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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600만원도 넘긴 비트코인…정부는 규제 법제화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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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브라’에 가상화폐 시장 들썩
가상화폐 인정 않는 정부 입장엔 변함없어

비트코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오전 10시·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1610만원을 기록 중이다. 작년 12월 370만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불과 반년 만에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최근 며칠간 분위기가 뜨겁다. 25일에는 하루에 100만원이 넘게 오르더니 26일에는 하루에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들썩이는 데에는 글로벌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Libra)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 컸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JP모건이나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속속 자체 가상화폐 발행에 나서면서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글로벌 기업까지 나서면서 2년전 가상화폐 광풍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정부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 당국인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가상화폐 시장 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자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이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는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여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는 최근의 가격 급등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기 현상 때문이 아닌 글로벌 요인에 따른 것인만큼 당장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년전 가상화폐 광풍 때는 국내 투자자의 투기 현상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났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이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일부 다시 나타나고 있지만, 2년전만큼 심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책회의 이후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가 나타났지만 국내적인 요인이 아니고, 김치 프리미엄도 과거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정부 차원에서 뭔가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시세상승에 편승한 사기나 다단계 같은 불법행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융당국과 검·경 차원의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를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보내놓은 상태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처리가 지연되자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1년 연장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법제화를 통해 규제 공백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금법이 법제화되면 실명계좌를 이용하지 않거나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갖추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퇴출된다. 금융당국이 보다 실질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법제화되면 법정화폐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는 셈이지만, 동시에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강도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나 JP모건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나서는 마당에 한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지침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법제화를 추진 중인 특금법 개정안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은 FATF와 같다고 보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바뀔 것이 없다"며 "다만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기존 비트코인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 기구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 보다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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