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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F초점]'채용비리' 권성동 무죄에 웃는 염동열·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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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장제원 의원과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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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혐의 입증 까다로워…검찰, 김성태 '제3자 뇌물죄' 머뭇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법원이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를 받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KT 등 다른 채용비리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끈다. 당장 같은 혐의로 재판이 진쟁 중인 염동열 한국당 의원과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으로 21일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은 김성태 한국당 의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키맨' 최흥집, 염동열 공판에서 진술 번복

실제로 이날 선고를 4시간 앞두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염동열 의원의 공판에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2013년 2차 채용 당시 염 의원을 커피숍에서 만나 직접 청탁자 명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채용을 강요받았거나 꼭 합격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국회의원이니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고 본인 재판 때 했던 진술을 번복하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최 전 사장은 2018년 12월 열린 본인의 결심 공판에서는 "염 의원에게 면접이 끝나 채용이 어렵다고 말했는데도 합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또 "잘못된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조사과정에서 알게 됐다. 채용 절차는 잘 모르고 인사팀에게 지시한 내용도 시간이 지나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인사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진술을 해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항소심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염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으나,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것이 최 전 사장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권 의원 1심 공판 진행의 흐름상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했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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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캡쳐


◆ 안미현 검사 "최 사장 자백은 미친 짓임을 학습한 듯"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의 외압 의혹을 최초 폭로했던 안미현 검사는 권 의원 선고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법같은 일"이라며 "자백한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팀장은 처벌받고, 청탁자로 지목된 사람은 부인해서 면죄를 받았다"고 재판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최 전 사장의 진술 번복 내용을 담은 기사도 링크하며 "(최 전 사장이) 웬일로 자백하나 했더니 역시 자백은 미친 짓이라는 것을 학습한 듯"이라고 추가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은결 보다 능력있는 마술사들. 의원님들"이라고 지적했다.

임은정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원랜드 판결에 대한 법원 설명자료가 돌아다니길래 저도 받아보았다. 여러 번 읽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으니 제 독해력이 많이 부족한가 보다"고 재판 결과를 꼬집었다. 임 검사는 "그럼에도 검찰과 법원을 포기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생명의 움을 틔워 올리려는 발버둥들을 보아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권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강릉시민행동, 청년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도 선고 직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의 피해자만 정부 추산 80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법원 선고 결과를 보니 취업 준비 대신 권성동 의원실 인턴이 되기위해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하이원교육생 1.2차 선발에서 최종 선발된 518명 중 493명을 채용 청탁 명단으로 관리된 합격자로 파악했으며, 검찰 수사결과 채용 부정이 확인된 239명을 채용 취소했다. 이에 따라 채용 비리 피해자 225명은 2018년 7월 추가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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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KT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은 지난 5월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규탁 삭발식에 참석한 김 의원 모습/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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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동 무죄, KT 채용비리 김성태 검찰 조사에 제동

법조계 안팎에서 권 의원의 업무방해나 직권남용죄가 유죄 판결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앞서 법원은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정규직 채용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최경환 의원의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압력이 있었다"며 최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박 전 이사장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의 항소심에서도 직권남용 혐의가 1심과 달리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전 구청장이 강남구청 위탁업체인 모 의료재단에 제부를 채용시키기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녹색당은 부산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조문환 전 국회의원의 유죄 선고를 예로 들며 "법원은 소극적이고 안일한 법해석으로 수많은 청년들을 좌절의 늪에 빠뜨리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며 "채용 청탁과 부정합격은 일련의 연결된 범죄행위이다. 청탁받은 사람만 처벌하고 청탁한 자는 무죄라는 기막힌 법 적용은 법리도 아니다. 또 다른 말장난이고 기만일 뿐"이라고 법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검찰은 조 의원 사건에 초점을 맞춰 수사와 기소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용비리를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현재 KT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1일 딸의 KT 부정 채용 의혹을 받는 김 의원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초 김 의원에게 제3자 뇌물죄 등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권 의원이 제3자 뇌물죄까지 무죄를 받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권성동 무죄' 이순형 판사 독특한 이력 관심

권 의원을 무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이순형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도 크다. SNS에서는 이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점과 예전 판결을 놓고 볼 때 이번 선고가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한 누리꾼은 "권성동도 무죄라는데 전혀 기대 안 한다. 판사 전원 물갈이해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권성동 무죄 (선고) 때린 판사, 예전 판결보면 의외이고 의아한데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부장판사은 2018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영배 금강대표의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3억원을 구형했다.

과거 2013년 12월에는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집단 연비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현대차 자가용 보유자 22명은 현대차가 신문 지면광고 등에서 소개한 연비와 실주행 연비에 차이가 있다며 현대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판사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라면 현대차가 표시한 자동차 연비와 문구를 종합해 다양한 운전환경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실주행 연비가 현대차가 표시한 연비와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증거에 엄격한 잣대...사법농단 재판 영향?

법원이 권 의원 사건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일부 증거를 무효라고 판단한 것도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2018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서 수집한 서류들이 위법하니 배제해 달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수용했다. 해당 서류는 산업부 산하기관 인사업무를 정리해 놓은 파일로, 권 의원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별건 압수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 양식에 따르면 범죄혐의 사실을 반드시 기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변호인들도 의혹의 핵심 증거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 속 문건들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와 과정이 위법하다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재판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관행처럼 검찰의 별건 수사와 위법한 증거 수집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법원이 갑자기 제동을 건데 따른 해석이다. 여기에 권 의원을 무죄 선고한 재판부까지 검찰의 위법한 증거 수집을 지적하면서, 향후 다른 재판부도 이런 원칙을 이어갈 지 관심이 쏠린다.

happ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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