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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메기 효과' 근거 없다…포식자 공포가 사망률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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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토끼 실험서 사망률 증가 확인, 새끼까지 대물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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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킹이나 넷플릭스 등 새롭게 등장한 강자가 시장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흔히 ‘메기 효과’로 표현한다. 정치권이나 스포츠에서도 이 용어가 종종 쓰이지만, 정작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다루는 생태학에서 그런 ‘효과’의 근거는 전혀 없다.

포식자인 메기를 넣으면 피식자인 미꾸라지가 더욱 활기를 띤다는 얘기지만, 실제는 정반대로 포식자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먹잇감이 되는 동물은 스트레스에 쌓여 먹이 찾기와 짝짓기를 꺼리고 결국에는 사망률이 높아진다. 이를 다루는 ‘공포의 생태학’은 최근 학계의 큰 관심 분야이다.

잠자리 애벌레, 도마뱀, 메뚜기 등에서 그런 사례가 확인된다(▶관련 기사: '메기 효과', 그런 건 없어요). 나아가 포유동물을 대상으로 포식자 공포의 치명적 영향을 확인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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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티 맥리오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생태학자 등 미국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과학저널 ‘오이코스’에 실린 논문에서 눈덧신토끼를 이용한 실험 결과 “야생 포유류에서 처음으로 (직접 잡아먹히는 것이 아닌) 포식 위험만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눈덧신토끼는 북아메리카 북부에 널리 분포하는 동물로, 덧신을 신은 것 같은 커다란 뒷다리가 특징이다. 주요 포식자는 스라소니, 코요테, 올빼미, 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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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야생에서 포획한 눈덧신토끼를 은신이 가능한 우리에 넣은 뒤, 짖거나 토끼를 쫓고 물지 못하도록 훈련한 개에 노출하는 실험을 했다. 임신한 토끼에게 출산 전 보름 동안 이틀에 한 번씩 1∼2분 동안 개를 우리에 들여보냈다.

개에 직접 물린 토끼는 없어도 공포의 효과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포식자에 노출된 토끼는 다른 토끼보다 2배 이상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했다.

사망률도 증가했다. 개에 노출한 토끼 집단은 애초 20마리에서 6마리가 죽고, 태어난 새끼 가운데 젖을 뗄 때까지 2마리가 살아남아 16마리가 됐다. 개체수가 20% 감소한 셈이다.

포식자에 노출하지 않은 대조 집단은 성체 12마리가 19마리의 새끼를 낳아 모두 41마리가 됐다. 3배 이상 개체수가 불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포식자 공포에 노출된 성체의 생존율은 70% 줄었고, 새끼가 젖 뗄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도 87%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건, 이번 연구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의 효과가 후대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어미뿐 아니라 새끼의 사망률이 높아졌고, 살아난 새끼는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한 성향이 됐다. 이전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는 적은 수의 새끼를 낳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망률이 높아진 까닭은 스트레스로 인한 직·간접 영향 때문이다. 새끼는 출생할 때 무게가 작았고, 어미는 젖 먹이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젖 먹이기를 거부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스트레스의 영향은 사람이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겪을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irsty J. MacLeod et al, Fear and lethality in snowshoe hares: the deadly effects of non-consumptive predation risk, Oikos, Volume 127, Issue 3 (2018) doi: 10.1111/oik.048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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