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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만수르 압도 석유왕자…370조 굴리는 ‘미스터 에브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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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최고실세’ 빈 살만 왕세자

부총리·국방장관 겸직 국정 총괄

한국과 경협 통해 ‘탈석유’ 추진

원전·ICT 키워 사우디 개조 꿈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 다섯째)와 회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1962년 수교 이래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특별한 우호와 상생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왕세자님의 첫 방한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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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34) 왕세자가 2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했다. 300여 명의 수행원과 함께 온 무함마드 왕세자는 한국의 기술산업은 물론 원자력·방산 분야 협력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식 오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서구에서 MbS(무함마드 빈 살만)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연로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4) 국왕을 보좌하며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제1부총리(총리는 국왕)와 국방부 장관, 경제개발위원회·정치보안위원회 의장까지 겸직해 사우디의 행정·국방·보안, 그리고 미래 계획까지 한 손에 쥐고 있어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한국, 사우디 첫 원전 수주 땐 특수

주목할 점은 그의 방한이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지극히 바쁜 시점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29~30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다. 무함마드 왕세자에겐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고, 문 대통령도 그를 만나야 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청와대 발표를 보면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ICT 분야 ▶전자정부 ▶문화 ▶자동차산업 ▶수소경제 ▶건강보험 ▶금융감독 ▶국방 획득 및 산업·연구·개발 및 기술 협력 ▶국가 지식재산 전략 프로그램 ▶한국개발연구원과 사우디 전략개발센터 간 연구협력 등 10개 분야의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회담 뒤 나온 공동 언론 발표문에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이란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발표문은 “사우디는 사우디 최초의 상용원전 사업의 입찰에 대한민국이 계속 참여한 것을 환영했다”며 “(양국은) 원자력 기술·안전 분야에서 지속적 협력과 연구 개발 및 규제 분야에서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사우디는 탈석유의 기조 아래 2030년까지 200억~300억 달러(약 22조~34조원)를 들여 14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현재 예비 사업자를 선정 중이다. 한국은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과 경쟁한다. 사우디 최초 원전을 수주하면 천문학적인 특수의 문을 열 수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10조원) 이상을 들여 10~17기의 원전을 건설해 원자력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한국 기술진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표준원자로 APR-1400이 지난 4월 30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내 사용을 인증받으면서 한국 원전은 기술력과 안전성에서 세계 수준임을 증명했다. 미국 외의 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가 미국 내 사용을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원전 확보는 물론 지식기반산업 구축, 스마트시티 건설, 방위산업·보안산업 확대, 관광산업 건설 등을 통해 ‘석유왕국’을 21세기형 첨단 산업국가로 환골탈태하는 ‘사우디 대개조’의 야망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4월 25일 ‘비전 2030’이라는 탈석유 국가경제 개조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대한민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하다. ICT·자동차 등 거대한 제조업과 지식기반산업, 그리고 기술력을 갖추고 성장 경험도 있는 한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구하는 미래 사우디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 자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로 자산이 3200억 달러(약 370조원)에 이르는 공공투자펀드(PIF)를 활용하고,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지난 4월 1일 공개된 아람코의 2018년 매출은 3559억 달러에 순이익은 1111억 달러로 세계 1위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가치를 2조 달러로 보고 5%를 공개해 1000억 달러(약 110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자금이다.

미사일 방어시스템 천궁 PIP도 관심

중앙일보

만수르


비전 2030을 위해 무함마드가 굴릴 자금은 흔히 중동 억만장자 왕족의 상징이자 글로벌 투자계의 큰손으로 여기는 ‘만수르’의 투자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만수르는 아부다비의 왕자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아흐얀(48)를 가리킨다. 아랍에미리트(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가장 부자인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슬람 군주)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71)의 이복동생이 만수르다. 만수르는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49억 달러의 재산으로 104위를 차지했다.

MOU 내역 중 눈에 띄는 것이 ‘국방 획득’이다. 사우디는 UAE·이집트 등과 함께 수니파 연합군을 결성해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이어서 방산물자 확보가 주요 현안이다. 경쟁국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도 필요하다.

게다가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사우디를 향해 수시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고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에도 사우디 서남부 아브하 공항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26명이 부상했다.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해온 사우디는 한국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 천궁과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천궁 PIP에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는 다양한 부문에서 한국에 거대한 특수를 낳을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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