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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국당 의총장에선 무슨 일이?…‘나경원호’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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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이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지 2시간 만에 국회 정상화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한국당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진행 중이던 24일 오후. 의총장 인근 본회의장에는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들어와 대기 중이었습니다. 한국당 의총이 끝나는 대로 국무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이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후 5시로 예정된 시정연설을 임박해 '의총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들리더니, '한국당 전원 본회의장 불참' '합의안 추인 불발' 등의 얘기까지 한국당 보좌진과 당직자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1시간 반 만에 끝난 의총 결과는 소문 그대로였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합의해 온 내용이 거부된 겁니다. 그날 한국당 의총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헐값에 투쟁 마무리"..."합의 정신 처리? 어물쩍 물타기"

당시 의총장에서는 십여 명의 의원들이 나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통된 의견은 합의안에 반대한다는 것. 주로 패스트트랙 관련 합의 조항을 문제 삼았습니다. 공개 발언에 나서지 않은 대다수의 의원 입장도 비슷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날 의총장에 있었던 여러 의원에게 당시 분위기와 자신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A 의원은 여야 간 이번 합의에 대해, "헐값에 그동안의 투쟁을 마무리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야말로 목숨 걸고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을 하고, 국회 등원을 거부해왔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들어가는 모양새가 됐다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에서 선거법 합의 처리 내지 패스트트랙 무효화를 해줄 리가 없을 거란 것도 알고 있지만, 한국당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게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합의문에 '북한 선박 입항' 사건 국정조사라도 들어갔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이유를 들어, B 의원은 한마디로 "굴욕적 합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C 의원은 합의문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라고 쓴 조항에 상당수 의원의 불만이 컸다고 전했습니다. '합의 처리'와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가 불러올 결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자칫 모호한 표현에 발목 잡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합의 정신에 입각해 처리하려다 안 되면 민주당 뜻대로 갈 것이다", "저 표현 자체는 사실상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어물쩍 물타기다"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당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한 당직자는 "율사 출신인 나 대표가 왜 합의문을 그렇게 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합의문에 5.18 특별법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관련 조항이 포함된 게 문제였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D 의원은 의원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 부분이 바로 5.18 특별법 처리 등을 명시한 조항이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 됐다고 봤습니다. 이를 두고 E 의원은 "합의문에 군더더기가 너무 많이 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진화법 위반 의원 고소 고발 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컸던 것 같습니다. F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권이 달린 민감한 문제인 만큼 최소 고소 고발 취하 정도는 받아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의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이럴 거면 차라리 '조건 없는 등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 전격 합의 배경 미스터리..."사전 예고 없었다"

이번 전격 합의와 관련해 그 배경이 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상당수 의원도 갑작스러운 합의를 의아해 하고 있었습니다.

한 의원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며 24일 의총 전까지 사전 예고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하기 더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버티고, 선거법이 상임위원회로 넘어간 후에 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도 했습니다. 또 이전 의총에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했고, 그런 기류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가 너무 갑작스러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다른 의원은 "원내 부대표들이 의총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방어해주는 말을 해주지 않은 걸로 미뤄, 부대표들조차 합의될 거란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등원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만 짐작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약 일주일간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서 협상 관련 접촉이 없다, 24일에 이 원내대표와 직접 연락이 닿은 게 최종 합의로 이어진 게 아닌가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의 연락을 사실상 협상의 막차로 여겼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성사되기 하루 전인 23일, 대규모 규탄 집회가 있었던 점을 들어 전격 합의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 의원은 "바로 전날 정권과 여당 규탄대회를 하고, 상임위는 선별적으로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버텨야 된다고 주장하고서는 바로 다음날 협의했으니 들어가자고 한 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이러려고 전날 지역구 사람들 끌어모아 규탄 집회를 했냐"며, "이게 뭐하자는 것이냐"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면서 "23일 규탄 집회는 사실상 황교안 대표 주재 행사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인데, '투톱'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투톱 갈등설'이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상의하고 있다"며, '갈등설'을 일축했고, 황 대표는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황 대표의 의중이 뭐였는지는 정말 모르겠다는 게 상당수 의원 얘깁니다. 다만 협상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와 의원들 간 교감이 없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 "나경원 지도력 흠집"..."불신임 가능성 현재로선 낮아"

이번 일로 '나경원 호'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당내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한 의원은 "지도력에 흠집이 났고, 상처를 입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상력과는 별개로, 당내 리더십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의총 당일 나 원내대표가 상임위 가동을 제안했고, 여기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렸는데 나 원내대표가 반대파 설득에 실패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날 의총장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여론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의총 후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예전 같았음 원내대표가 하자는 대로 했는데 아무런 결과가 없고, 어느 하나 개선된 게 없다면 원내대표 사퇴감이란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나 원내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쪽도 있습니다. 자칭 온건파라는 한 의원은 강경파 표로 당선된 나 원내대표가 강경파에 휘둘려 지난 60일 소득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자승자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경파와 온건파를 조율하며 적절하게 아우르고 갔어야 하는데, 적당한 시점에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온건파 의견을 무시해 빚어진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개적으로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표가 일할 수 있도록 신임해주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과거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여야 간 합의 후 의총에서 거부당한 적이 많다며, 이번 일은 한국당에 생겨난 투쟁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겪으며 내부 결속력이 단단해져 이 정도 일로 당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은 분명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 등 당면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또다시 분열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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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협상 무산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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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무원 한국당…시험대 오른 나경원 정치력

2시간 만에 합의문을 휴지조작으로 만들어버린 탓에 한국당은 고립무원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맹비난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무책임한 정당이라며 공당 자격을 거론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한국당이 재협상을 요구한 데 대해선 "자가당착, 꿈도 꾸지 말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국회 등원은 거부하면서 일부 상임위에 들어가 회의를 방해하는 데 대해 "우루루 몰려가 목청을 높이는 건 한마디로 추태"라며 조건없는 복귀를 요구했습니다.

조건없는 국회 등원 주장은 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결심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황영철 의원도 "국회 정상화에 대한 절박함을 우리 의원들도 갖고 있다"며 조건 없는 복귀가 국민들에게 더 떳떳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이제 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며, 추가 협상을 한다고 해서 잘되겠느냐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추가 협상에서 한국당의 요구사항을 얻어내기 전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악의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파행이 이어질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국, 국회 정상화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 내부 불만을 수습하고, 협상 상대 당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달래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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