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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MB정부 권재진이 떠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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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의 법조외전(61)

8년 전 MB, 최측근 권재진 민정수석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

당시 민주당, “검찰·선거 장악 의도…법치주의 파괴” 비판

8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 ‘최애’ 조 수석 법무부 장관 임명설

이듬해 4월 총선 앞두고 ‘장관-검찰총장’ 직할체제 구축 비슷

한상대·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총장 직행도 ‘닮은 꼴’

검찰, 충격 속 “‘검찰발 리스크’ 없애고 조직 장악 의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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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려고 하는 것은 힘의 정치다. 힘의 정치는 결국 대통령에게 독이 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치를 사정라인에 대통령의 최측근을 앉히겠다는 것은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 거칠고 험악한 말이 혹시 ‘조국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임명설’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8년 전 논평이라면 믿을까. 2011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할 뜻을 내비치자 민주당은 한마디로 검찰을 예속시키려 한다며 분기탱천했다. 1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었다. 손학규 대표(앞의 말), 김진표 원내대표(뒤의 말)의 뒤를 이어 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를 성토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법무·검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은 우윤근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현 주러시아 대사) 등 법사위원 5명의 성명에 선명히 드러나 있다. “총선과 대선을 대통령이 장악하겠다는 의도이며, 이는 곧 법치국가의 기본 틀을 흔드는 일이다.”

정확히 8년 만에 똑같은 일이 재연되려 하고 있다. 다만 ‘공수’가 교대했다. 당시 여당(한나라당)은 야당(자유한국당)이 됐고, 야당(민주당)은 여당(민주당)이 됐다. 이명박이 문재인으로, 권재진이 조국으로 출연진이 바뀌었다. 그밖에는 이렇게 완벽한 데자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같다.

총선이 내년 4월이다. 2011년 7월에도 2012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었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떨어지며 여권의 위기감이 컸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카드 말고도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곧바로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권재진-한상대 투톱’ 체제를 가동한 것이다. 한 총장 임명은 일찍이 검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직행 인사’로, 검찰 안팎에서 “검찰을 정권에 예속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조 수석이 실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조국-윤석열’ 투톱 체제가 가동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얼마 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외형상 8년 전 ‘권재진-한상대’ 듀오의 ‘판박이’다. 윤 후보자는 2017년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초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2년 만에 검찰총장에 ‘수직 발탁’되면서 검찰사에 새 페이지를 쓰게 됐다.

조 수석도 권 전 수석처럼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참모로 알려져 있다. 그의 ‘최장수 비서관’ 기록이 여실히 보여준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유일한 ‘현직’이다.

조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 사태가 터졌을 때다. 당시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의 민간인·경찰 폭행,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12%) 적발에 이어 특감반의 비위 의혹까지 불거지자 ‘민정수석 책임론’에 휩싸였다. “정권 말 청와대를 보는 것 같다”는 여론의 비판이 잇따랐고,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민정수석은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조응천 의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을 지시해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한편,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조 수석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내 보였다. 업무 때문에 조 수석을 많이 접해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수석은) 대통령에게 충실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왜 문 대통령은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검찰 장악 인사’ 등 예견되는 비난을 무릅쓰고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걸까. 대통령의 속내를 바로 알기는 어렵다. 그는 지난달 9일 <한국방송>(KBS) 대담에서 조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지금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개혁들을 거의 상당히 다 했다. 법제화 과정이 남아 있는데 그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담 직전인 4월30일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패트·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려진 점을 고려하면, 당시만 해도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는 고려되지 않았음직 하다.

그 이후 검찰과 관련한 상황 변화라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을 들 수 있다. ‘패트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그대로 통과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그는 5월16일 기자회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이 정권에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웃옷을 벗어 흔들며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어디서 흔드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흔들리는 옷을 보는 게 아니라 흔드는 걸 시작하는 부분이 어딘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흔드는 ‘진앙’으로 정치권을 지목한 것이다. 집권세력으로서는 매우 기분 나쁠 수 있는 장면이다.

검찰 내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설’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존재감이 미약한 박상기 장관이 갈릴 거라는 얘기는 진작부터 있었지만, ‘조국 카드’는 낯이 설어서다. 이미 ‘윤석열 총장’ 지명으로, 윤 후보자 동기생인 사법연수원 23기 이상 검사장 30명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초유의 상황이어서 여파가 더 커졌다. 일부에서는 조 수석 아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연수원 25기)이 법무부 차관으로, 그러니까 조 수석과 박 비서관이 장·차관 ‘듀오’로 과천에 부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윤’ 투톱으로 간다면, ‘검찰발 리스크’가 생기지 않도록 조직을 딱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 관리도 의식하겠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며 깨달은 게 많을 것이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3년 차 이후 권력형 비리, 측근 비리가 터졌다. 결국 모든 의혹 사건은 검찰로 온다. ‘길목’이 어딘지를 아는 것이다. 윤 후보자 지명으로 어차피 검사장급 이상은 싹 다 바뀌게 돼 있다. 검찰 인사에 손을 대기엔 민정수석보다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 하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이 모든 게 뜻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데자뷔인 건 또 있다. 노무현 정부 4년 차인 2006년 노 대통령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 했었다. 실제로는 후배지만, 대통령이 ‘친구’라고 불렀던 문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직파’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등 야당이 “검찰을 장악하려는 인사”라고 강력 반발하자 뜻을 접었다. “참여정부 말기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설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이 ‘국정 혼란과 정국 불안을 초래하는 코드 인사’, ‘대국민 선전 포고’라고 맹공을 퍼부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1년 권재진 민정수석의 장관 기용을 두고 우윤근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어떨까. 어느 검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진짜로 임명할 것 같으냐”고 묻기도 했다. 어슴푸레한 답은 유시민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20회에 나온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다 잘 아는 사람들이 두 대통령의 고집을 비교하는 대목에서다.



김어준(사회·딴지일보 총수):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두 분 다 모셔봤는데, 누가 더 고집이 세요?

양정철(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 고집이 세기로는 문 대통령이 훨씬 세시죠. (좌중 웃음) 실제로 그렇습니다. 노 대통령은 고집은 세시지만 참모들하고 토론을 할 때….

김어준: (말을 끊으며) 문 대통령은 토론 안 한답니까? 살아 있는 권력인데?

양정철: 아니, 하죠. 토론 많이 하시고, 다 수용하시는데, 어떤 건, 절대 안 꺾는 거는, 훨씬 더 고집은 노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이 세시죠.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 그럼요. 적폐 청산, 이런 거 쫙~ 밀고 가잖아.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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