땅하다는 개들을 살리자고 데려왔는데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치료를 부탁하고 센터로 복귀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남은 다섯 마리 새끼들에게서도 홍역 양성반응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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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와 그 새끼들이 홍역으로 투병한 지 열흘이 넘어간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모두 살아 있다. 그간 활동가들이 매일 죽을 끓여 서울대병원으로 배달을 갔다. 생에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아기들은 사람이 오면 아는 척을 하면서 어미에게 가겠다고 낑낑거린다. 가장 먼저 증상이 발현했던 아기는 상태가 나빠졌다가 좋아졌다를 반복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졸이고 있다. 뿌꾸는 아픈 와중에도 여전히 배변 패드에 대소변을 가리면서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아는 척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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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는 없다…유기견이 있을뿐


뿌꾸가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뿌꾸를 두고 ‘들개’라고 부르며 무조건 비난하거나 혐오감을 표현하고 있다. 도대체 ‘들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딩고와 같은 야생 들개가 원래 없다. 다들 그냥 사람이 버린 유기견, 사람과의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개일 뿐이다. 개를 적대하고 배척하는 사람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날렵해지고 경계심이 강해진 게 그리 잘못되었을까. 잘못이 있다면, 그건 개를 방치하거나 함부로 유기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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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들개’라 불리는 유기견들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희생양일 뿐이다. 공원에서 비쩍 말라가며 새끼들을 어렵게 보살핀 개를 결국엔 보호소로 끌려가게 해 치사율 높은 전염병에 걸리게 한 것도 사람들이다. 투병 중인 뿌꾸네 가족들이 무사히 완쾌하길 빈다. 무책임한 사람들이 다시 그들을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뿌꾸네 가족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여기, 우리 곁에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동물권행동 카라 김나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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