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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LH 너무해"…세탁기 못 넣는 새 아파트 논란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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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뉴스 리포트] 세탁기 못 넣는 다용도실?…새 아파트에 무슨 일이 (2019.06.24)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데 평균 7.1년이 걸립니다. 범주를 좁혀보죠.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선, 한 가구가 1년 소득 모두를 저축해도 꼬박 6.9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직장인 A 씨는 생애최초주택구입 특별공급을 통해 경기 하남의 LH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꿈만 같은 일입니다. 억대의 잔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니던 직장의 퇴직금을 중간 정산받아 처리했습니다. 그 때까진 첫 내 집 마련이란 단꿈에 젖어 있었습니다.

● 사전 방문 때 '세탁기 문제' 발견

하남 LH 아파트 입주일은 오는 28일입니다. 본격적인 사전 방문도 시작됐습니다. 다 지어진 내 집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예비 입주민들이 불길함을 직감한 건 정확히 그 때부터입니다.

사전 방문에 나선 예비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건 새 집 곳곳의 치수를 재는 겁니다. 들여놓을 가구나 집기가 새집 구조에 들어맞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유독 다용도실 문 폭이 좁아 보였다고 예비 입주민은 말합니다. 직감은 곧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다용도실 문 폭을 재 보니 68cm였습니다. 반면, 소형을 제외한 보통의 세탁기 너비는 최소 70cm. 세탁기가 다용도실에 들어가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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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 도면보다 좁게 시공, 왜?

다용도실에는 배수 등 수도시설이 있습니다. 오직 세탁기 설치를 위해서입니다. 다용도실에는 세탁기가 들어가야만 합니다. 예비 입주민의 주장은 '부실 시공'입니다. 설계 도면과는 달리 실제 집을 지을 때, 문 폭이 좁게 시공됐다는 말입니다.

취재결과 지난 2016년 7월, 사업 승인이 떨어졌을 때의 설계도 상엔 아파트 다용도실 문 폭은 71cm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공은 68cm로 됐습니다. 시행사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시행사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애초 다용도실을 설계할 때엔 두 개의 문 틀과 문 폭 71cm를 고려해 79cm를 제작 치수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시공 때 40mm짜리 문 틀 수급이 안 됐고, 대신 55mm로 사이즈를 늘리다보니 자연스레 문 폭이 68cm로 줄었다는 겁니다. 시공 실수인지 아닌지가 애매한 이 해명에서 명확한 건 설계와 시공이 달랐다는 점. 그리고 세탁기 너비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정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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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민 집단 반발…황당한 자구책?

예비 입주자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습니다. 세탁기와 같은 생활 필수 가전이 들어가지 않으면, 설사 입주를 한다고 한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발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자구책이 나왔습니다.

시행사가 제안한 건 두 가집니다. 첫째, 다용도실 양 문틀을 20mm씩 절단해 총 72cm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겁니다. 이후 세탁기를 넣고 잘라낸 만큼 철판을 덧대 마감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철판은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이고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시트지를 붙여주겠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예비 입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새집이 헌 집 되는 꼴일뿐더러, 혹 이사를 나가게 되면 또 문틀을 떼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부분 재시공을 해달라고 예비 입주민은 역으로 시행사에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둘째, 다용도실 창문을 통해 세탁기를 넣는 방법입니다. 세탁기를 창문까지 들어 올리는 데에는 사다리차가 동원됩니다. 비용은 시행사가 지원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예비 입주민들은 말합니다. 이사 때마다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해당 가구가 아주 고층이거나 혹 사다리차 접근이 불가능한 지형에 있을 경우, 세탁기 반입이 아예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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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기 대란' 보도 후 지금은…

현장 취재를 할 때만 해도, 입주민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아울러 실제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사비를 들여 다용도실 문틀 확장 공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수 백만원에 이르는 견적까지 받아놓을 상태였습니다.

보도 직후, 시행사가 예비 입주민에게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요구한 대로 문틀 재시공 공사를 해주겠다는 겁니다. 입주일을 늦출 순 없으니 우선 사다리차 등으로 세탁기를 넣은 뒤, 문틀 시공 공사를 진행하자는 게 시행사의 제안입니다. 예비 입주민들은 이 제안을 재차 꼼꼼히 따져보고 있습니다. 재시공을 한다면 언제까지 끝낸다는 건지 등 세부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시행사가 뒤늦게 말 바꾸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합니다.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이 그나마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오는 28일, 입주 현장에서의 '세탁기 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던 예비 입주민의 바람이 그나마 이뤄진 셈입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공식 입주 이후 실제 이 문제가 잘 해결됐는지, 아니면 한시적 면피를 위한 말뿐이었던 건지,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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