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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우물쭈물하다 일본에 LNG 특수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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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작년 ‘북극 LNG-2’ 협약

미국 눈치보며 결정 미루는 새

일본 미쓰이가 지분 매입 선수쳐

쇄빙 LNG선 수주도 불투명해져

중앙일보

러시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인 노바텍이 야말반도에 세운 첫 번째 북극 LNG 생산기지인 야말 기지의 지난해 모습이다. 노바텍은 후속 사업인 북극-2 LNG 기지를 2020년부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노바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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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러시아 북극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같은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한국에 충격파가 오고 있다.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대기업 노바텍이 야말반도에서 추진 중인 ‘북극 LNG-2’ 사업 지분 10%를 일본 미쓰이물산이 사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러 관계 소식통은 25일 “(28일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최종 투자협정은 늦어도 다음 달까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20년 착공해 2023년까지 1980만t을 생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LNG 수입 3위국인 한국도 적극적인 관심을 밝히며 지난해 6월 러시아 측과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던 사업이다.

그러나 LNG 수출에서 러시아와 경쟁 중인 미국의 눈치를 보다가 최종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일본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도 한국과 입장은 같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러 간 북방영토 반환 협상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설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베 총리가 이란으로 날아가 미국-이란 간 갈등을 중재하면서 사실상 이란산 석유 수입 문제를 풀려고 한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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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LNG 수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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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의 사령탑 부재도 악재로 거론된다. 가스공사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는 “사장이 9개월째 공석”이라며 “큰 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으니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일본 정부는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실상 일본 정부가 통제하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총 3000억 엔(약 3조2300억원)의 투자금 중 75%를 출자하기로 했다. JOGMEC의 민간사업 투자 비율이 통상 50% 정도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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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세계 주요 LNG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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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텍은 북극-2 LNG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분 40%를 해외 투자로 돌렸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2개사가 각 10%씩 20% 지분을, 프랑스 메이저 석유사인 토탈이 10% 지분을 확보했다. 나머지 10%를 놓고 한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아람코)가 각축을 벌인 결과 최종적으론 일본 참여로 기운 것이다. 노바텍은 지분에 비례해 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의 사업 불참으로 러시아 측이 발주하는 쇄빙 LNG 운반선 입찰에서 한국 조선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 관계자는 “노바텍 측은 한국이 북극 LNG 생산에 기여하지 않으면 쇄빙 LNG선을 거저 수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다”며 “북극 LNG-2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이 북극 LNG-2 사업 참여를 전격 결정한 배경으로 러시아 내 또 다른 사업 확보가 거론되기도 한다.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 선임연구원은 “마루베니·미쓰이 등으로 구성된 일본 컨소시엄이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 들어설 LNG 환적 터미널 건설에 직접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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