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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늙은 상수도'는 힘들다… '붉은 수돗물'에 앓는 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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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인천·영등포·광주시·안산·평택 등 전국 곳곳에서 '붉은 수돗물' 민원 제기돼… "노후 수도관 교체하고 물때 등 관리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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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수돗물 사태가 18일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천 너나들이검단맘 카페에 한 회원이 까맣게 변해버린 필터를 공개하고 있다.(너나들이검단맘 까페 캡쳐) 2019.6.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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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이 전국을 뒤덮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 관련 민원이 약 한달째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경기도 광주시에 이어 이번엔 안산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 검암, 백석, 당하동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4일 후에는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15일 후에는 강화도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왔다.

이 사태로 1만5000여 가구와 160여개의 학교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 민원 신고도 2만건을 넘었다. 이 중 99개교는 생수(85개교)와 급수차(14개교)를 활용해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39개교는 빵, 음료수 등 대체급식을 제공하고 있고 11개교는 외부에 급식을 위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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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 2호선 완정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서구 일대에서 발생한 적수(赤水)는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의 수압이 갑자기 상승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2019.6.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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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가 심각해지며 시민의 분노가 들끓자 지난달 30일 적수 사태가 발생한지 19일 만에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시작됐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국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수자원공사, 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정부 원인조사반을 꾸려 적수사태 원인과 피해 등을 조사했다.

'붉은 수돗물' 현상은 지난달 30일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 전기설비검사를 실시하며, 단수 없이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변동으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붉은 수돗물' 현상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전국 곳곳 수돗물 틀자 '붉은 물' 쏟아져

하지만 '붉은 수돗물' 현상은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지속 발생했다. 지난 20일부터 인천에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시는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한 약 300가구에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말라고 전파하고 아리수 병물을 공급했다.

같은 날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공급됐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송정동에 위치한 400여가구의 빌라 단지에서도 연달아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수돗물에 흰 천을 대고 10분 정도 있으면 천 색이 바뀌고, 정수기 필터는 하루 만에 적갈색으로 변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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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동 일부 주택에서 '붉은 수돗물'피해가 접수됐지만 안산시가 수질 검사를 착수한 결과 음용수로 사용해도 된다고 25일 밝혔다.사진은 25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행정복지센터에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남은 생수가 쌓여있는 모습. 2019.06.25.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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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24일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붉은 수돗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됐다. 안산시는 1900여 가구가 '붉은 수돗물'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을 권고한 뒤 식수 제공에 나섰다.



◇전국 곳곳 이어지는 '붉은 수돗물', 원인은?

인천에서'붉은 수돗물' 현상이 잇따라 발생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을 때 '상수도 관리 부실'이 근본적 문제로 지적됐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인천 '붉은 수돗물' 논란 이후 정부 차원의 조사 뒤 지난 18일 "수돗물에 포함된 이물질은 관로 노후화로 생긴 물질이라기보다 주로 관 아래 쌓여 있던 물때 성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돗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상수도 관리 부실이)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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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무리한 역방향 수계전환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는 적수 발생 원인은 수계전환 전과정에서 준비부실, 초동대처 미흡 부실이며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19.6.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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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의 설명대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현상 대부분은 노후 상수도관으로 인해 발생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은 인근 노후 상수도관에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노후 배수관은 내년 교체 작업을 앞두고 있던 설비였다.

서울시는 "민원지역을 포함한 인근지역의 노후 상수도관(D=800㎜, L=1.75㎞)은 오는 2020년에 개량할 계획이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예비비를 활용해 해당 상수도관 교체 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노후 상수도관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7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 수도관 총 길이 20만9034㎞ 중 설치된 지 21년 이상 지난 노후 상수관은 6만7676㎞로 32.4%를 차지했다.

내구연한이 30년을 넘은 노후 상수관도 14%였다. 이번 사태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노후 상수관의 교체·정비가 필수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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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 수돗물 사용 주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붉은 수돗물이 나온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의 노후 상수도관을 예비비를 사용해 최대한 시기를 당겨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9.6.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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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노후 수도관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환경부는 "수도관이 10년 정도 지나면 물때가 끼므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전국 상수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노후 수도관의 주기적 세척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붉은 수돗물'로 논란이 일어난 지역 중 일부는 노후 수도관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던 '붉은 수돗물' 소동은 공사 중 배수지 경계 밸브를 잘못 건드려 물이 뿌옇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안산시의 '붉은 수돗물' 논란 역시 이곳에 공급되는 수도관은 폴리에틸렌 재질로 만들어진 관(PE관)으로 현실적으로 녹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여서 시는 외부충격 등에 의해 흙이 들어갔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조사 중이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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