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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멸’은 인간만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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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작가이자 영화감독 안톤 비도클

‘러시아 우주론’ 주제 3부작 영상

경향신문

안톤 비도클의 3부작 영상 ‘러시아 우주론’의 핵심은 소수 부자가 아닌 모든 인류를 위한 ‘불멸’이다. 사진은 3부 ‘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의 한 장면.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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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안톤 비도클: 모두를 위한 불멸’은 숙제 같은 전시다. 30여분짜리 영상 3개가 1~3부를 이루는데 주제는 ‘러시아 우주론’이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호기심에 이끌려 영상 앞에 앉으면 어떻게든 작품을 해석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런 의욕은 작가의 이름값에서 비롯된다. 안톤 비도클(54)이 누군가. 세계적인 예술비평 플랫폼 ‘이플럭스(e-flux)’의 창립자이자 편집자다. 미술계에 꽤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비도클은 현재는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니 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영상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봐둬야 할 것 같다.

먼저 ‘러시아 우주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 우주론은 인간이 우주와 더불어 진화하며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보는 철학적 존재론이다. 러시아 사상가 니콜라이 페도로프(1829~1903)와 주변의 철학자, 괴짜 과학자들이 발전시켰다. 1917년 소비에트혁명 이후 연구가 금지됐다가,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를 계기로 부활해 하나의 철학적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페도로프는 “인간의 능력이 지구라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야 하며,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영생을 얻은 인류가 거주하기 위해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관의 설명을 들어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최근 한국에 온 비도클을 지난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났다. 비도클에게 ‘얼핏 보면 허황된 유토피아 같은 러시아 우주론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비도클은 전시 제목이기도 한 ‘모두를 위한 불멸’을 강조했다. 비도클은 “현재도 장수를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돈이 많은 소수를 위한 것이고, 자본주의에 기반한 연구”라며 “러시아 우주론의 ‘불멸’은 소수가 아닌 전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보면 오늘날 존재하는 문제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수천년을 살게 된다면 당장 환경도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도클은 1부 ‘이것이 우주다’(2014)에서 페도로프 저술과 논문 등을 바탕으로 그가 추구한 유토피아가 무엇인지 추적한다. 2부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는 태양 표면 변화에 따라 인류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알렉산더 치제프스키 우주론을 소개하며, 3부 ‘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2017)은 부활 장소로서 박물관을 고찰한다.

전시장의 스크린을 통해 끝없이 상영되는 작품을 주시하면 평소와 다르게 불멸과 우주란 주제를 생각하게 된다. 비도클은 “나 스스로만 불멸을 지켜서는 안되고, 모든 사람과 동물이 불멸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면 지구의 공간이 부족할 테니 우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동선은 최근작인 3부, 2부, 1부 순으로 이어진다. 비도클은 “전시공간 크기와 영상의 화질을 고려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21일까지 이어진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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