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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햄버거도 1만원 시대, 한끼 먹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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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영 기자]

햄버거 가격이 1만원에 달하면서 '간편한 한끼'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가격 인상의 원인은 똑같다. '물가인상'과 '제반 비용 상승'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물가상승률만큼 제품값이 올랐는지, 값이 오른 만큼 품질도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金버거 논란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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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격 인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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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학교 근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를 찾은 대학생 이성훈(25)씨는 깜짝 놀랐다. 세트 제품 중에 1만원에 가까운 제품(9700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아 가격이 이 정도인줄 몰랐다"며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했지만, 온라인에서 '제값 주고 먹으면 바보'라는 글을 보고 기분이 좋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먹기 전에 쿠폰이나 프로모션을 찾아야 하나"라며 "어차피 상시 할인할 거면 애초에 정가를 낮추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햄버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실시하는 '패스트푸드점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햄버거의 가격만족도는 2014년, 2017년 모두 최하점을 기록했다. [※ 참고: 이 조사는 해마다 실시되지 않는다.] 2014년(점유율 상위 5개 업체 조사)엔 5점 만점에 3.12점을, 2017년(4개 업체 조사)엔 3.42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햄버거 가격은 올해도 '오름세'다. 지난 2월 맥도날드는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음료 2종, 사이드·디저트 5종 등 23개 제품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2017년 1월, 2018년 2월에도 가격을 인상했다. 맥도날드 측은 "제반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비판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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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2월 성명서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맥도날드의 연이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와의 소통을 저버린 처사다.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건 기업 윤리를 도외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다른 업체도 가격 인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롯데리아는 지난 2년간 햄버거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 2017년엔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5.9%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버거 11종 가격을 평균 2.2%나 올렸다. 마지막 가격 인상이 20 15년 2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인상 주기가 짧아진 셈이다. 지난해 2월엔 '가성비'를 내세워 인기를 얻은 맘스터치마저 가격을 올렸다(버거 제품 18종 200원씩 인상).

가격 만족도 '단골 꼴찌'

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인건비·임대료 등 물가가 올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반론을 편다. 정말 그럴까. 5년 전인 2014년과 현재의 소비자물가지수, 햄버거 가격상승률, 업체별 대표 제품 인상률이 얼마나 변했는지 비교해보자. 2014년 5월 대비 2019년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6%였다. 같은 기간 햄버거 가격상승률은 11.7%에 달했다. 햄버거 가격이 소비자물가보다 6.1%포인트나 더 오른거다.

5년 사이 업체별 대표 제품(맥도날드 '빅맥', 버거킹 '와퍼', 롯데리아 '새우버거', KFC '징거버거', 맘스터치 '싸이버거', 전부 단품 기준) 가격 인상률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4년 6월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한 결과, 업체별 대표 제품 가격상승률은 최소 6.3%(싸이버거)에서 최대 15.2%(새우버거)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이 햄버거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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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원자재·인건비 등이 오른 건 맞지만 반드시 가격 인상으로 메울 필요는 없다"며 "배달 수수료 등 다른 요인을 조절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반 비용이 오른 만큼 가격을 인상하면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때만 되면 오르는 가격과 달리, 햄버거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위생 문제다. 잘못 조리된 햄버거를 먹고 탈이 나거나, 햄버거를 먹다가 이물질을 발견하는 사례가 숱하다. '서비스 품질'을 위해 가격을 올린다는 말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2014~2018년 접수된 햄버거 관련 위해 사례는 1125건에 달했다. 이중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의 사례(711건)를 분석한 결과, 식품섭취 위해가 62.4% (444건), 이물질 혼입이 30.1%(214건)이었다. [※참고 : 위해 건수는 CISS에서 '외식-양식 햄버거' 품목과 '빵(떡) 및 과자류-빵 햄버거' 품목을 합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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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ISS에 접수된 햄버거 관련 위해 사례는 288건에 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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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11건의 사례 중 위해 증상이 확인된 사례는 519건이었다. 이중 식중독·구토·설사 등 소화기 계통의 손상·통증이 386건(74.4%)으로 가장 많았다. 피부 관련 증상(12.9%), 치아 손상(9.8%) 등의 피해도 빈번하다. 이물질 혼입은 불쾌함을 넘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5년 6월에는 한 소비자가 햄버거 내에 있던 쇳조각으로 인해 치아 파절·신경 손상을 입기도 했다. 2016년에는 덜 익은 패티가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의 오염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패스트푸드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며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매출 증대를 위한 경영 합리화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는 불안감을 안은 채 비싼 햄버거를 사먹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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