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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장타도 좋지만…부상 부르는 `위험한 스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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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셸 위는 20일(현지시간)부터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첫날 12오버파 84타, 2라운드 10오버파 82타를 치며 컷 탈락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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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랭킹 1위는 평균 316.6야드를 날리고 있는 '괴물 장타자' 캐머런 챔프(23·미국)다. 지난 시즌 웹닷컴 투어를 거쳐 올해 PGA 무대에 데뷔한 챔프는 시즌 초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넘어설 흥행 파워를 갖고 있다는 찬사를 들으며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장타 능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세 번 드는 뛰어난 성적을 낸 챔프는 충분히 그런 평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지난주 트래블러스챔피언십까지 최근 14개 대회의 성적은 정말 끔찍하다. 컷 탈락 8번에 기권을 한 번 했고, 50위 이내에 든 것도 딱 한 번뿐이다. '신인왕'을 예약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챔프의 장기는 장타다. 하지만 그 장타가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고 있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챔프는 키 183㎝에 몸무게 81㎏으로 호리호리한 체형을 갖고 있다. 예전의 장타자들처럼 육중한 몸을 갖고 있지 못한 챔프는 스스로 '슬링샷(새총샷)'이라고 표현하는 독특한 동작으로 장타를 만들어냈다. 흔히 '껑충 타법' 또는 '점프 스윙'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동작이다.

챔프와 비슷한 동작을 하는 톱골퍼도 꽤 많다. 키 178㎝의 다소 왜소한 체격으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저스틴 토머스(미국)를 비롯해 왕년의 여자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현 '장타 여왕' 렉시 톰프슨(미국), 3번 우드로 270야드를 보내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그리고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 미녀 골퍼 내털리 걸비스(이상 미국)도 임팩트 때 '껑충' 뛰는 동작으로 거리를 내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하지만 최근 장타자의 트렌드처럼 된 이 동작은 샷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부상을 당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성적들이 이를 입증한다.

2015년 골프다이제스트가 '몸무게 1파운드(0.45㎏)당 드라이버샷 거리' 순위를 매겼을 때 1위에 올랐던 토머스도 최근 성적이 썩 신통하지 않다.

시즌 초반 8개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톱10'에 들며 맹활약했던 토머스는 최근 4개 대회에서는 절반인 두 번 컷 탈락하는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장타 능력마저 후퇴한 듯 현재 그의 드라이버샷 거리 순위는 40위(301.8야드)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토머스의 장타 랭킹은 311.8야드로 11위였다.

한동안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크리머와 걸비스도 오랜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껑충 타법'의 몰락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성적이 들쭉날쭉하기로 유명한 톰프슨은 '껑충 타법' 선수 중 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위험천만해 보이는 과격한 스윙이 '한 방'을 터트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톰프슨의 최근 석 달간 성적을 보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여덟 차례 대회에서 우승 한 번, 준우승 두 번, 3위 한 번, 4위 한 번 등 '톱5'에 다섯 차례나 들면서도 그사이 두 번은 컷 탈락했다.

'껑충 타법' 선수들을 비롯해 무리한 동작으로 장타에 집착해온 톱골퍼들의 끝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장타 소녀'로 이름을 날린 재미동포 미셸 위(30)는 그 파워 스윙 탓에 지금은 심각하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남자 골퍼들과 성 대결, 나이키와 1000만달러 장기 계약으로 명성을 날렸던 미셸 위는 2014년 이후 허리, 골반, 무릎, 손목 등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부상 여파로 두 달의 공백을 보내야 했던 미셸 위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으로 복귀전을 치렀으나 첫날 12오버파 84타, 2라운드에서도 10오버파 82타를 치며 컷 탈락했다.

우즈 역시 한때 몸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과격한 스윙으로 '부상 병동'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훨씬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부상에서 자유로워졌고 마침내 부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쩡야니(대만)나 이시카와 료(일본)처럼 멀리 치려고 무리한 동작을 익혔다가 결국 그것이 독이 돼 돌아오는 바람에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옛 스타도 적지 않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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