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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②]박세영, 3년 아닌 30년 뒤 바라보는 배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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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세영이 `돈꽃` 이후 1년의 공백을 가진 배경을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은 박세영이 지난해 초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돈꽃’ 이후 1년 만에 택한 차기작이었다. 1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공식적인 필모그래피는 ’공백’이었지만 박세영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채움’의 시간을 보냈다.

"20대 중, 후반 5~6년 동안 열심히 달리기만 했는데, 30대 초반이 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 달리기를 열심히 하면 좋지 않을까. ’돈꽃’ 전부터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었는데 ’돈꽃’을 하면서 더 확고해졌죠.

막상 쉬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고민도 적지 않았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쉬면 어쨌든 잊혀지게 되는데, ’돈꽃’이 잘 됐으니까 그 기운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죠. 그렇지만 눈 앞의 3~4년 뒤보다 20년, 30년 뒤를 봤을 때 좀 더 건강하게 이 일을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고, 일을 하다 보면 정신없이 하게 되긴 하는데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다, 일이 나인 것처럼 살게 되는 것 같았어요. 지금 이 시기에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게 될 것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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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은 완벽한 `내려놓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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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부터 이미숙, 이순재까지. ’돈꽃’에서 만난 많은 대선배들이 배우로서 그들의 삶을 영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든 생각도 덧붙였다. 박세영은 "20년, 30년, 40년 연기한 분들의 삶은, 그 (고민의) 시간을 견디고 이기며 해나가신 거니까, 그분들은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내왔을까 생각도 하게 됐다"며 "그런저런 생각들이 모여서, 내가 좀 더 건강하게 이 일을 했으면 (했고), 나라는 사람이 이 일에 끌려가거나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더 주체적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쉬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체적으로 내린 결단에 대해 박세영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늘 잘 해내고 싶고, 내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 왔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시간을 잘 보내겠다’는 마음가짐 자체를 내려놓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어요. 단순 휴식 차원이 아니고, 나 자신을 내려놓고 쉬자고 마음 먹었는데도 그 순간에도 강박이 있는 것이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됐죠."

그렇게 박세영은 일을 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 속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며 정리하기도 하고, 몇 년 전부터 계획했던 독립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른, 진짜 휴식의 시간을 보냈고 그게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보면 더 뜻깊은, 귀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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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은 멀리 보고 가기 위해 1년의 휴식을 선택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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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확 많은 게 바뀐 건 아니에요. 그 시간을 보낸 뒤 ’조장풍’을 만나 3개월간 함께 했는데, 진짜 작은 차이지만 큰 변화가 시작되는 느낌이죠. 되돌아보니 지난 1년의 시간이, 저에게는 힘든 시간이기도 했어요. 주위 사람들이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더 밝아졌다고 하는데, 내 안에 뭔가 변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스스로에게 결코 만족하지 못해 칭찬은 커녕, 채찍질하기에 급급했던 지난 날 ’배우 박세영’을 담담하게 술회한 그는 "이제는 잘 하든 못 하든 하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느끼고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이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도 만족하고 시청자도 만족하는, 잘 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죠.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며 조금은 심플하게 가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조장풍’을 통해 시청자에 한 발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점은 지난 시간의 연장선 격인 이 작품으로 얻은 의미 있는 수확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보다 ’캐릭터’로 작품에 온전히 녹아든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며 "사람들에게 박세영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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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은 시간이 갈수록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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