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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대형 로펌보다 2배 더 수임… ‘고교 동창’에 소송 몰아준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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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변호사에 맡긴 소송 사건, 224건 중 67건 친구 1명이 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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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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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승소한 재판의 소송비용을 챙기지 않은 것은 물론, 특정 변호사에게 소송을 몰아주는 것으로 드러나 모럴해저드를 의심받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교육부 관련 소송 문건과 법조인 명부 등을 조사한 결과, 교육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392개 소송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중 정부법무공단이 수임한 사건(152건)과 교육부가 직접 송무를 담당한 경우(16건)를 제외한 224건은 외부 변호사들이 소송을 맡았다.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67건을 수임한 A변호사였고 법무법인 광장이 34건, 에이스 33건, 우리법률 27건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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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소송사건의 대리인별 수임건수. 그래픽=송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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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의뢰한 소송의 30%가량이 특정 변호사에게 돌아간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변호사가 교육부 송무 담당 공무원인 최모 사무관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라는 점. A변호사는 최 사무관이 송무를 담당한 2008년 교육부 고문변호사가 된 뒤 세 차례나 연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채용이나 별도의 재임용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2015년 12월 총 8년의 임기를 마치고 고문변호사를 그만 뒤에도 교육부 사건을 계속 맡았다. 더욱이 교육부는 본보의 확인 취재가 들어가기 전까지 두 사람이 고등학교 동창 사이였다는 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럴해저드에 가까운 일감 몰아주기는 교육부에 변호사 선임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을 선정하는 중요한 업무지만, 정부는 별도의 법률이나 시행령 규정을 두지 않고 각 부처 훈령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한다. 더구나 교육부는 2016년 훈령 유효기간이 지나 일몰된 이후 보완 절차를 밟지 않아 이런 훈령마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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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적한 교육부 소송비용 처리결과. 그래픽=송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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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무관은 A변호사의 선임 과정에서 대해 “당시 고문변호사들이 모두 고령이어서 실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면서 “정부 소송은 수임료가 낮아 변호사를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A변호사가 낮은 가격에도 기꺼이 맡겠다고 해서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행정소송이 인기가 없던 2008년부터 교육부 사건을 맡았고 이후 전문성이 생겨 그를 계속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변호사에게 송무를 몰아준 것이 모럴해저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임 횟수 제한 등 기준이 담긴 훈령을 조만간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국가송무 대리인 선정이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제도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국가송무 권한을 검찰청에 위임하고, 검찰청이 각 부처에 지휘를 내려 국가송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결국 부처 담당 공무원이 자체 기준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정해 국가송무를 수행하게 된다. 검사 3명과 변호사 자격자 13명으로 구성된 법무부 국가송무과가 국가송무 전체를 지휘 감독하는 형편이어서 인력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국가송무에서 외부 변호사 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 검찰청이나 법무부 소속 변호사에게만 맡긴다. 독일은 소속 공무원들이 부처의 소송을 직접 수행하지만, 부처 내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인력이 풍부하다. 곽상도 의원은 “교육부 담당 공무원과의 사적 관계에 의한 일감몰아주기 등 의혹 재발 방지를 위해 업무매뉴얼, 사건수임 관리 기준 구체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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