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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 인터뷰] 김성재 前 청와대 민정수석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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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사로잡힌 편협한 진보에는 미래가 없다”

민주화운동 성과 돈·권력으로 사유화하는 사람들 있어

文 대통령, 원칙도 중요하지만 실사구시 놓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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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월간중앙과 만난 김성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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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통령의 발언이 사려 깊지 못하다는 우려가 있다.”

김성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화법(話法)이 근래 부쩍 거칠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가급적 특정 현안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가고, 특히 정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얘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문 대통령의 언어는 더 직선적이고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게 김 전 수석의 평가다. “대통령에게 생각의 여유가 없어진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6월 10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김 전 수석은 그 예로 북한에서 장관을 지낸 김원봉을 거론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를 들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광복군을 언급하면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수석은 “김원봉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둘째 치고, 6·25전쟁의 주범이라는 사람을 현충일 추념사에서 추켜세운 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정색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크게 보면 범진보진영의 일원이다. 그럼에도 그는 흡사 문재인 정부와의 불화(不和)를 감수하기로 한 듯했다. 이따금 언론을 통해 정부 여당에 쓴소리를 했던 그였지만, 이날 인터뷰에서는 마음의 정리를 한 듯 의미심장한 얘기들을 직설화법으로 풀어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핵심, 검찰 등 권력의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힘깨나 쓴다는 권력그룹까지 모두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정부에 지분과 영향력을 가졌다고 행세하는 이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폐쇄적이고 이념 편향적인 국정운영이 가져올 후유증을 경계했다.

“현충일 발언, 잘못된 역사인식의 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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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김성재 당시 문화부 장관(오른쪽)이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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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문 대통령의 현충일 김원봉 발언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반응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A : “때와 장소를 가렸어야지.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은 6·25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군인들이 영면한 곳이다. 6·25전쟁은 전몰자와 유가족, 나아가 온 국민의 엄청난 희생을 강요했다. 김원봉이 아무리 독립운동을 했다고 해도 어떻게 현충원에서, 현충일에 그 얘기를 할 수 있나. 아무리 변명해도 대단히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 말았어야 할 얘기를 했다. 게다가 김원봉은 임정과 갈등을 겪다가 임정을 부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김원봉 평가는)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잘못된 역사인식의 소산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말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Q : 대통령의 말은 어떠해야 하나?



A : “한마디 한마디가 사실에 입각해야 함은 물론,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의 발언이 국민, 국제사회에 주는 파장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해선 안 되는 게 대통령의 발언이다. 특히 대통령이 정쟁을 일으키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직분은 국민 전체를 보면서 하는 자리다. 요즘은 (문 대통령이)여당, 자기 진영만의 대통령처럼 보인다. 보수 성향의 국민도 대한민국의 국민 아닌가. 대통령의 편 가르기 발언은 극히 염려스럽다고 하겠다.”




Q : 그게 시대정신이고 자신의 소명이란 믿음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A :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하는 자기들만의 시대정신은 독선이고 오만이 된다.”




Q : 얼마 전 공개 강연에서 “대통령과 정무직 고위공직자는 과거 민족주의나 국가관을 넘어서 새롭게 변화된 국제정치·경제환경에서 세계를 통찰하며 역사의식을 가지고 국가를 발전시킬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를 이 기준에 투영해본다면?



A : “오늘의 세계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아메리카 퍼스트, 미·중 대결 등에서 비롯된 새로운 국제정치와 새로운 세계경제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문명인 4차 산업혁명이 빛의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현실을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이 두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그리고 특정 좌파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새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사로잡힌 편협한 진보에는 미래가 없다.”


“대통령직은 연습하는 자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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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6일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왼쪽)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셋째가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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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편협한 진보에 미래가 없다는 말에 부연설명을 해달라.



A : “과거에 머물지 않고 열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게 진보다. 과거와 싸우는 진보는 진보라 할 수 없다. 온 국민이 현재도 불안하지만 미래를 더 걱정한다. 국민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Q : 더불어민주당은 20년, 50년, 100년 집권론에 총선 240석 획득을 호언한다. 국민이 보기엔 집권여당의 오만함으로 비치지 않을까.



A : “민주당 의원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이 20년, 50년, 100년 집권 운운하는 건 오만해서라기보다 불안해서 하는 소리다. 정치 생명이 달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마음이 떠나가는 현실을 아프게 생각하고 당황해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을 지지했던 진보진영 사람들도 점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여권은 민생문제를 제대로 풀려고 노력하기보다 야당과 보수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하다. 적폐몰이를 통해 야당과 보수 세력의 분열에 매달리는 양상이다. 그럴수록 국민의 마음은 정부 여당에 점점 더 멀어지는데도 말이다.”




Q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나 민주당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A :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자유한국당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한국당이 국민이 바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때맞추어 막말을 해서 ‘정부 여당의 X맨’,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Q :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에 가까운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A : “달리 해석해보자. 이미 적폐몰이는 2년 동안 해왔다. 적폐몰이를 하다 보니 갈등이 증폭되고, 경제정책도 외곬으로 가면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40% 이상의 국정지지율이 나온다? 그건 야당 하는 꼴이 너무 기가 막히니까 그런 거다. 한국당이 집권하면 박근혜 국정 실패의 재판(再版) 아니냐는 우려가 사회 저변에 만연하다. 그래서 어쨌든 문 대통령과 이 정부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흐르는 것이다. 지금의 국정지지율 유지는 정권을 야당에 넘겨주면 안 된다는 심리의 반영일 뿐 정부 여당을 기꺼이 지지해서 나온 수치는 아닌 것이다.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그렇다고 황교안 대표의 한국당에게 정권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그렇다고 문 대통령과 여당이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국정지지율만큼 자기네 지지세력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오판이다.”




Q : 문 대통령도 이런 정황을 느끼고 있을까?



A : “대통령직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 한 사람이 잘못하면 많은 국민이 희생당하고, 나라의 근본이 무너진다. IMF 외환위기 때 이미 이런 고통을 겪어봤지 않나? 엄청난 책임을 지는 무서운 자리다. 이를 이겨내자면 세상을 넓게, 멀리 보는 역사의식, 국민 생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마음과 능력, 특히 대통령직의 엄중함이 주는 고독과의 싸움, 내면의 성찰이 필요하다. 나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출마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전체를 한번 꼼꼼하게 되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Q :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6월 9일 미·중 통상마찰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로 와 닿던가?



A :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이 잘못됐다는 걸 말하는 건데…. 경제수석은 그걸 대외 환경의 악화와 추경예산 미집행 탓으로 돌리는 듯했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소수 국민의 피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5000만 국민 전체에게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안긴다. 정책 실패가 얼마나 준엄한가를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여당 인사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런데 윤종원 수석은 인정받는 경제정책전문가다.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알면서 핑계를 대는 거라 생각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수석이라는 자리에 연연해서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 취소’ 외친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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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전 민정수석이 6월 1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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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청와대의 경제 하강 발언은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는 추경예산 처리를 압박하는 방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A : “만약 청와대가 그런 속셈을 갖고 있다면 참으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경제 정책을 정치적 꼼수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Q : 표현이 아주 강하다.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A : “내가 하는 말 그대로 써 달라.”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장기표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대접도 많이 받았다. 한번은 출소 후 동문 모임에 가니 내게 한마디 하라고 해서 ‘나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망했을 것’이란 말을 했다. 우리는 대학 캠퍼스와 친구가 있는 좋은 환경이어서 데모할 수 있었지, 동대문시장에서 포목 장사하는 사람이 아무리 민주화 의지가 있어도 데모할 수 있었겠나. 당시 나를 취조한 수사관에 대해서도 ‘인간 말종’ ‘독재자 후예’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인생이 뒤바뀌었으면 나도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를 위해 일했을 것이다.”



Q : 권위주의 정권 시절 변혁운동에 몸담은 장기표씨의 발언은 기존 운동권 출신 인사들과 사뭇 결이 다르다. ‘운동했다’는 사람의 소양과 기본자세가 현시대에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A :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의와 헌신 때문에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과거 운동했다고 완장 찬 사람처럼 행세하거나 돈, 권력, 자리를 요구하는 건 순수성을 망각한 타락이자 자기 배신이다. 어딘가에서 이름 없이 희생한 사람들의 거룩함을 더럽히는 행위다. 우리 국민은 4·19민주혁명, 6·10민주항쟁, 5·18민주항쟁, 촛불혁명 등을 통해 정권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이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돈과 권력으로 사유화하는 이들로 인해 우리나라가 아직도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나지 못하는 것이다.”




Q : 돈과 권력의 사유화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A : “2016년 말부터 우리 국민들은 엄동설한에도 4개월여 동안 전국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촛불을 밝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고, 동시에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를 정상적으로 이룩하려는 염원 때문이었다. 초기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는 정당 깃발이나 민노총 등 단체 현수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길어지고 민노총과 진보적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면서 이들의 정치집회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노총, 참여연대, 민변, 과거 386운동권이 촛불혁명의 주체임을 자임하며 권력을 독점하려고 하면 이는 온당치 않다. 촛불혁명의 주인은 국민이다. 심지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촛불혁명 정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하는 실정이다. 이런 게 바로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촛불혁명은 정상적인 민주정부 수립과 정상적인 국정수행 그리고 국민화합이라고 생각한다.”




Q : 장기표씨는 또 “문재인의 학생 시위 전력은 운동권 프로와는 비교가 안 된다”면서 “그에게는 이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운동권의 포로가 된다. 강경 주장에 따라가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A : “그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도리어 문 대통령은 자기 원칙에 충실한 순수함을 지키고자 국정을 실사구시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본다.”




Q : 요즘은 노조가 경찰관을 폭행해도 경찰은 연행을 꺼린다. 검찰청 현관을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시위대에 무죄가 선고되고 시위를 진압한 경찰은 수천만원을 물게 된다. 노조가 권력화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A : “불법 노조 활동과 공권력에 대한 도전, 특히 경찰에 대한 폭력은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미국 같았으면 현장에서 모두 체포·구금됐을 거다. 내가 김대중 정부의 민정수석일 때 민노총을 합법화했지만 불법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당시 단병호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민노총은 2000년 12월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위를 했다. 당시 현장에 등장한 현수막이 ‘노동자 탄압하는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을 취소하라’였다. 지금의 민노총은 불법과 파괴를 일삼으면 노동운동 자체를 스스로 해체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세계노동운동사를 통해 깊이 성찰해야 할 거다.”


“검찰 인력 충원하되 원칙 요구해야”




Q : 한신대 교수 시절 전교조 창립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안다. 5월 28일이면 전교조 창립 30돌을 맞는다. 전교조가 학생, 학부모와 괴리된 또 하나의 교원들 이익단체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A : “전교조는 ‘입시지옥에서 자살하는 제자들을 살리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란 구호와 참교육을 외치며 탄생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입시지옥 때문에 죽어가는 학생은 더 많아졌고, 여전히 부모의 경제력에 아이의 성적이 정비례한다. 과도한 경쟁은 학교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인식케 한다. 전교조는 이런 비인간적, 비교육적 학교 현실을 정부 정책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전교조 교사들도 초심으로 돌아가라. 제자들을 살리고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학습시스템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내가 민정수석이던 2000년 초 전교조를 합법화했다. 전교조가 지금처럼 노조주의에 빠져 교사이기를 포기하고 자기 이익만 도모한다면 가장 위선적이고 타락한 존재가 될 것이다.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길 바란다.”




Q : 공직비리수사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수처법은 어떻게 다뤄져야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A : “민주정부 출범 때마다 시민단체가 검찰 개혁의 한 방편으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이는 검찰 개혁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검찰 개혁의 근본은 무엇보다 법에 보장된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 원칙에 따른 불구속수사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 행위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적 수사가 아닌 물리적 강압에 의한 구속수사에 있다.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시키고자 물리적 압박만이 아니라 ‘별건수사’, 가족과 친인척 무차별 계좌 추적 등 국민의 기본 권리를 유린하는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피의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있다. 그래서 피의자들은 수사과정의 물리적 압박,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협박, 명예훼손 및 모욕감 등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Q : 현 정부 들어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A : “특히 구속수사로 가면 피의자는 죄가 있든 없든 이미 검찰에 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많은 경우, 특히 대기업 총수의 경우 변호사는 무죄 변론보다 우선 피의자를 불구속, 또는 석방시키고자 타협을 종용하고 불구속에 대한 성공보수를 챙긴다. 결국 구속수사가 검찰과 변호사간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방편이 되는 셈이다. 동시에 구속수사는 검찰의 인사 고가와 승진을 위한 전가의 보도가 된다. 죄형법정주의에 의한 불구속수사 원칙이 지켜져야 검찰의 기소권과 권력 남용 문제가 해결된다.”




Q : 여권은 공수처 설치 의지가 아주 강한 것 같다.



A : “검찰의 불법적 관행을 그대로 두고 공수처를 만들면 검찰, 경찰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검찰청은 법무부에 소속돼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법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제대로 임명하면 그만인데도 말이다. 따라서 옥상옥의 공수처법 논란이 아니라 대통령이 인사를 제대로 하고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지키면 된다. 법이 잘못된 것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Q :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나?



A : “필요 없다고 본다. 잘못하다가는 유신 때의 권력 집중보다 더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차라리 검찰의 인력 구조를 현실화하는 게 더 다급한 과제다. 검찰은 현재 인력으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법관과 검찰 인력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면 된다.”




Q : 공수처 법안은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우리 정치를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A :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우리처럼 강력한 대통령중심제 국가는 세계에 없다. 미국은 대통령중심제이지만 의회에서 정책과 예산을 결정해서 정부가 집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통령,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고 국회는 예산심의만 한다. 그러니 여당의원은 거수기가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야당 할 때가 더 좋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사표를 방지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회의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면, 현행 대통령중심제 문제를 해소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우선 돼야 한다.”


“정책 실패 선심 복지로 덮으려 해”




Q : 일해서 얻은 수입보다 정부 지원 등 남의 도움에 더 의존하는 국민이 10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살기 어려운 이들에게 정부 지원은 고마운 손길이지만, 한편으로는 국고가 축나고 나라의 경쟁력도 소진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A : “정부는 빈부격차,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최저임금 인상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이미 대기업 대부분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이주했고, 남아 있는 중소기업 그리고 영세자영업자들만 최저임금 인상 ‘폭탄’을 맞는 현실을 정부 여당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가 줄줄이 폐업하면서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마이너스 경제를 야기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직자를 늘린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다 선심성 복지로 책임을 덮으려 한다. 그런데 복지 남발도 세금 수입의 한계로 곧 끝장날 수밖에 없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복지 남발에 의한 도덕성 해이가 국민의 마음과 정신을 피폐케 한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 실정 차원을 넘어 나라를 해체시키고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Q :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4대강 보 해체 정책의 입안과 집행 과정을 평가한다면?



A : “탈원전 정책이나 4대강 보 해체 결정은 환경문제를 단편적으로 보고 국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을 정부 여당이 받아들인 결과로 이해된다. 지지세력의 요구라 해서 깊이 검토하지 않고 추진한 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세계 5대 원유 수입국이자 7대 천연가스 수입국이면서 에너지 소비율은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미국과 중동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장기적 에너지 확보 전략을 강구하는지도 의문이다. 원자력기술의 붕괴는 과학기술의 붕괴와 직결된다. 따라서 탈원전과 4대강 수중보 해체 정책을 과학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Q : 민간 환경단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A : “일부 민간 환경운동 단체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때론 정치적으로 행동한다. 현 정부 들어 전국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벌이는 토건사업을 보자. 중앙정부는 그린벨트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도시 건설에 나서는 형국이지 않은가. 아마 과거 정부 같았으면 환경운동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서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편이라고 입도 벙끗하지 않는다. 특히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에 확대되는 태양광 패널 설치 사업은 산, 농토, 호수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진다.”




Q : 위정자의 자세를 다시 되새긴다면?



A : “무엇보다도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고, 변화하는 세계 현실을 바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편에서 화합의 정치를 하고 현장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


대담 박성현 월간중앙 편집장 park.sunghyun@joongang.co.kr / 정리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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